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
신달자 지음 / 문학사상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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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을 맞이한 대한민국 대표 여류시인 신달자 선생님께서 이전의 책들과는 조금 다른 결을 담아낸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80의 인생을 녹여낸 묵상집,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가 그것입니다.

 

이 책은 부제부터 신달자 묵상집이라고 못 박고 있습니다. 묵상집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이전의 신달자 선생님의 에세이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는 신달자 선생님이 팔순의 삶을 살며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종교적인 시선에서 풀어낸 신선한 책입니다. 삶의 고통과 연민, 사무치는 감정들을 녹여내기에 신앙이라는 렌즈만큼 유효한 것이 없습니다. 우리 삶에 벌어지는 통탄할 일에 원망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종교를 가진 사람이 받은 축복일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신달자 선생님은 자신의 긴 인생을 신앙이라는 용광로에 녹여 해석해냅니다.

 

삶은 외롭습니다. 겉보기에 그럴듯한 삶을 살아간 이들 또한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독하고 쓸쓸합니다. 저자는 이 고독과 쓸쓸함을 수려한 문체로 풀어 기록합니다. 아름답고 외로운 문장들을 읽어가다보면 어떤 부분에선 공감으로, 어떤 부분에선 감상으로 몰입과 관찰을 반복하며 책에 젖어들게 됩니다.

 

건강한 사람은 꼭 외롭지 않아야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가 정한 이상향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신달자 선생님은 때론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고, 때론 수녀님과 스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인생이란 어떤 것인지를 재정의해갑니다. 신달자 선생님 정도의 명먕있는 분도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해간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생각이 젊은 어른이 있습니다. 신달자 선생님이 우리에겐 그런 어른입니다.

 

저자는 건강한 사람도 외로울 수 있음을 인생을 통해 배웠습니다. 오히려 건강한 사람은 외로움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사람이 아니라, 외로움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는 법을 아는 사람입니다. 고독을 통해 인생의 정금같은 고백이 나옵니다. 쓸쓸함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불행은 절대로 혼자서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책의 표현대로라면 불행이 올 때는 기쁨의 자식을 어디서라도 안고 옵니다. 불행은 이미 장성한 어른이고, 기쁨은 아직 너무 어린 자식이라 큰 영향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영원히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불행을 잘 대해주면 불행은 기쁨을 키울 것이고 언젠가 무럭무럭 자라 어른이 될 것입니다. 불행은 점점 늙고 기쁨은 점점 성장할 것입니다.

 

전 눈 앞의 현실만 보이는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청춘을 이미 지나 팔순의 나이에 인생 전체를 돌아보는 어른은 삶을 어떻게 정의할까요? 그 시선을 따라가는 것이 인생 후배인 우리에게 큰 유익이 되어줄 것입니다.

 

신달자 묵상집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고를 통해 우리 삶에 펼쳐진 신의 섭리와 인도하심, 삶의 굴곡과 성장을 경험해보세요. 어쩌면 우리 눈에 보이는 현실이 전부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큰 무언가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더 미치고, 더 흐느기고, 더 견뎌봅시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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