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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비 오는 날 꽃놀이 여행을 떠났다 - 직장암 말기 엄마와의 병원생활 그리고 이별후유증
추소라 지음 / 렛츠북 / 2022년 11월
평점 :
큰 병에 걸린 가족을 돌보는 사람들, 또 어떤 사고로 인해 가족을 떠나보낸 사람들을 어떤 마음으로 위로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겪어보기 전엔 감히 상상도 되지 않고 공감도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인생의 폭풍우입니다.
이번에 출간된 신간 에세이, 엄마는 비 오는 날 꽃놀이 여행을 떠났다는 직장암으로 엄마를 떠나보낸 딸이 써내려 간 환자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가족의 병을 받아들이는 과정부터 떠나보낸 후 가족의 마음까지 다른 어떤 곳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그 내면의 속삭임들을 생생하게 들려줍니다.
저자는 암 환자의 가족이자 한 집안의 장녀였습니다. 맏딸이 가지게 되는 책임감과 아직은 엄마가 필요한 어린 마음, 두가지 중 어느 하나도 내 것이 아닌 것이 없었습니다. 이 책은 이런 감정들을 취사 선택하지 않고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때로는 짜증으로 때로는 슬픔으로 하나하나 담아내며 가장 솔직한 환자 가족의 마음을 전달해줍니다.
가족을 떠나 보낸 후 남은 이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아마도 후회일 것입니다. 그때 이렇게 말해줬어야 하는데, 그때 이걸 해줬어야 하는데, 그때 이것도 못 해주고 등등 우리를 괴롭히는 수많은 감정들은 도무지 극복하기 힘든 산과 같습니다. 다행히도 저자는 투병중인 엄마와 현재를 사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먹고 싶은 음식을 구해주고, 짧게 머리를 자르는 엄마와 함께 아빠도 머리를 자르고, 그렇게 서로의 마음에 하나씩 추억을 담아갑니다.
그러나 모든 인생에는 고비마다 반드시 선택의 아픔이 있기 마련입니다. 항암치료를 멈춰야 할지, 지속해야 할지, 다른 치료로 바꿔야 할지, 재택을 할지, 입원을 할지 등등 환자의 가족에게는 계속해서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고 어떤 선택도 완벽하게 해낼 수 없습니다. 우리가 내린 선택지는 반드시 채점표가 따라 붙고, 이것은 환자 가족을 끝까지 괴롭히는 죄책감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환자 가족이 겪게 되는 후회의 감정이 낱낱이 드러납니다. 울고, 고민하고, 소리치며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들이 그대로 기록되어집니다.
저자는 속도위반으로 임신된 자신이 없었다면 엄마의 인생이 달라졌을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나아갑니다. 바꿀 수 없는 현재 앞에 모든 과거는 절망의 요인처럼 보입니다.
가족의 투병, 가족을 떠나보낸 후의 마음까지 너무도 생생하게 다른 가족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에세이였습니다. 누구에게나 처음 닥치는 일이기에 이런 거대한 폭풍우 앞에서 당황하고 두려워하기 마련입니다. 이 책을 통해 이런 감정이 있고, 이런 상황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아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일들에 앞선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족의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분들과, 가족을 떠나 보낸 분들, 그리고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분들께 이 책, 엄마는 비 오는 날 꽃놀이 여행을 떠났다를 추천드립니다. 답이 없는 질문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처절하게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든 고통의 순간에 서 있는 가족들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가 있기를 바랍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