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 - 도시산책자의 마을 여행
박수현.조연진 지음 / 바람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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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가에는 수많은 여행에세이들이 가득합니다. 주로 유명 해외 여행지를 다녀온 후 이방인의 시선에서 낯선 나라의 문화를 기록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좀 독특한 에세이가 출간되었습니다. 서울의 중랑구를 돌아다니며 쓴 에세이입니다. 중랑구는 서울 사람들도 잘 모를 정도로 특별한 것이 없는 지역입니다. 랜드마크도 없고 유명인도 없는 이런 동네에서 저자는 무슨 이야기를 풀어내려는 것일까요?

 

책에는 용마랜드, 동원시장 등 중랑구민이라면 모를 수 없는 지역들이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조금 특별한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도 중랑구라면 구석 구석 모르는 곳이 없을 정도인데 책을 통해 접하는 중랑구의 묘사는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어딘가 낯선 느낌을 주었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몰랐던 장소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도 아닌데.

 

계속해서 책을 읽어나가며 제가 느낀 특별한 감정의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전 늘 중랑구를 바라보며 살고 있지만 단 한순간도 타인의 눈으로 중랑을 본 적은 없었습니다. 매번 내 시선에서 주변을 둘러봤고, 내가 가진 편견과 선입견으로 중랑을 해석해왔습니다. 그런데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이 전혀 다른 감성으로 동시대에 바라보고 있는 중랑의 묘사를 들으니 무언가 설명하기 힘든 오묘한 감정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이 책의 탄생 목적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휴가 철만 되면 해외로 나가는 이유는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을 마주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세상 가장 익숙한 곳을 낯선 눈으로 보는 시도를 합니다. 우리 동네를 여행지처럼, 또 남의 동네인 것처럼 거닐고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가족앨범을 뒤져보면 온통 관광지에서 찍은 사진 뿐입니다. 저는 한 번도 중랑구 골목에서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습니다.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나면 가게도 간판도 하나 둘 바뀌어 가는데 전 왜 동네를 기록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요?

 

이 책은 저에게 특별한 창의성을 일깨워주었습니다. 일상의 소중함, 다른 시선으로 다양하게 세상을 보는 것, 기록의 중요성.

 

기승전결이 있는 책이 아니고, 어떤 메시지나 엔딩이 있는 책도 아닙니다. 그런데 그래서 더 의미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화려하게 서있는 저 코스트코와 이마트, 홈플러스도 먼훗날 보게 되면 다시는 찾을 수 없는 추억의 공간이 되어 있을까요? 지금의 나는, 오늘의 중랑은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요?

 

이 책을 통해 중랑에 K4 리그 축구팀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허락한 다면 경기날 방문해 중랑의 호흡을 느껴보고 싶네요.

 

우리의 오늘과 어제, 골목과 산등성이가 담겨 있는 참 소중한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중랑을 통해 익숙하면서 낯선 우리 마을의 순간을 기억해보세요. 분명 책을 읽기 전과는 다른 새로운 감성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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