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수업 - 온전한 나와 마주하는 시간에 대하여
김민식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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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 방송국의 PD로, 베스트셀러의 작가로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였던 김민식 선생님께서 세상을 등지고 칩거에 들어간지도 어언 2년, 선생님은 그 시간 동안 겪었던 자신의 변화와 생각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출간하셨습니다. 신간 외로움 수업 한 사람이 사회적 가면을 벗고 자신의 내면을 처절하게 직면하면서 써내려 간 에세이 서적입니다.

 

특이하게도 책은 저자의 과오로부터 시작합니다. 저자가 신문 지면에 연재했던 한 칼럼이 일부 커뮤니티에서 극심한 반발을 불러왔고, 저자의 행보와 그간의 활동들까지 엮어가며 비난의 크기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저자로선 충분히 억울해할만 한 정황도 있었고, 대충 사태를 무마하며 시간이 흐르길 기다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즉각 사과하기로 선택합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특히나 세상을 향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전해주던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떳떳한 사람이라야 세상에 자기 이야기를 당당하게 할 것이 아닙니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실수를 공개적으로 사과해 위키에 부정적인 과거를 꼬리표처럼 남긴다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자신의 잘못을 바로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칩거에 들어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깊은 외로움 속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진짜 나의 모습을 보기 시작합니다.

 

회사와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을 땐 오히려 투쟁이 쉬웠습니다. 다른 공동체 혹은 거악을 향해 메시지를 던질 수 있었고, 명백한 불의와 싸우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골방에 들어가 자신과 마주하며 싸우는 투쟁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었습니다. 내가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 어떤 정치적인 세력이나 악의 무리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를 논리적으로 굴복시켜야 합니까? 스스로 채찍질하며 나에게 벌을 주어야 합니까?

 

저자는 자신의 탐욕을 인지하고 이전에 놓지 못하던 것을 내려놓고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은 반드시 외로움이라는 토대 위에서 진행되어져야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의 소리와 직급의 압박이 있을 때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았던 것들이 나의 깊은 심연에 들어가 홀로 마주할 때에야 조금씩 느껴지고 만져지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에 대해, 젊은 날의 나에 대해, 자녀와 직업에 대해 당연히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판단들이 무너지고 이전엔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생각했던 문제들은 어쩌면 진짜 문제가 아니었고, 내 시선이 충분히 틀릴 수 있는 것이며, 어느 때의 나도 완전하지 않았음을 배워갑니다.

 

누구보다 높은 곳에 있었을 것 같은 저자가 독자들에게 진정으로 전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모두 바닥에서 배운 것이었습니다.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법, 나에게만 들이닥치는 파도 위에서 서핑하는 법, 오직 딱 하루 주어진 나의 오늘을 충분히 누리는 것, 이 모든 것은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배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였습니다.

 

외로움 속을 헤매며 해뜰날 만을 기다리고 있는 모든 무기력한 청춘들에게 이 책, 외로움 수업을 추천드립니다. 어쩌면 지금 이순간에 배워야만 하는 것들이 있을 지 모릅니다. 내일로 미뤄서도 안 되고, 남들 앞에서 어깨 딱 피고 살 때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외로움 수업을 통해 인생을 다시 보게 할 깊이있는 수업을 들어보세요. 어쩌면 여러분의 인생에 새로운 빛이 한줄기 짠하고 비춰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김민식 선생님의 외로움 수업 일독을 권합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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