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생일에 헤어졌습니다 - <혼찌툰>의 이별 극복, 리얼 성장기
남아린 지음 / 마시멜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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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를 조심하라고 합니다. 나쁜 일이 생기지 않게 큰일은 피하라고요. 그런데 다른 날도 아닌 생일까지 조심해야 하는 건 좀 심하지 않습니까? 여기 스물아홉 생일에 이별을 맞이한 사람이 있습니다. 달디단툰과 혼찌툰의 남아린 작가님입니다. 작가님은 자신이 겪은 이별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내셨고, 그 책이 스물아홉 생일에 헤어졌습니다 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찾아왔습니다.

 

알콩달콩 예쁜 사랑을 나누는 커플을 보면 으레 마음속으로 하게 되는 생각이 있습니다. '니네 얼마나 가나 보자. 유난 떠는 애들이 더 먼저 헤어지더라.' 특별히 악감정이 있어서 하는 생각은 아닙니다. 그저 주변에서 유난 떨던 커플은 꼭 헤어지기에 경험적으로 쌓인 생각일 것입니다. 사실 유난 떤다고 더 이별을 쉽게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저 그만큼 다른 이들의 머릿속에 연애의 과정이 더 뚜렷하게 남기에 헤어짐도 더 도드라지게 기억될 뿐일 겁니다.

 

작가님은 규찌툰을 통해 수십만 명의 사람들에게 연애 일상을 전해왔습니다. 남친의 제대를 기다리는 꽃신의 일상을 통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유난히 유난 떨던 커플이 결국 헤어졌습니다. 사람들에게 이별을 알릴 때, 그리고 더는 이전과 같은 창작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현실을 마주할 때 작가님이 느꼈을 절망감은 얼마나 컸을까요?

 

책에는 이별의 순간 작가님이 느꼈던 공허함과 슬픔, 절망감과 막막함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다고 믿었던 우리가 그저 그런 뻔하고 평범한 커플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린 시절 우리는 모두 자신이 주인공이라 믿으며 세상을 살아갑니다. 만화영화를 보며 재난 현장에서 웅성웅성 구경하고 있는 군중에 자신을 몰입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내가 가장 특별하다고 믿지요.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내가 어떤 순간엔 그저 수많은 군중 속 한 명일 뿐인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의 주인공이었던 저자는 그저 그런 여자1이 되어버립니다. 아이유가 2021년 발매한 노래 드라마의 가사처럼, 단역을 맡은 평범한 여자가 됩니다.

 

그런데 이별 후에서야 비로소 보이게 된 풍경들이 있었습니다. 내 세상은 온통 너로만 가득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헤어진 후에 내 곁을 계속 지켜주고 있던 수많은 사람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사람들은 없다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닙니다. 계속해서 내 옆에 있었지만 내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지요. 이별 후의 세상은 마냥 깜깜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때론 웃을 일도 있고, 오히려 더 큰 기쁨을 경험하게  되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오랜 연애 후 솔로가 되어도 여전히 그 사람의 잔상은 남아 있습니다. 내 말투에서, 우연히 찾은 서랍 속 물건에서, 하루의 루틴에서 수시로 그 사람이 불쑥불쑥 튀어나옵니다. 어쩌면 그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의 성장과 성숙의 과정에 함께 했던 사람이라 앞으로도 나의 기억 속에, 또 내 인격의 다양한 부분에 계속 영향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나에게 영향을 주었던 모든 것을 다 지워내고 온전히 나만 틱하고 남아야만 진짜 내가 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별의 과정을 또 겪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이 몇 번이고 중첩되어 쌓이고 깎이고 덧칠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진짜 나일지도 모릅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지만, 또 그래서 지금의 내가 있는 거지요.

 

이 책에는 이별을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수많은 감정이 디테일하게 담겨 있습니다. 내가 표현하지 못해서, 혹은 인지하지 못해서 그냥 흘려보냈던 감정들이 이 책의 그림과 텍스트를 통해 또렷하게 정의되면서 '아 그때 그 감정이 이거였구나' 하고 스스로 이해하게 됩니다.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영역에 있어서 남아린 작가님의 표현력은 정말 탁월합니다.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감탄했습니다.

 

이별의 폭풍우에 휩쓸려 이리저리 부유하는 모든 청춘에게 이 책, 스물아홉 생일에 헤어졌습니다 를 추천해 드립니다. 우리는 이별을 통해 평범해지고, 이별 후 다시 일어섬을 통해 또 다르게 특별해집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당연히 거치고 지나가야 할 청춘의 한 페이지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기회를 얻게 되시길 바랍니다. 꼭꼭 읽어보세요.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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