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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의 가장 위대한 문호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헤르만 헤세의 에세이 모음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우리는 헤르만 헤세를 데미안, 수레바퀴 밑에서 와 같은 소설의 저자로만 알고 있지만, 헤르만 헤세는 살아 생전 많은 에세이와 짧은 글들을 남겼습니다. 이번에 개정출간된 삶을 견디는 기쁨은 헤르만 헤세의 토막글 48편을 모아 출간한 것입니다. 장편소설은 아니지만, 오히려 이 짧은 글을 통해 우리는 그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헤르만 헤세의 가장 깊은 내면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헤르만 헤세는 정신병과 심리적인 문제로 괴로워했습니다. 해결되지 않는 마음의 갈등은 살아생전 그토록 그를 괴롭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때 남긴 그의 글들은 동일한 아픔을 겪고 있는 수많은 독자들을 위로했습니다. 심지어 그 시대 뿐 아니라, 시대를 넘어 불멸의 위로로써 지금까지 계속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치유해가고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는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기쁨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헤세와 같은 위대한 문호가 마음의 평안을 느끼고 희열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작품을 완성했을 때일까요? 사람들의 환호를 받고 영웅으로 칭송받을 때일까요? 헤세는 그림을 보는 일, 책을 읽는 일, 한 그루의 나무와 한 뼘의 하늘을 바라보는 일에서 행복을 찾습니다. 이것들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들이 아닙니다. 그가 이야기하는 행복은 조금만 눈길을 돌려보면 하루 종일 우리 곁에 있는 것들이고, 그 행복을 얻는 데 필요한 유일한 것은 주변과 나 자신에 대한 관찰 뿐 입니다. 에세이 속 대문호는 그렇게 삶 속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삶을 배워가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그런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도 헤세와 같이 변화될 수 있을까요? 헤세는 그 질문에 대해 당연히 그렇다고 단언합니다. 지옥으로부터 탈출하라, 그것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시작이 있으면 최상의 것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라고 독자들을 위로합니다.
헤세 본인 역시 그 누구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마음의 지옥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헤세는 그 지옥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고, 불가능해보이는 일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무엇이 있으면요? 바로 시작입니다.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시작 그 자체가 있어야 합니다.
최근 많은 독자들이 웹소설에 푹 빠져 있습니다. 퀄리티 높은 웹소설도 많이 있지만, 최근의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웹소설들은 대개 사이다를 터뜨리며 주인공의 압도적인 능력으로 쾌감만을 전달해주는 이야기 구성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헤르만 헤세는 놀라운 이야기를 전합니다. 고통은 곧 우리의 삶이며, 기쁨이라는 감정과 삶에서 경험하게 되는 가치들은 오직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서만 체험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위로를 받으려고 펼쳐든 책에서 영 듣기 불편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여타 책에서 들은 성공 스토리보다,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한줄기 빛을 찾아 헤맨 헤세의 글이 더 큰 위로와 공감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본능에 충실한 삶과 내가 의식적으로 변화해 살고자 하는 삶 사이에는 커다란 괴리가 있습니다. 헤세가 전해주는 놀라운 삶의 비법을 전하며 리뷰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헤세는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이 괴리를 좁힐 수는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 괴리 사이를 기꺼이 뛰어다니는 것입니다. 그것이라면 수백번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용기만 있다면요.
아주 약간의 용기만 낼 수 있다면 우리는 성장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작은 한 걸음의 시작만 있다면 우리는 인생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통 없는 성장은 없고, 고난 없는 행복은 없다고 단언하는 불편한 책, 헤르만 헤세의 삶을 견디는 기쁨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인생의 참된 방향을 되새겨보시길 바랍니다.
빠르고 높은 길만 바라고 좇아오시지 않았습니까? 그 누구보다 밑바닥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한 헤르만 헤세의 괴로운 발버둥을 함께 경험하시고, 동굴을 뚫고 빛을 향해 나아갈 마음의 근력을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헤매고 방황하는 모든 청춘들에게, 헤세의 삶을 견디는 기쁨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