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골디락스 지음 / 시공사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속담 중에 자기 얼굴에 침 뱉기 라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 뜻은 그렇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이 속담은 가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에게 주로 쓰입니다. 밖에서 가족 얘기하는 건 자기 얼굴에 침 뱉는거라며 아예 말조차 꺼내지 못하게 합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우리가 부모에게 받은 상처를 어디서 치유받아야 할까요?

 

골디락스 작가님이 쓰신 신간, 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는 저자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와 아픔들을 가감없이 기록하고 있는 솔직한 에세이입니다. 성인이 되어 아이의 엄마가 된 저자는 아이를 키우면서 불쑥 불쑥 솟아오르는 분노를 경험합니다. 내 새끼는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예쁜 것인데 부모는 나에게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 상처를 주고 괴롭게 했을까? 자신의 우울증을 마주하며 저자는 자신의 성장기를 돌아봅니다. 그리고 과거의 부모와 마주하게 됩니다.

 

화가 나면 손에 집히는 대로 집어 던지던 아빠, 나이가 들어 힘이 빠지자 술과 담배에 의존하며 세월을 보내던 그 모습, 저자의 마음에 깊이 남은 상처는 배우자를 고를 때도 최대한 아버지와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할 정도로 크고 깊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술을 마신다고 다 아빠처럼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부모님의 잦은 싸움과 불화는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전화기 벨소리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정도로 깊은 트라우마를 남깁니다. 겉으론 친구들과 잘 지내며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 마음 깊숙히 새겨진 상흔은 두고두고 쓴열매를 맺게 합니다.

 

아빠와 이혼하지 않았음에도 남자친구를 사귀었던 엄마, 계속되는 무시와 무관심, 아이는 정서적으로 어디에도 기대지 못하고 고립되어 갑니다. 폭력적인 학대만이 학대가 아닙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학대당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에 대한 선입견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어만어마한 괴롭힘과 성적 학대, 폭력을 당해야만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삶의 순간 순간 아이를 궁지로 몰아넣었던 방임과 정서적 폭력이 성인이 된 후에도 자녀를 얼마나 망가뜨리는지를 생생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나를 괴롭게 했던 부모, 그러나 그 안에도 분명히 존재하는 나를 향한 희생, 이 불편한 양가감정은 결국 가해자 없는 피해자를 만들어 모두를 실패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어버립니다.

 

저자는 용기있는 도전을 합니다. 자신이 받은 상처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입니다. 누군가는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라며 침묵을 요구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저자는 다른 누구의 입장이 아닌 오직 자신의 마음을 위해 옳은 일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이 감정들을 모두 드러내고 나니 오히려 감정의 노예가 되지 않고 더 명확하게 잘잘못을 분별하게 되었으며 오히려 부모님을 용서하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미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서 들춰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이 책을 통해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를 들여다 보며 내 안의 울고 있는 어린 아이를 발견하게 되시길 바랍니다. 다른 누가 아닌 오직 나를 위한 용기를 발견해보세요. 우리는 치유받을 수 있고 성장할 수 있고 성숙할 수 있습니다. 그 반가운 한 걸음에 큰 힘이 되는 용기를 이 책을 통해 꼭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