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 - 경조증과 우울 사이에서, 의사가 직접 겪은 조울증의 세계
경조울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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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에서 우울증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대중적인 질병이 되었습니다. 우울증이 무슨 병이냐 맛있는 거 사 먹고 기운 내라 소리를 듣던 게 불과 수년 전인데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우울증이 질병임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대중성은 딱 우울증까지입니다. 그 이상 나아가면 여전히 일반인에겐 미지의 영역입니다. 조울증이 그러합니다. TV 뉴스에 종종 나오는 조현병과 헷갈리기도 하고, 우울하다는 건지 좋다는 건지 정확한 증상을 알 길이 없습니다.

 

현직 전문의이면서 조울증을 앓고 있는 경조울 작가님께서 이번에, 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 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조울증 환자의 심리를 가감 없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현직 전문의의 책이라길래 당연히 정신과 전문의가 의료인의 입장에서 쓴 의학 서적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조금 당황했습니다. 일단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가 아닙니다. 아무 상관 없는 전공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의료인의 입장에서 쓰인 책이 아닙니다. 환자의 입장에서 쓰인 책입니다.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이 책은 놀랍게도 엄청난 몰입감을 안겨다 줍니다. 책의 도입부만 해도 잠깐잠깐 독서를 멈춰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우울 삽화가 뭐야? 발생 기전은 뭔데? 왜 당연히 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거야? 그래도 의사가 해주는 말이니 의학적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으로 계속 책을 읽어갔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의학적 지식이 아닌, 환자의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전해주는 책이었습니다.

 

필명으로 쓰인 책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만큼 이 책은 솔직합니다. 저자의 속내와 성장 과정에서의 상처, 찌질한 속상함, 집착과 연약함, 사생활들이 숨김없이  전해집니다.

 

병실에서 사선을 넘나들며 사투를 벌이는 투병기는 아니지만,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2형 양극성 장애를 겪으며 어떤 어려움을 맞이하는지, 마음속에 숨겨둔 핵심적인 감정에 어떻게 접근하게 되는지, 얼마나 연약하고 취약한 상태인지가 고스란히 표현되어 집니다. 누가 봐도 인정할 만한 싸움은 아니지만, 그 자신에게는 자살의 문턱을 넘었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인정받지 못할 싸움에 대해 상세히 묘사합니다.

 

엄마와 남자 친구에 대한 애착의 문제,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인식의 문제 등 수많은 것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저자가 그러했듯 이 책의 독자들도 자신의 마음속에 벽을 쌓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오늘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울증을 앓고 있는 분들, 그 주변의 가족들, 2형 양극성 장애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 그 누구보다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탐구해보고 싶은 분들께 이 책, 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 을 추천합니다. 마음에 답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우리보다 먼저 자신의 마음에 답을 물어온 선배의 삶이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부유하던 우리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기를, 여러분의 인정받지 못하는 싸움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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