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똑같이 살 순 없잖아 - 그것대로 괜찮은 삶의 방식
김가지(김예지) 지음 / 다크호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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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청소 일 하는데요? 와 다행히도 죽지 않았습니다 라는 두 권의 책을 통해 수많은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셨던 김예지 작가님께서 이번엔 다 똑같이 살 순 없잖아 라는 신간을 통해 우리 곁에 찾아오셨습니다. 이번 책은 엄마와 딸이 미묘한 관계를 그림으로 그려낸 가족 에세이입니다.

 

작년에 KBS에서 방영되었던 요즘것들이 수상해 라는 TV 프로그램에 김예지 작가님이 출연하셨습니다. 엄마와 함께 청소일을 하며 요즘 세대와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어 호평을 받았는데요. 이 프로그램에서 작가님은 엄마와의 이야기를 담은 새 책을 쓰고 있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그 때부터 쓰고 있는 책이 이번에 다 똑같이 살 순 없잖아 라는 제목을 달고 출간된 것입니다.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가깝지만 그 가까운 거리에 놀랍도록 두꺼운 벽이 있는 모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너무도 평범한 부모와 자식의 모습입니다. 세상 가장 친근한 사이지만 동시에 서로에 대해 가장 오해하고 있는 사이, 부모와 자식은 각자만의 숨겨진 공간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저자는 이것을 엄마의 방과 나의 방으로 나누어 묘사합니다. 엄마의 방에선 엄마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생이 펼쳐집니다. 딸의 방에선 딸의 입장에서 바라본 인생이 펼쳐지구요.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살아가는 두 사람이지만 각자의 방에 그려진 서로의 모습은 참 많이도 다릅니다. 딸의 방에서 보여지는 지친 엄마의 모습, 엄마의 방에서 보여지는 날카로운 딸의 모습, 둘은 같은 시간을 다르게 살아갑니다.

 

이 책의 가장 놀라운 점은 내밀한 감정들이 가감없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데 있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느꼈던 부끄러운 감정들, 찌질했던 어린 시절, 돈 때문에 망설이고 움츠러들었던 순간들까지 어디에 가서 에피소드라고 말하기도 뭐한 애매하고 쪼그라든 기억과 감정들을 그림과 텍스트를 통해 솔직하게 표현해냅니다. 우울과 불안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나아가는 영웅적인 스토리는 없지만, 하루하루의 삶에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데서 놀라운 성숙함과 용기, 생각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엄마에 대해 참 많이도 알고 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살아온 나날들에 대해 참 많은 이야기를 기록해나갑니다. 저에게 엄마의 인생에 대해 써보라고 하면 딱히 써내려갈만한 이야기들이 떠오르질 않는데, 저자는 엄마와 참 많은 시간을 보냈구나 하는 마음에 부러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상에서 늘 엄마에게 케어받던 저자는 엄마와 떠난 여행에서 엄마의 보호자 역할을 해봅니다. 여행을 잘 모르시는 엄마를 모시고 다니니 여행지에선 딸이 앞장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경험이 단순히 여행지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점 더 보호자의 위치가 바뀌어갈 것이란 걸 어렴풋이 느낍니다. 앞으로 엄마와 나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되어갈까요?

 

부모와 자식 간에도 분명히 구별되는 각자의 영역이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감춰둔 자신만의 방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방은 나의 노력과 관심으로 얼마든지 열고 들어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부모님들은 그 방문을 잠궈두질 않으셨습니다. 우리가 열고 들어갈 마음이 없었던 거지요.

 

김예지 작가님의 신간, 다 똑같이 살 순 없잖아를 통해 엄마와 딸의 독특하면서도 지나치게 평범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효년의 삶, 함께 성장해가며 성숙해지는 삶에 대해 깊은 고민과 성찰을 경험해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 모든 아들, 딸들에게 다 똑같이 살 순 없잖아를 적극 추천드립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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