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김봉철 지음 / 문성 / 2022년 11월

자극적인 제목의 책을 보았습니다.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설령 누군가 30대 백수로 산다고 해도 절대 쓰레기라곤 표현할 수 없을텐데, 일기라고 하는 걸 보니 스스로를 칭하는 말인가 봅니다. 호기심을 가득 안고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저자는 30대 중반이 넘은 나이에도 집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삶을 살았습니다. 남들에겐 답답해 보이고, 뭐라도 해보라며 한 소리를 들을 법한 삶이지만, 보편적인 걸음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꼭 틀린 삶일까요? 어쩌면 우리는 내 기준, 혹은 세상의 일반적인 기준으로만 남의 삶을 재단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다른 길을 가는, 혹은 조금 늦은 걸음을 걷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쩌면 이 책에서 우리는 낯선 이야기에 처음으로 귀를 기울이게 될 지도 모릅니다.

저자는 특별히 잘못된 삶을 살지 않았습니다. 그저 무언가를 시도하지 않았고, 남들과 깊은 관계를 맺지 않았으며, 어쩌다보니 지금의 나이가 됐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어떤 힘이 느껴지는 것은, 그 삶에 엄청난 스토리가 있어서가 아니라, 저자가 지나치게 솔직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선 그 어떤 감정도 포장하거나 과장하지 않습니다. 스스로의 약함을 가리려 억지 합리화를 시도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부끄러울 땐 부끄러운 감정 그대로, 슬플 땐 슬픈 감정 그대로, 민망할 땐 민망한 감정 그대로를 적어나갑니다. 물론 실제 생활에서 그 감정을 드러내진 못했고, 방구석에서 글로 적은 것 뿐이지만요.

책 속 저자는 용기가 없는 사람처럼 그려지지만 어떤 면에서 누구보다 용기있는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내가 내 감정을 이렇게 솔직히 써내려갈 수 있을까? 적당한 이유와 그럴듯한 포장을 하지 않고 그 순간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저는 도무지 자신이 없습니다. 내 이야기를 이렇게 써내려간다는 것은 내가 쓰고 있는 가면을 벗고 민낯을 드러낸다는 뜻인데, 저는 그런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에피소드들을 읽어나가며 왜인지 모를 힐링이 되는 것은, 내 삶이 이 책의 삶보다 낫다는 위안감 때문이 절대로 아닙니다. 내가 했던 찌질한 생각과 모습을 누군가도 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그런 면까지 인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데서 오는 위로였습니다.

저자는 자기 자신을 너무 객관화해서 조금 당황스러운 모습까지도 보여줍니다. 내가 어떤 순간에 고독을 느꼈으며, 그래서 마음을 닫았다고 표현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나는 내 감정에 그렇게 민감해본 적이 있는가? 그저 눈 앞에 닥친 일들을 해결하고, 좀더 괜찮은 상태로 나 자신을 유지했을 뿐, 내가 어떨 때 마음의 문을 닫고, 어떨 때 조금 용기를 낼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누군가의 감정을 내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고, 그를 통해 내 마음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자존감이 낮아보이지만 오히려 오늘 내가 만난 누구보다도 더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회피하는 것 같지만 다른 누구보다도 더 자신에게 솔직한 이 독특한 청년의 마음을 읽어보시지 않겠습니까? 오늘도 무너진 마음에 괜스레 숨고만 싶어졌던 모든 분들께, 이 책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를 적극 추천드립니다. 그 진심을 읽으며 오늘도 세상의 기준에 갇혀 재단하고 평가했던 나의 잣대를 과감히 부러뜨리는 일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이 책을 꼭 꼭 읽어보세요. 온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권합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