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슬퍼할 것 - 그만 잊으라는 말 대신 꼭 듣고 싶은 한마디
하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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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이의 마음은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요? 학교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고, 누구도 앞서 얘기해주지 않지만 우리가 살면서 반드시 마주치게 되는 그 순간, 준비없이 마주친 그 순간 우리는 오롯이 그 감정을 스스로 겪어내야 합니다.

 

하리 작가님의 그림 에세이 충분히 슬퍼할 것은 세상 가장 사랑하는 엄마를 떠나보낸 작가의 속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책입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낸 이들은 공감의 시선으로, 아직 경험이 없는 독자들은 그 감정을 미리 배워본다는 느낌으로 책을 읽다보면 다른 어디서도 받을 수 없는 잔잔한 위로를 받아가실 수 있습니다.

 

저자가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은 참 다양합니다. 좋은 순간도 있었고, 피크닉을 갔다가 지금은 이유도 기억나지 않는 말다툼으로 대판 싸우고 돌아온 날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꼭 아름답지만은 않은 그런 모든 순간들이 모여 기억이 됩니다. 엄마는 이제 내 곁에 없지만, 기억이 되어 영원히 내 안에 있습니다.

 

무슨 이유로 풀이 죽어 있던 어느 날, 나가서 같이 그냥 걸을까라는 엄마의 말에 같이 따라나섰는데, 차가 쌩쌩 지나가는 다리 한 가운데 엄마는 멈춰섭니다. "여기서 소리 지르면 마음이 후련해져. 딸도 소리 질러봐." 그때의 나에겐 내 고민만 보였지만, 이제 어른이 된 나에겐 엄마의 고민도 보입니다. 그때의 엄마는 어떤 고민이 있어서 그 길을 홀로 걸어가셨을까요? 다리 위에서 무슨 고민을 했고, 소리를 지르며 무엇을 떨쳐버렸을까요? 나보다 먼저 나의 길을 걸어갔던 기억 속 엄마를 위로하는 것은 곧 나를 위로하는 것과 같습니다. 엄마는 좀 더 먼저 살았던 나고, 나는 좀 더 늦게 살아가는 엄마니까. 기억 속에서 슬퍼하는 엄마를 꼭 안아주고 싶은 밤입니다.

 

엄마를 떠나보내고 남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저자는 심리상담도 받고, 시간을 정해놓고 슬퍼하기, 천천히 잠긴 뒤에 다시 떠오르기 등을 하며 고통과 친해져 갑니다.

 

충분히 전하지 못한 마음에 대한 후회, 엄마가 아픈 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감, 받기만 했던 지날 날에 대한 미안함, 이 모든 감정들이 수시로 되살아나 괴롭히지만 조금씩 정리되어가고 또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갑니다.

 

생각 없이 말하는 사람들, 조언이랍시고 상처를 주는 이들, 심지어 전문가의 위치에서 내뱉는 가시돋힌 조언들에 무너질 뻔한 순간들도 있지만, 또 전혀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위로를 받고 힐링을 하며 그렇게 하루를 살아냅니다.

 

엄마와 함께 보냈던 순간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하루였듯, 지금 나의 하루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임을 깨닫습니다.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 오늘 내가 마주한 한 사람, 모든 것이 지금 이순간에만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사람과 감정, 이별과 홀로서기, 기억과 선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는 분들께 이 책, 충분히 슬퍼할 것을 추천드립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것은 우주가 뒤흔들리는 경험이지만, 결국 모두가 겪어야 할 일이며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한뼘만큼 더 어른이 될 것입니다. 이 잔잔한 그림 에세이를 통해 오늘의 소중함을 느껴보세요. 우리가 마주한 모든 사람, 모든 순간이 다 귀하고 귀합니다. 오늘을 더 아끼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갑시다.







본 리뷰는 문화충전200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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