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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중력 - 생의 1/4 승강장에 도착한 어린 어른을 위한 심리학
사티아 도일 바이오크 지음, 임슬애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평점 :
여러분은 쿼터라이프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100세 시대 인생의 4분의 1 지점을 지나고 있는 이들의 삶을 가리키는 이 단어는 최근 한국 청년들이 겪는 정서적 어려움과 맞물려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동안 중년의 위기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중년의 어려움에 주목했었고 서점가에도 중년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었습니다. 그런데 이젠 혼란의 시기가 더 낮아져 쿼터라이프에 방황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이들을 위한 케어가 필요하다는 데 어느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상태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이들을 위한 전문적인 관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저 젊을 때 으레 겪는 혼돈이라 생각하고 넘어가거나, 비전문적인 조언으로 그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뿐입니다.
살로메 융 심리학연구소의 사티아 도일 바이오크 소장이 집필한 어른의 중력은 바로 이 쿼터라이프를 살고 있는 이들을 위해 쓰여진 특별한 책입니다. 사티아 도일 바이오크는 쿼터라이퍼들이 어떤 유형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이들 각각은 어떤 프로세스를 통해 성숙해질 수 있는지를 관찰하고 연구하였습니다.
전문 상담치료사가 쓴 책답게 이 책은 유형별 쿼터라이퍼들을 상담하는 형식으로 책이 진행됩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단언하여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정답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고요. 이 책을 떠나서 애초에 쿼터라이프에는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쿼터라이퍼들이 괴로운 것은 바로 이 시기에 맞는 정답이 있을 거란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정상적인 쿼터라이프는 없습니다. 성공적인 쿼터라이프 역시 없습니다. 쿼터라이프는 철저히 개인적인 것이며, 각각의 고유성에서 시작하여 주관적으로 성숙해져 가는 것입니다.
그런면에서 이 책의 분류는 상당히 납득이 갑니다. 이 책은 의미와 안정이라는 두 개의 목표를 제시합니다. 쿼터라이퍼들은 큰 방향성에서 서로 다른 두가지 양상을 보입니다. 사회적으로 제시된 가치를 충실히 따라가나 마음 속은 공허한 사람들과 반대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서 벗어나 버린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이 서로 다른 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의미형과 안정형이 각각 극으로 가면 히키코모리와 나르시스트가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세상에 자신을 끼워 맞춰 쫓겨가며 살아가든, 세상과 고립되어 자신의 세계로 도망치든 어느 쪽이든 건강한 모습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저자는 분리, 경청, 구축, 통합이라는 네 가지 기둥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이 과정을 각각의 유형별로 어떻게 적용해가야 하는지를 심도있게 전달해줍니다. 누군가는 더 이타적인 생각을 가져야 하지만, 누군가는 남자친구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삶을 지키는 용기를 내어야 합니다. 누군가는 조용한 곳에서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누군가는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책을 읽으며 상담을 받고 있는 등장 인물 중 누군가와 나의 상황이 딱 맞는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 사람에게서 이런 부분, 저 사람에게서 저런 부분이 나와 유사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두 가지 유형과 네 가지 기둥이 어느 정도 얽혀 있다고 생각하며 지금 나의 상황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읽어간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영혼의 지도를 펼쳐놓고 조금 더 현명하게 한 걸음씩 다음 스텝을 내딛어 보는 과정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쿼터라이프., 그저 좋을 때라며 모두에게 부러움을 받던 이들의 마음을 처음으로 어루 만져주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고마운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어른의 중력을 통해 막막한 오늘을 헤쳐 나갈 한 걸음의 용기를 배워보세요.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답답한 하루에 약간의 숨 쉴 구멍이 생겨날지도 모릅니다. 고되고 피로한 여러분의 쿼터라이프를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