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엔 연애를 쉬겠어 - 우리가 연애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임윤선 지음 / 시공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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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명절 한가위가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준비해야 합니다. 쏟아지는 질문 세례를 막아낼 마음의 방패와 억지로 지어야 하는 경직된 미소를 말이죠. "만나는 사람은 있니?" "누구 딸내미는 벌써 애가 초등학교 갔다더라." "눈을 좀 낮춰봐라. 사람 다 거기서 거기다." 신경 써준다고 던지는 말들에 푹푹 상처가 파입니다. 명절은 왜 일 년에 두 번이나 있는 걸까요?

 

누가 봐도 아쉬운 것 없어 보이는 잘나가는 여성, 임윤선 변호사가 특별한 책을 출간했습니다. 어떻게 읽으면 당당해 보이고, 어떻게 읽으면 조급해 보이는 복잡한 느낌의 제목입니다. 올해엔 연애를 쉬겠어.

 

이 책은 남자를 고르는 눈을 키우고 제대로 된 연애를 소개해 주는 카운슬링 책도 아니고, 비혼주의를 설파하며 여성들이여 나를 따르라고 외치는 계몽 서적도 아닙니다. 변호사와 방송인이라는 조금은 특수한 직업을 가졌지만, 그 나이대에 으레 겪는 고민과 후회, 도전과 포기를 해나가는 평범한 우리네 삶을 담아낸 에세이 서적입니다.

 

책에는 저자 본인의 감정이 담기기도 하고, 누군가의 에피소드가 담기기도 합니다. 연애와 이성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기도 합니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도 있고, 속 터지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 번쯤 이야깃거리로 올라올 만한 내용들도 꽤 등장합니다.

 

그래서 결론이 무엇일까요? 연애하자는 겁니까? 하지 말자는 겁니까? 이 책은 무속 같은 답을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연애의 모습과 사랑의 형태에 대해 전해줍니다.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이 답답한 이야기들이 꼭 남의 이야기 같지만은 않아집니다. 내 이야기를 할 때는 외면하고 회피하느라 적나라하게 들여다보지 못했던 심연의 감정들이 남 이야기를 하니 명확하고 분명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러니 아직 솔로지 하며 혀를 끌끌 차려다가도 내 안에서 그와 비슷한 모습을 발견하고 움찔하게 됩니다. 책에서 그려지는 한심하고 어리숙한 이들의 모습이 나의 과거와도 어딘가 비슷하게 중첩됩니다.

 

자신의 감정을 텍스트로 드러내는 저자의 글은 정말 탁월합니다. 기껏 쓴 문자 메시지를 지우며 인간에 대한 이해를 말하고팠는데, 관계에 대한 미련처럼 보일까 봐 지운다는 표현을 보며 지나간 내 감정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우리도 언젠가 한 번쯤 느껴본 감정과 고민인데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해 두루뭉술 흘러가 버린 생각들이 참 많습니다. 이 책에선 우리가 겪는 폭풍 같은 생각들을 글로써 명확하게 정리해 줍니다. 내 혼란한 생각들이 저자의 또렷한 글쓰기를 통해 이해되는 기분이었습니다.

 

누군가는 관계를 다루는 데 능통하고, 누군가는 자기 생각을 파고드는 데 능통합니다. 전자의 사람의 경우 알아서 결혼하고 잘 살겠지만, 후자의 경우 고민하고 망설이고 돌아서고 포기하는 일이 많을 것입니다. 이 책은 후자의 사람이 후자의 사람들을 위해 썼습니다. 침대에 누워 자기 생각과 하루를 파고드는 분들이 복잡한 연애와 이상한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떤 감정인지 이 책을 통해 제대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연애가 싫은 것은 아닌데 그냥 좀 지친 분들, 다가올 명절이 마냥 스트레스인 세상 모든 싱글에게 이 책, 올해엔 연애를 쉬겠어를 추천합니다. 솔직한 속마음을 들으며 외면하고 묻어두었던 내 감정들을 조심스럽게 다시 꺼내어 보세요. 올해까지 쉬고 내년엔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를 일입니다. 모든 싱글이 평안하고 안녕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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