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대형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집
박순찬 지음 / 비아북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평 작가 중 가장 탁월한 인물 묘사를 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박순찬 작가가 뽑힐 것입니다. 만평 장도리로 널리 알려진 박순찬 작가의 그림은 인물의 특징을 완벽히 잡아낸 작화와 묘사로 진보, 보수를 넘어 여러 매체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박순찬 작가는 윤석열 정부의 1년을 정리하며 지난 장도리 카툰을 모아 용산대형이라는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표지에도 정말 기라성 같은 인물이 가득합니다.

 

책은 장도리 특유의 4컷 만화도 있고, 한 컷의 만평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작가의 말을 덧붙인 형식도 있습니다. 용산대형을 읽으며 숨 가쁘게 지나온 지난 1년이 오버랩되었습니다.

 

당시엔 어떻게 이런 일이 있냐며 울분을 토했던 사건도 있고,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반신반의했던 사건들도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런 일들이 너무 많이 벌어져 이제는 기억에서 사라진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만화를 보며 아 맞다 이때 이랬었지 하며 잊혀진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용산대형은 작가의 전작인 도리도리와 함께 일종의 아카이브 같은 역할을 해줍니다. 워낙 많은 사건이 발생해 시간의 흐름에 떠밀려 가버린 일들을 하나하나 복기시켜 주고 정리해 줍니다. 도리도리와 용산대형을 읽으면 지난 대한민국의 다사다난함이 고스란히 읽힙니다.

 

기억하는 사람이 없으면 역사도 왜곡됩니다. 그런 면에서 용산대형은 우리가 모두 소장하고 읽으며 언제라도 다시 살펴보아야 할 귀중한 자료입니다. 굵직굵직한 스캔들만 기록되는 역사책과 달리 이 책에 담긴 좀스럽고 찌질한 이야기들 또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면의 역사입니다.

 

책은 시종일관 유쾌하게 전진합니다. 세상 가장 불쾌한 이야기를 이토록 유쾌하게 전달하는 것 또한 작가의 능력이겠지요. 작가의 유머와 통찰력에 감탄하며 책을 읽다 보면 멈출 수 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되고 이내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독자로선 너무 재밌지만 동시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큰 고민과 걱정에 휩싸이게 됩니다.

 

아직 정권의 임기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과연 장도리 카툰은 몇 권의 책을 더 출간하게 될까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쌓이고, 얼마나 많은 황당함이 우리를 실소하게 할까요?

 

더 이상 장도리가 등장하지 않는 시대가 오기를 바랍니다. 용산대형을 읽는 독자들은 모두 만평가들이 망하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할 것입니다. 권력자의 핍박으로 망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국민들이 이런 황당한 꼴을 보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고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 컷의 그림이 수백 줄의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기도 합니다. 역사적으로도 시대를 기록한 유명한 명화들이 있습니다.

 

우리 시대엔 장도리가 있습니다. 박순찬 화백의 용산대형을 통해 고구마 100개 먹고 물 한 모금 마시지 않는 답답함과 뜨거운 여름날 땡볕 아래서 얼음 동동 띄운 사이다를 마시는 청량함을 동시에 느껴보세요. 답답하고 시원한 책 용산대형을 통해 우리 시대를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겠습니다.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할 때 권력자들은 두려워합니다. 진보, 보수를 떠나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박순찬 화백의 용산대형을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