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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에게 잊히는 것이 싫어서 일기를 썼다 - 그림책 작가 오소리 에세이
오소리 지음 / 아름드리미디어 / 2023년 10월
평점 :
어제의 나는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냈을까요? 작년의 나, 십 년 전의 어떤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냈을까요? 분명 똑같은 24시간을 보냈을 텐데 그때의 나는 마치 원래부터 없었던 사람처럼 아무의 기억에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모두가 기억할 만한 특별한 일이 벌어진 날이야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나의 날은 누구의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림책 작가 오소리님께서 이번에 독특한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나는 나에게 잊히는 것이 싫어서 일기를 썼다 라는 책입니다. 오소리 작가님은 기록하지 않으면 영영 사라져 버릴 오늘을 부여잡기 위해 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전학을 가 낯선 학교에 들어선 날, 대학에 합격한 날, 군대에서 보낸 첫 밤, 결혼식, 돌잔치 등 나뿐만 아니라 모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특별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지나고 나서 함께 과거를 회상하며 웃고 떠들 수 있는 공통의 기억들 말이죠. 그런데 반드시 내가 기억해야만 사라지지 않을 일들도 있습니다. 어떤 사건일 수도 있고, 어떤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이 책에는 소소하고 별거 없는 평범한 이야기들이 기록됩니다. 나는 이런 기대를 했고, 이런 일을 하려고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던가, 사고가 날 뻔 했지만, 다행히 사고가 나지 않고 지나갔다 같은 에피소드답지 않은 에피소드들이 남겨져 있습니다.
이런 건 도저히 어디 가서 화두에도 올릴 수 없는 맥 빠지는 이야기들입니다. 쟤는 저런 의미 없는 자기 얘기를 왜 줄줄 늘어놓고 있어? 하며 무리에서 왕따당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일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남들에겐 하나도 중요하지 않지만, 나에겐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꼭 필요했던 시간들이며 감정들입니다. 목적 없이 부유하던 사춘기, 결국 결말을 짓지 못한 결심들, 이불 속에서 혼자 고민하다 덮어둔 찌질한 감정들까지 그 모든 것이 결국 나였으며, 지금의 나를 만들어 온 것입니다.
저자의 일기를 읽다 보면 타인의 감정인 것처럼 지난 시간을 읽게 됩니다. 독자와 저자는 다른 사람이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요? 저는 저자가 자신의 일기를 다시 읽어도 같은 감정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분명 나였던 그 아이, 지금과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결정을 내렸던 그 아이, 나이지만 동시에 남과 같은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책을 읽으며 저도 일기를 써야겠다는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처럼 수려한 글빨이 있어 장문의 텍스트를 남길 순 없지만 조각조각 짧은 문구로라도 나의 오늘을 기록해야겠습니다.
내가 기억해 주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나의 작은 날들이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순간순간 존재했던 잊혀진 나를 떠올려 보세요. 현재를 기록하여 미래의 나와 오늘의 나를 연결해 줄 중요한 첫걸음을 떼시길 바랍니다. 나를 기억해 주세요.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