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살리에르 1
백원달 지음 / 므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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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이나 드라마 작가는 세상 모든 직업을 이야기로 다룰 수 있어야겠지만 아무래도 자신이 직접 겪은 이야기가 아니면 밀도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만약 미대를 나오고 그림을 전공한 웹툰 작가가 실제 화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면 어떨까요? 왠지 그 작가의 대표작이 나올 것 같지 않습니까?

 

백원달 작가님은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화가로 활동하다 만화계로 뛰어들었습니다. 작가님은 화가 살리에르라는 자신의 역작을 통해 미술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물의 갈등을 표현했습니다. 그 세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작품 전체가 쫀쫀하고 밀도 있게 진행됩니다.

 

화가 살리에르에는 총 네 명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아니 다섯 명이라고 해야 하나요? 이 책은 총 두 권으로 기획되었는데 각각의 표지는 류명화와 금선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 자체가 이 두 인물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성경부터 시작해 우리 곁에 남은 수많은 예술작품은 주인공의 이름 자체가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민족의 아버지라는 뜻의 아브라함, 많은 민족의 어머니라는 뜻의 사라처럼요. 이 작품의 두 주인공 류명화와 금선희의 이름도 어딘가 특별해 보이지 않나요? 류명화가 어쩌고 저쨌대 라고, 수군덕거리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류명화는 유명화가 처럼 들리기도 하고, 금선희의 이름은 금손이라고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이 두 인물 사이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작품의 큰 줄기는 굉장히 클래식합니다. 질투와 열등감, 복수와 그에 따른 결과 같은 것이지요. 그런데 이 클래식한 줄거리는 등장인물의 풍성한 감정 묘사로 인해 더없이 드라마틱해집니다.

 

류명화와 금선희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던 이야기는 후반부로 돌입하며 남자 주인공의 서사에도 깊게 몰입하게 만듭니다. 초반에 주인공이 다섯 명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 책은 편의점 사장에게도 특별한 서사를 부여합니다.

 

다양한 목적과 동기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적절한 서사를 부여받고 독자로 하여금 서로 다른 인물에게 공감하게 만들며 복잡한 갈등을 입체적으로 풀어나갑니다.

 

스토리라인 자체는 복잡하지 않기에 결말이 어떻게 나올까가 궁금한 이야기는 아닌데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나갈수록 이 인물은 지금 어떤 감정일까에 몰입하며 페이지를 계속해서 넘기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엔 분명한 악역이 있습니다. 책은 그것을 특별히 숨기지 않고 완전한 악역으로서 그 인물을 그려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쁜 일만 하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숨기고 싶어 하는 마음의 동기가 너무 분명하게 이해가 되어 전혀 평면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매력적인 악역이었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 이 책은 미술대학과 미술계를 배경으로 진행됩니다. 외부에선 보이지 않았던 미술계의 내부 사정이 상당히 디테일하게 표현되기 때문에 나와 다른 세계의 속살을 들여다본다는 느낌으로 읽어나가도 재미있게 작품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국화꽃 향기, 건축학개론처럼 캠퍼스 냄새가 나는 작품을 좋아하는데, 화가 살리에르도 묘하게 느껴지는 대학 청춘의 향기가 작품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했습니다.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이기에 줄거리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할 순 없지만, 이 책은 누가 읽어도 푹 빠져들 수 있게 진행과 마무리를 참 잘 구성한 작품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몰입하여 읽을 수 있는 직관적이면서 명쾌한 이야기입니다.

 

인물 간의 갈등, 미술계의 뒷이야기, 청춘의 아련함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화가 살리에르를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 네 남녀의 치열한 갈등을 통해 사랑과 우정, 복수와 후회의 감정을 절절히 느껴보세요. 올해의 만화로 독자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꼭 읽어보세요.



 

 

 

본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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