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줄 알았으면 말이나 타고 다닐걸 - 난감하고 화나도 멈출 수 없는 운전의 맛
손화신 지음 / arte(아르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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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누군가에겐 생계, 누군가에겐 여가, 누군가에겐 공포인 것. 여러분에게 운전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까? 이번에 출간된 신간, 이럴 줄 알았으면 말이나 타고 다닐걸은 운전을 인생 그 자체에 빗대어 묘사해나가는 독특한 책입니다.

 

우리는 인생이 늘 계획대로 흘러가기를 기대합니다. 나의 노력이 결실을 얻기를 바라고 세상이 순리대로 흘러가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내가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원합니다. 그런데 인생은 그렇지 않습니다. 나의 노력과 상관없는 결과가 생기기도 하고, 순리를 거스르는 사고가 터지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억울하게 당하는 일들이 수시로 생겨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인생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운전 역시 그러합니다. 아니 오히려 운전을 통해서 더 짧은 기간에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래서 운전은 인생과 닮았습니다. 인생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자는 운전연수 강사로부터 도로는 정글이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나를 지키기 위해 칼을 휘두르고 나무를 베며 없던 길도 만들어야 하는 곳 아닙니까? 그런데 강사는 정글 생존법에 대해 분명하게 이야기합니다. 기본에 충실하며 법규를 지키고 양보하며 살아남는 것이라고 말이죠. 얼핏 이해가 되질 않는 이야기입니다. 생존과 양보가 공존할 수 있는 단어인가요?

 

그런데 저자는 운전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맞게 된 접촉사고를 통해 이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사고 후 며칠 간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덜덜 떨며 온갖 해결책을 찾아 머리를 굴리고 있던 저자에게 피해자는 물파스로 닦으니 스크래치가 없어지더라며 그냥 넘어가겠다는 이야기를 전해옵니다. 그리곤 뒤이어 이렇게 말합니다. 다음에 당신에게도 이런 일이 벌어지면 똑같이 선의를 베풀어 달라구요.

 

화살이 빗발치듯 쏟아져 내리는 전쟁터, 주변을 둘러보면 정신이 나간 사람들 투성이에 나만 정신 차린 다고 답이 나오질 않는 황당한 상황,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얼마나 이기적이어야 하는 걸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반드시 이기적인 사람이 생존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도를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고 함께 걸어가는 법을 배운 사람이 오히려 더 오래 생존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인생이 그렇고, 운전이 그렇습니다.

 

이쯤에서 뻔하다면 뻔한 인생의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사람이 강한 것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운전을 통해 우리는 참 다양한 사회의 군상들을 축소해서 마주하게 됩니다. 명백한 성차별의 문제와 호의를 원수로 갚는 파렴치한, 남에게 무관심한 이기심까지. 이 모든 것이 오늘도 도로 위에 펼쳐집니다.

 

여러분의 운전은 안녕하십니까? 아무런 표정도 보이지 않는 무심한 헤드라이트의 똑같은 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방식대로 발버둥치고 있는 고유한 인생들이 있습니다.

 

여기 신간, 이럴 줄 알았으면 말이나 타고 다닐걸을 통해 자신만의 어드벤처를 헤쳐나가고 있는 보무당당한 경차의 인생을 살펴보세요. 기쁨과 슬픔, 분노와 후회가 뒤섞인 브레이크질을 통해 오늘 하루만큼 각자의 운전과 인생이 성숙해가는 것을 경험하시게 될 것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올해도 내년도 안전운전하세요.






본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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