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믿음
헤르만 헤세 지음, 강민경 옮김 / 로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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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발전하고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인간에게 종교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은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질문에 누가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요?

 

인류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는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분명한 크리스천이었습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기독교로 답했습니다. 그런 헤르만 헤세가 종교에 대해 깊이 탐구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특정 종교가 아닌, 모든 종교의 가르침과 인간의 삶을 엮어 작성된 헤세의 생각을 모아 출간한 책입니다. 신간, 나의 믿음에는 바로 이 준엄한 질문에 대한 헤세의 답이 전해집니다.

 

헤르만 헤세는 동양 철학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공자, 노자의 철학뿐 아니라 힌두교, 중국의 선 같은 동양 종교도 깊이 탐구했습니다.

 

유일신 사상인 기독교와 달리 힌두교에는 수많은 신이 등장합니다. 유머 넘치는 신, 다양한 성격의 신, 마치 인간과 같은 다채로운 모습의 신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인도의 종교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면 중국의 사상은 국가와 가족을 중시하며 이를 위해 인간이 자신의 정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서양 철학과 구분하기 위해 동양 철학을 하나로 묶기도 하지만 실제론 각각의 가르침이 다르고 지향점이 다릅니다. 헤르만 헤세는 이를 흥미롭게 풀어내며 동양 종교가 낯선 이에게 자신이 해석한 동양 종교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헤르만 헤세는 어떤 포교의 목적으로 이 글을 쓴 것이 아닙니다. 그저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다른 곳에서 진리에 대한 탐구를 어떻게 해나갔는가를 집중해서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종교나 철학은 탄생한 배경과 환경은 다르지만, 인간의 본연에 대한 고민과 진리에 대한 갈증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헤르만 헤세가 유독 흥미로워하는 테마가 있습니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18년간 인내하며 명상한 이야기, 40년 동안 두들겨서야 쇳조각 하나를 만들었다고 한 노승의 고백, 결국 헤르만 헤세는 진리를 향한 인간의 끝없는 탐구와 갈망을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헤르만 헤세가 기독교에 실망했던 부분은 신학자들이 탐구의 여지를 남겨주지 않고 권위에 추종하게 하는 것과 각자의 이념이 옳다고 믿으며 전쟁과 혐오를 일삼는 부분이었습니다. 헤세는 기독교인으로서 이런 문제의식을 절실히 느꼈고, 이에 대한 좋은 사례를 다른 종교에서 찾아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헤르만 헤세는 동양 철학에서 답을 찾았는가? 이 책은 그런 걸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종교에 답이 있고, 어디에 진리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물음에 대해 끈질기게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를 아름답게 생각한 것입니다.

 

여러분의 종교는 인간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전해 줍니까? 좋은 의도로 탄생한 종교가 왜 전쟁을 일으키는 걸까요? 우리의 믿음은 우리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줍니까?

 

인간과 사랑, 종교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고자 하는 분들께 헤르만 헤세의 나의 믿음을 추천해 드립니다. 우리보다 먼저 진리를 추구한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여정에 대해 고민하고 오늘날 우리가 품고 있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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