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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이 가져다준 선물 - 생사의 경계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
박균영 지음 / Soljai출판 / 2023년 11월
평점 :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가까이서 보면 유난히 비틀거리는 사람이 보이기 마련입니다.
과학기술 논문 영어로 쓰기의 저자 박균영 교수가 이번에 시련이 가져다준 선물이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출판사까지 직접 설립하며 책을 제작했다고 하는 데 이 책에는 무슨 내용이 담겨 있을까요?
저자는 불면증, 심장 발작, 우울증, 이명증을 겪으며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힘겨운 나날을 보냅니다. 한밤중에 카카오택시를 불러 응급실에 가기도 하고, 여러 검사를 받은 후에야 본인이 정신적인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이 책은 이 과정을 오롯이 담아냅니다. 어디 진단을 받았다든가, 어디 검사를 받았다든가, 어떤 면에서 보면 이런 과정이 책에 필요할까 싶기도 하지만, 책을 읽어가며 꼭 필요한 내용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야말로 평범한 사람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역사책 속 위인의 거대한 모험담이 아닌, 평범한 우리 동네 아저씨의 인생 이야기입니다. 이 나이대 어르신들이 그러하듯 심장 검사니, 수면다원검사니 하는 것들을 받아보기도 하고, 별거 아닌 일로 아내와 마음 상할 일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제는 시력이 떨어져 노안이 왔다는 이야기와 자전거 교통사고 이야기 같은 것들도 전해집니다.
대단한 이야기들이 아님에도 페이지를 넘기며 점점 더 몰입하게 되는 저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대단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세상 모든 아버지가 그러하듯 자녀들은 아버지가 어떤 생각을 품고 계신지를 잘 알지 못합니다. 마음을 툭 터놓고 이야기를 나눠 본 경험이 없고, 더군다나 중요하지 않은 일상의 이야기일 경우 더 그러합니다. 무슨 걱정을 하고 계시는지, 오늘 하루는 어떠했는지를 고민해 본 자녀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책 소개 글만 읽었을 땐 엄청난 투병 과정을 겪은 인간 승리 스토리가 펼쳐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펼쳐 든 페이지에는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 가득했습니다.
무슨 의료인의 책도 아니고, 병을 극복해낸 환자의 성공기도 아닌 데 챕터마다 검사받은 이야기가 있냐고 하실 독자가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그렇기에 이 책의 가치가 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며 저자는 자신이 어딘가 달라졌음을 알게 됩니다. 이전보다 감성이 풍부해졌고,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그렇게 나이 많은 한 남성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생각을 기록하는 책을 집필하게 됩니다.
참 사랑스러운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누구도 집중하지 않았던 이야기이지만 이 책이 1인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는 사실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조금은 특별하게 고통받은, 그러나 너무 평범한 우리 주변 누군가의 이야기, 박균영 교수의 시련이 가져다준 선물을 통해 고통과 인생,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세상 모든 자녀에게 시련이 가져다준 선물을 추천합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