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살 만하다
나혜옥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은 멀리서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멀리서 보아도 온갖 풍파를 겪은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의 고백이 참 놀랍습니다. 인생은 살 만하다는 것입니다.

 

보통의 엄마로, 보통의 딸로, 보통의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 나혜옥 선생님께서 두드림미디어를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살 만하다는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책에는 저자가 살아온 지난 인생이 또렷하고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인생이 참 다사다난합니다.

 

여상을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해 남편을 만나 결혼하기까지는 특별할 것 없는 무난한 인생이었습니다. 그런데 IMF 이후 공장까지 문을 닫고 급속히 기울어가는 가세와 남편의 연이은 사업 실패는 저자를 격정의 폭풍우 속으로 밀어넣게 됩니다.

 

갑작스레 뇌경색(중풍)에 치매 증상까지 생기신 시어머니를 보살피고, 간병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양육하는 일까지도 젊음을 무기로 당당하게 해나갑니다. 그러나 맞벌이로 장만한 아파트를 남편이 보증을 잘못 서 경매로 넘기기도 하고, 아들은 틱 증상과 뚜렛 증후군을 보이며 ADHD 판정을 받기까지 합니다. 저자가 방문판매를 하며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지만 세상은 도와주질 않습니다. 남편은 계속해서 사업에 실패하고 집안 분위기는 침울해져 갑니다.

 

한가지만 겪어도 온 동네사람들 붙잡고 신세한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힘든 일들이지만 저자는 이미 벌어진 일은 쉽게 쉽게 잊어버리며 다시 내일의 새로운 날을 살아갑니다.

 

처음 책을 읽을 땐 특별히 힘든 사건을 거쳐 온 한 어른의 과거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성장기와 과도기를 겪어낸 보편적인 역사 책 같다는 느낌도 받게 되었습니다.

 

IMF 이후 온 국민이 고통에 빠졌습니다. 사업에 실패하고, 빚더미에 앉으며 생을 포기해 간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부모의 병수발과 자녀 교육의 이중고로 모든 짐을 짊어지고 걸어간 세대가 있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내려 발버둥치며 부모세대와 자녀세대를 모두 끌어안고 달려갔던 참 고단한 세대입니다.

 

IMF, 사업실패, 부모의 병 간호, 자녀 케어의 어려움 등 한 사람의 인생으로 보니 참으로 괴로운 일들이지만, 지나온 시대 우리 기성세대들이 모두 짊어지고 끌어온 것들입니다.

 

조선시대 역사 이야기나, 근현대사의 파란만장한 사건들은 역사책으로 많이 접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기십년을 살아간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는 역사책에서 접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이 땅을 살아낸 기성세대의 진짜 삶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어디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정말 평범한 사람의 눈물과 기쁨이 반복되는 진짜 인생 이야기입니다.

 

힘든 와중에도 저자는 소망을 품고, 미래를 꿈꾸고, 순간순간 기쁨을 찾으며 오늘 하루를 살아갑니다. 미리 안다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손사레 칠 일들도 막상 닥치고 나면 어떻게든 잘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음 세대를 살아갈 청년들에게 참 귀감이 되는 진짜 어른의 모습입니다.

 

말로 가르치려 하지 않고 삶으로 살아낸 어른의 모습은 존경스럽습니다. 이 책에는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잘 감당한 어른의 모습이 녹아 있습니다. 이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살 만하다를 통해 예순이 넘게 대한민국을 살아낸 어른의 뒷모습을 보시길 바랍니다. 우리도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낼 수 있습니다. 고통스럽고 포기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살 만합니다. 그 믿음과 소망을 이 책을 통해 꼭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