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헤매는 마음
임승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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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간 방송작가로 일한 임승주 작가님께서 기꺼이 헤매는 마음 이라는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작가님께서 평소에 품으셨던 사유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한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은 참 흥미로운 일입니다. 내가 아닌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글이 참 잘 써진 글이라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다른 시선을 경험한다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저자가 처음 방송 작가를 하기로 마음 먹고 아카데미를 다녔을 때의 일입니다.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을 것이고, 설명하기 힘든 사명감 같은 게 있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 다큐멘터리 대본 수업을 듣던 중 강사의 손에 이끌려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 스크린 쿼터 시위를 했던 에피소드가 흥미로웠습니다. 저자는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답니다. 자신이 기대했던 수업의 내용도 있었을 것이고, 이 수업을 통해 어떤 부분에 대해서 인정받고자 했던 욕구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수업과 무관하게 끌려나와 길바닥에서 시간을 보냈고, 이 것을 수업과 연관시켜 교육의 재료로 사용했으면 좋았겠다 싶었지만 뒷풀이 막걸리 몇 잔으로 그 시간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실망감에 2차를 가지 않고 빠져 나온 수강생 시절의 저자.

 

그런데 지나고보니 아카데미 시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그 광화문 현장이었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교육적으로 저자에게 도움이 되어서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다큐멘터리는 현장에서 시작되며 반드시 배울만한 것으로 부터만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글 안에 갇힌 학생의 저자가, 글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작가의 첫걸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도 이 책을 읽어나갈 귀중한 인사이트를 발견했습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발견하면 성공, 그런 걸 발견하지 못하면 실패로 낙인찍는 독서가 아니라, 그저 이런 인생도 있구나,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구나, 이런 사람도 있네 라는 시선으로 책을 읽어나간다면 어떤 식으로든 나에게 자양분이 되어줄, 혹은 나중에 누군가에게 말할 이야깃거리라도 되어줄 것이라는 겁니다.

 

저렇게 살아야지 처럼 타산지석이 되거나,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는 반면교사가 되거나, 그도 아니면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직시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나와 다른 캐릭터는 유의미하다고 고백한 저자의 태도가 흥미로웠습니다. 더없이 세상에 초연한 사람 같으면서도 동시에 누구보다 세상에 밀착해있는 모습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책에는 저자의 투병에 대한 이야기도 스쳐지나갑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뒤흔들만한 큰 일이고, 그것에 관해 글을 써도 책이 몇 권은 나올만한 상황이지만, 이 책에선 마치 남 이야기하듯 훑고 지나갑니다. 실제로 저자가 느낀 감정은 알 수 없지만, 그저 수많은 에피소드 중 하나일 뿐인 것처럼, 어떤 사람을 만났고, 어디에 갔고, 무엇을 하려다 말았다와 같은 하나의 지나가는 사건처럼 그저 관찰되어집니다.

 

내 감정과 내 주변을 응시하는 일, 바라보는 힘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제 삶도 저자처럼 지켜본다면 어떤 글들이 탄생할까요? 별로 기록할만한 것이 없는 오늘 하루를 굳이 직시하고 기록을 남긴다면 내 안에서 어떤 것들이 튀어 오르고, 어떤 것들이 제거당할지 궁금해졌습니다.

 

나와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그저 진솔하게 귀 기울이고 싶은 분들께 이 책, 기꺼이 헤매는 마음을 추천드립니다. 고민하고 위로하고 나아가는 누군가의 삶을 통해 오늘 나의 하루를 새롭게 바라볼 힘을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기꺼이 헤매는 마음을 꼭 읽어보세요.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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