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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 42
김혜남 지음 / 메이븐 / 2022년 11월
평점 :
품절
30년 간 수많은 이들의 마음에 위로와 도전을 안겨주었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혜남 선생님께서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라는 책을 통해 마흔이 된 독자들에게 소소하면서도 뼈있는 이야기를 던져주십니다.
김혜남 선생님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의사입니다. 22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고, 그 후로도 계속해서 진료를 보다가 어느 순간부터 진료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한창 일해야 할 나이, 두 아이의 엄마, 앞길이 창창한 사회인에게 닥친 파킨슨병이라는 거대한 벽. 저자는 어떻게 그 벽을 통과했을까요?
이 책은 파킨슨병 투병기를 다룬 책도 아니고,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이겨낸 인생 역전 스토리를 담고 있는 책도 아닙니다. 병에 걸리니, 오히려 병에 걸리기 전보다 많은 것을 얻어냈다는 교훈적 이야기를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저자는 그저 하루를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저 그날에 맞게 하루에 한 걸음을 뗄 뿐입니다. 그런데 어쩌면 몸이 건강하고, 자신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충만한 이들에게 한 걸음을 떼고 걸어가라는 이야기는 불안을 더 가중시키는 조언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한 걸음을 뗐는데 남들은 열 걸음을 걸어가면 어떡하죠? 내가 기껏 내딛은 한 걸음이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고 있으면 그땐 어쩌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불안과 불확실성이 우리를 덮치고 장악해버립니다.
이 책은 실패에 대한 염려, 완벽주의적 성향, 우울과 무기력 안에서 서툰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꾸준히 나아가는 인생을 예찬합니다. 처음 도전하는 일은 서툰 것이 당연합니다. 초보는 당당하게 초보 티를 팍팍 내면서 도전하면 됩니다. 내가 가는 길의 끝에 내가 기대했던 것이 아닌 다른 삶이 기다린다면 기꺼이 그 삶을 받아들이면 됩니다. 온전히 현재를 산다는 것, 과거가 지금의 나를 조종하고 주무르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 나를 좀 더 쉬게 해주고, 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 저자는 의사로서가 아니라, 고된 인생길을 먼저 걸어간 선배로서 담담하게 자신이 겪은 바를 이야기합니다.
과거의 고통을 떠나보내야 현재를 온전히 누릴 수 있지만, 우리는 고통 뿐만 아니라 행복 역시도 흘려보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우리 인생의 정점이 과거의 어느 순간에 고정되어 있다면, 우리는 결코 현재에 만족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젊었을 때는 젊었을 때의 기쁨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는 어렸을 때의 희열이 있지요. 그렇다면 지금은 지금의 즐거움이 있는 것입니다. 다시 올 수 없는 과거의 기쁨을 추억하며 그것을 기준 삼아 현재의 처지를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현재에서만 얻을 수 있는 만족을 찾으며 비교없는 유쾌한 인생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저자의 삶에도 얼마나 많은 후회가 있었을까요? 그때 이렇게 되지 않았더라면, 그때 이것을 피했더라면, 그때 저렇게 했었더라면 하는 수많은 가정들이 밤마다 얼마나 스스로를 괴롭게 했을까요?
그러나 우리의 인생 선배는 그 길을 차분히 지나가셨고, 저 앞에서 여전히 오늘을 기뻐하며 오늘의 삶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고통도 그날에 그치고, 기쁨도 그날에 그치며, 다시 새로운 하루가 우리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뒤를 수많은 후배들이 쫓아오겠지요. 각자의 짐을 짊어지고서 말이죠.
마흔의 나이에 무엇도 이룬 것이 없어보이고, 후회와 아쉬움으로 세월을 허비하고 있다면, 이 책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을 꼭 읽어보세요. 그냥 재미있게 보내는 하루의 중요성과 자신을 용서하고 인정하며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시야가 열리게 될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이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마흔을 맞이하는 여러분들께 김혜남 선생님의 책,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