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겨울나그네 1~2 세트 - 전2권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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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한파가 몰아치고 날이 쌀쌀해졌습니다. 이맘때가 되면 꼭 생각나는 소설이 있습니다. 작고하신 최인호 소설가의 명저 겨울 나그네가 그것입니다.

 

겨울 나그네는 80년대 영화로, 90년대엔 드라마로 방영하며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다양한 미디어를 넘나들며 각본으로 활용될 만큼 원작 소설의 줄기는 탄탄합니다. 이번에 이 작품은 뮤지컬로 개막합니다. 뮤지컬 개막에 맞춰 소설 겨울 나그네도 새로운 표지를 입고 우리 곁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산뜻한 표지로 겨울 선물용으로 참 좋게 출간된 겨울 나그네는 시대를 넘어 MZ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것입니다.

 

영화 건축학개론과 소설 국화꽃 향기 등은 90년대 대학에 다닌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며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이 책, 겨울 나그네는 그보다 더 이전 시대를 다룹니다. 어쩌면 지금 새롭게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에겐 부모 세대의 감성일 수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결국 청춘의 결은 시대를 넘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젊은 날들, 그 안에 펼쳐지는 잔인한 사랑의 감정은 시대를 가르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청춘의 희망과 기대는 배신을 당합니다. 그 가해자는 타인일 수도 있고, 세상 그 자체일 수도 있고, 자기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풋풋하고 아름답기만 한 청춘도 그야말로 한순간일 뿐입니다. 어쩌면 찰나이기에 한없이 소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 그 시절 아니겠습니까.

 

등장인물들은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조금은 고전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평면적인 캐릭터는 하나도 없습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다분히 입체적이며 복잡한 마음 상태를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줍니다.

 

꼬이고 꼬이는 민우의 삶, 전지적 시점으로 보고 있는 독자들은 당장에라도 개입해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싶지만, 민우의 삶은 점점 수렁으로 빠져만 갑니다. 민우는 다혜에게 절규하듯 말합니다. 나는 더 이상 당신이 생각하던 예전의 내가 아니라고, 지금의 나는 악마라고 외칩니다. 민우는 정말 악마일까요?

 

최인호 작가의 수려한 글솜씨 덕분인지 처절하고 비참한 순간들이 아름답고 처연한 묘사로 풍성하게 전달됩니다. 등장인물의 감정이 하나도 버려지지 않고 오롯이 독자들의 마음에 스며듭니다.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참 답답한 장면이 많습니다. 저걸 왜 저렇게 생각하지? 저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저렇게 난리를 부리는 거지? 그런데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이런 감정이 단순한 세대 차이 때문에 느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내 삶을 텍스트로 기록해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 더 답답한 모습이 보일 것입니다. 내가 그 안에 들어가 있을 때는 모르는 것이지요. 젊고 감정적일 땐 볼 수 없지요. 청춘이란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시대를 넘어도 변하지 않는 사랑과 갈등과 괴로움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분께 소설 겨울 나그네를 추천해 드립니다. 뮤지컬을 보신 후 원작 소설을 꼭 읽어보세요. 다시 돌릴 수 없는 그날의 우리들, 그때의 감정들, 이 책을 통해 깊이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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