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여전히 - 안녕 폼페야!
조수빈 지음, 서세찬 그림 / 하움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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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병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이름조차 생소한 폼페병 환자는 국내에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15명 정도만 폼페병으로 진단받았을 정도로 희귀한 병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기도 힘들고, 미디어를 통해 접하기도 어려운 폼페병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폼페병을 앓고 있는 2006년생 열일곱 여고생이 쓴 에세이, 나답게, 여전히 안녕 폼페야! 가 그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생후 10개월쯤 희소 난치성 근육 질환 폼페병 진단을 받고 16년째 폼페병 투병 중입니다. 자신의 평생을 폼페병과 함께 살아온 소녀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당연히 고통스러우리라 예상된 배경이었지만 책을 읽으며 저자의 긍정성에 놀라게 되었습니다. 때론 억울해하고, 때론 주변을 질투하기도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상황과 생활에 빠르게 적응하며 누구보다 밝은 마음을 키워갑니다.

 

어느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찾아온 장애가 아니라, 평생을 함께 살아온 질환이어서인지 이 책은 투병기보다는 한 사람의 자서전 같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병보다도 조수빈이라는 한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읽을 수 있어 더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특이하게 제갈량의 팬입니다. 전국 여중, 여고를 뒤져보아도 제갈량의 팬임을 자처하는 여학생은 이 학생 한 명뿐일 것입니다. 어쩌면 환자로서의 자아가 아닌, 작가로서의 자아, 힘든 현실이 아닌 희망 넘치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기에, 삼국지라는 소설에 빠지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이 책 속 저자는 병에 짓눌려 하루하루를 버티기만 하는 환자가 아니라, 작가의 꿈을 가지고 남들보다 조금 특별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는 평범한 여고생입니다. 지금은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언젠가 세상에 나가게 되면 자신의 고민과 가치관을 다른 이들에게 전해주는 귀중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세상의 정의대로라면 저자는 장애인이지만 정작 저자 본인은 자신을 장애인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실제 장애의 여부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무엇으로 규정하느냐의 싸움에서 저자는 자신 안에 있는 다른 가치관으로 자신을 정의하게 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문득 속상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모든 사람이 각자의 속도대로 달리고 있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저 사람에게는 저 사람의 속도가 있고, 나에게는 나의 속도가 있다, 내가 저 사람의 속도에 맞출 필요도 없고, 저 사람이 나의 속도를 판단할 이유도 없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자신의 기준을 세워가며 여고생은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갑니다.

 

가족의 소중함 역시 이 책이 전해주는 아름다운 가치 중 하나입니다. 저자는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지만, 주변엔 함께 걷는 가족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고 성숙해지려면 이 폭이 넓어져야 합니다. 가족과 함께 걷던 길을 온 사회가 함께 걸어야 합니다. 저자는 오늘도 병과 씨름하고 있는 희소병 환자들을 응원하며 책을 마무리 짓습니다.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까요? 나답게, 여전히 안녕 폼페야! 를 통해 우리가 귀담아듣지 않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오늘도 씩씩하게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우리 사회 속 작은 움직임을 발견하시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을 진심으로 추천해 드립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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