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남편이 내 곁을 떠났습니다 -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 후, 아픔을 딛고 나아가는 이야기
한수정 지음 / 설렘(SEOLREM)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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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이별이 가슴 아픈 법이지만 그중에서도 사별은 다른 이별과 비교할 바가 못 됩니다. 무슨 수를 써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절망감, 멀리서 지켜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완전한 헤어짐, 적어도 이 세상에서는 아주 작은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 끝없는 단절을 경험하게 합니다.

 

어느 날 허망하게 남편을 떠나보낸 아내가 있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는 그렇게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졌습니다. 아내는 자신의 감정을 글로 풀어 쓰기 시작했고, 블로그에 쌓인 글은 한 권의 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제목만으로도 먹먹해지는 어느 날, 남편이 내 곁을 떠났습니다 가 그것입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작품에서는 으레 등장하는 것이 죽음에 대한 묘사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으며, 어떤 이유로 죽음을 맞이했으며,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가 상세히 드러나야 합니다. 그래야 그 인물에게 몰입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책에는 그와 관련된 아무런 묘사가 없습니다. 책을 읽으며 저도 모르게 '그런데 이분은 어떻게 돌아가신 거지?'라는 물음이 떠올랐습니다. 한 번쯤 이야기할 법도 한데 이 책은 그에 대한 아무런 언급 없이 오로지 저자의 감정과 상황을 전개해 나갑니다.

 

그런데 책을 읽어가면서 이 책의 독특함이 주는 설명하기 힘든 감정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엔 당연히 사별하고 남은 이들을 위한 위로의 책인 줄 알았습니다. 어쩌면 저자 역시 그런 목적으로 이 책을 썼을지도 모르고요.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이 책에선 직업 외엔 특별히 묘사되는 것이 없는 남편에게 감정이입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뭐랄까 마치 내가 떠난 후 남겨진 가족들을 구름 위에서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합니다. 책에서 시종일관 말하고 있는 화자도 아내이고, 책에 기록된 모든 감정은 아내의 것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막상 아내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남편의 입장에서 이 책을 보게 됩니다.

 

'내가 떠나면 우리 아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내가 죽으면 아내는 어떤 감정으로 하루를 보낼까?'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이 책이 모든 페이지를 할애하여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책은 처음입니다. 독자가 남자인 경우와 여자인 경우에 느껴지는 감정이 다를 것 같은데, 어쨌든 저에겐 저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상당히 특별한 감정을 전해주는 놀라운 책이었습니다.

 

비극적 슬픔과 청승맞음으로 가득한 책일 것 같았지만 의외로 남은 가족들은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갑니다. 이따금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 밀려오지만, 또 이내 씩씩하게 다음 하루를 살아냅니다. 내가 떠난 후 가족들의 모습이 이러하겠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위로가 되고, 초연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떠나갈 것이고, 우리를 사랑하는 누군가는 이 세상에 남을 것입니다.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 이것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일어나는 절대적 사건입니다.

 

누군가는 이 책을 통해 위로받을 것이고, 누군가는 이 책을 통해 남은 시간 가족의 소중함을 더 깊이 느낄 것입니다. 남편의 입장에서, 아내의 입장에서, 자녀의 입장에서 책을 읽으면 모두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실 것입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든 평범한 남편과 아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드립니다. 이 책을 통해 가족과 사랑, 이별과 성숙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어가게 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더 사랑하며 삽시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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