화가 살리에르 2 - 완결
백원달 지음 / 므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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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살리에르는 연속된 이야기면서도 각각의 에피소드가 개별적으로 전해주는 메시지도 분명합니다. 화가 살리에르 1권이 류명화의 성장에 집중했다면 화가 살리에르 2권에서는 다른 등장인물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다뤄갑니다.

 

우수와 성혜성이라는 두 남자 주인공은 류명화와 금선희에 비해 주목도가 덜 느껴질 순 있습니다. 그런데 2권을 마저 읽게 되면 이 작품이 남자 주인공을 단순히 여자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위한 촉매제 정도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피 튀기는 두 여자 주인공의 감정싸움에 남자 주인공들이 사용된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남자 주인공이 하나의 도구에 머물러 있진 않습니다. 2권을 넘어오며 우수와 성혜성의 속내가 자세하게 묘사됩니다.

 

초반에 느낀 성혜성은 이 작품에서 가장 평면적인 인물 같았습니다. 딱히 사연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그저 우수와 닮은 금선희의 체스 말 같은 인물이었고 자신의 감정이나 자아가 도드라지게 드러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인물 역시 성장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계획 이면에 성혜성만의 상황이나 판단이 드러나며 독자는 조금씩 이 인물을 이해하게 됩니다.

 

우수 역시 초반엔 일회성으로 소모되는 추억의 인물 같은 느낌이었다면, 책의 마무리에 다다를수록 두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는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로 그려집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박형식에 대한 인물 묘사입니다. 이 부분은 독자들 모두 깜짝 놀랐을 것입니다. 이 인물이야말로 대부분의 작품에서 흔하게 그려지는 주변인 그 자체였습니다. 박형식의 등장을 보고 이 인물에게 공감하게 되리라 기대한 독자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놀랍게도 박형식의 마음까지도 묘사하고 그려냅니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의 많은 경우 우리는 금선희, 류명화, 우수, 성혜성의 삶이 아니라 박형식 같은 주변인의 삶을 살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사람에게도 나름의 속사정이 있으며, 그만의 아픔과 상실이 있고, 인간적인 매력이 있으며, 관찰자의 렌즈를 어떻게 비추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몰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독특한 인물입니다.

 

어떤 면에선 변태용에조차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이 특별하고 놀랍습니다.

 

명확한 선악을 구분짓고 폭주 기관차처럼 결말을 향해 돌진하는 작품이라 책 소개만 읽어보신 분들은 또 뻔한 작품이 나왔구나 하실지도 모릅니다. 사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이 작품의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아주 희한한 반전이나 그에 따른 카타르시스가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책은 진지하게 읽었을 때 남는 독특한 감정이 있습니다.

 

분명한 빌런이 있고, 줄거리의 기승전결도 어떤 면에선 뻔한데, 그 과정에서 인물을 사용하는 방식이 너무나도 따뜻하고 젠틀합니다. 작가가 각 인물을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으며, 인물에게 집중해서 볼 때 더욱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완성도 높은 작품입니다.

 

참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1권을 읽고 2권은 나중에 읽으려 했는데 읽다 보니 어느새 2권까지 한 번에 읽게 됐습니다.

 

인간 대 인간의 치열한 감정적 사투를 보고 싶은 분께 이 책, 화가 살리에르 2권을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 버려지는 페이지 없이 알차게 감정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본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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