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온도 - 엄마를 직접 돌보는 요양보호사의 지혜 지속가능한 가족돌봄의 회복탄력성
이은주 지음 / 헤르츠나인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는 내가 태어날 때부터 엄마였지요. 우리는 엄마가 아닌 엄마의 모습은 본 적도 없고 상상해 본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 엄마가 아닌 엄마를 바라봐야 하는 딸이 있습니다. 엄마가 딸이 되고, 딸이 엄마가 된 이야기, 치매가족의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를 집필하신 이은주 선생님의 신간, 돌봄의 온도는 치매 엄마를 대하는 딸의 시선에서 쓰여진 에세이입니다. TV를 통해, 여타 서적을 통해 치매 가족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접한 적은 있지만 이 책은 철저하게 간병인 가족의 시선으로 바라본 치매 환자의 모습을 그리기에 더 특별하고 글의 밀도가 높습니다.

 

엄마는 치매를 겪은 후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책의 표현대로라면 이제부터 익숙해져야 할 왠 낯선여자가 있는 것입니다. 순간순간 기억력을 잃으며, 실수하고 미안해하기를 반복하는 삶, 더없는 희생정신으로 치매인을 돌보지만 정작 스스로를 자책하고 죄책감을 느끼게하는 고통의 형벌, 책을 읽으며 어디서도 알지 못했던 치매 가족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들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길을 걷다 바지에 그대로 실례를 하는 엄마, 그런 엄마를 태연하게 집까지 모시고 가 옷을 갈아입히고 몸을 씻기는 딸, 엄마는 때론 소녀가 되었다가, 때론 아예 아기가 되어버립니다. 이런 과정은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비극일지 모릅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 책은 이 모든 이야기를 꽤 덤덤하게 그려냅니다. 그저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일, 다만 나도 모르게 조금 코끝이 찡해지는 그런 평범한 이야기인 것처럼 하루의 일상을 그려냅니다.

 

저자가 요양보호사여서인지 치매 환자의 마음이나 생각을 꽤 디테일하게 읽어냅니다. 스스로 매일 시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꽃, 남들보다 빠르게 저물어가는 자신의 모습과 자신을 돌보는 주변인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책에 그대로 표현됩니다.

 

엄마의 상태가 조금씩 안 좋아질 수록 딸은 조금씩 더 성장해갑니다. 어제보다 좋지 않은 엄마를 어제보다 더 이해하게 됩니다. 엄마는 젊은 시절 자신의 우울증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딸은 좀더 깊이 자신의 내면을 읽어나갑니다.

 

책에는 개인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만 담겨져 있지 않습니다. 돌봄 서비스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와 치매 가족이 대처해가야 할 수많은 질문과 무례함들에 대한 대응법까지 상당히 실제적인 가이드들이 불쑥 불쑥 등장합니다.

 

가족 중에 치매가 있거나, 혹은 가족과의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모든 어른아이들에게 이 책, 돌봄의 온도를 추천드립니다. 답이 없는 인생에서도 회복탄력성을 기르며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어제보다 더 자신을 사랑하는, 어제보다 더 엄마를 이해하는 나로 성장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함께 걷지만 고독한 길, 그 길을 걷고 있는 모든 치매 가족들을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합니다.






 

본 리뷰는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