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간을 안아주고 싶어서
김상래 외 지음 / 멜라이트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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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열두 명이 저자로 이름을 올린 책이 있습니다. 집단 지성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풀어낼지 자못 궁금해지는 나의 시간을 안아주고 싶어서가 그것입니다.

 

이 책은 앞표지와 뒤표지 날개를 모두 할애해 저자의 이름과 소개를 빼곡히 기록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샅샅이 살펴보아도 통 아는 이름이 나오질 않습니다. 작가 소개 글을 읽어보아도 당연히 있을법한 학력이나 이력은 공개되지 않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이 책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하는 것일까요?

 

나의 시간을 안아주고 싶어서는 총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의 옆면을 보면 종이의 색으로도 명확히 경계가 지어집니다. 각각의 챕터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상징합니다. 열두 명의 저자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짤막한 에피소드와 생각을 풀어냅니다.

 

기승전결이 있는 책도 아니고,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가 모이는 책도 아닙니다. 보통 이렇게 많은 작가가 함께 쓰는 책의 경우 명확한 주제를 설정해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식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각자가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빠집니다. 이 사람은 이 얘기를 했다가 저 사람은 저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맥락 없는 이 책을 읽으며 설명할 수 없게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인물들은 연령이 모두 다릅니다. 살아온 세대가 다르고 지나온 지역도 다 다릅니다. 그런데 각자 다른 시간선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땅 안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겪고 만들어 가며 한 사람의 인격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설명하기 힘든 신비와 울림을 주었습니다.

 

혹시 이 설명이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다고 느껴지시는 분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가족에 대해, 꿈에 대해 서로 다른 시대, 서로 다른 곳에 있던 사람들이 치이고 깎이고 고민하며 자신만의 걸음을 걸어 나가는 모습은 이해하기 힘든 경이로움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무언가 대단한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각자가 자신의 속도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기준도 없고, 점수표도 없이 그저 모두가 자신의 속도대로 살아갑니다. 이 중구난방인 이야기는 결국 인생, 삶, 여정이라는 하나의 굵은 줄기로 모여듭니다.

 

다른 삶을 살아온 만큼 꿈꾸는 미래도 모두 다릅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기대를 하며 맞닿아 살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열두 명의 작가들은 길에서 마주쳐도 서로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조화를 이루며 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인연이 닿고 때로는 닿지 않겠지만 그저 그렇게 한 사람으로 존재하며 살아갑니다.

 

책을 읽으며 이 사람의 삶은 나와 정말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제삼자의 시선으로 보게 되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이 책을 통해 세상을, 타인을, 그리고 자신을 읽어나갈 뿐입니다.

 

시절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나의 시간을 안아주고 싶어서를 통해 스쳐 지나간, 머무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우리의 치열한 시절을 읽어보세요. 명확하게 설명하기 힘든 감성이 내 안에 휘몰아치는 것을 경험하게 되실 겁니다. 나의 시간을 안아주고 싶어서를 꼭 읽어보세요.



 

 

 

본 리뷰는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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