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 마블 1

미즈 마블 1 - 비정상 ㅣ 시공그래픽노블
G. 윌로우 윌슨 지음, 애드리언 알포나 그림, 이규원 옮김 / 시공사(만화) / 2016년 7월

드디어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미즈 마블이 공개되었습니다. 새롭게 확장되어가는 MCU 세계관에 혜성처럼 등장한 미즈 마블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래서 뒤늦게 원작 코믹스를 찾아 미즈 마블에 대해 알아보려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미즈 마블의 원작은 이미 시공사를 통해 2016년에 국내 정식발간되었습니다. 총 4권의 볼륨으로 구성된 마블 나우 미즈 마블 시리즈에서 특별히 Vol.1 비정상편은 미즈 마블의 탄생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요즘 많은 분들이 찾아 읽고 있는 가장 핫한 마블 그래픽 노블입니다.

미즈 마블은 카말라라는 한 소녀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카말라는 파키스탄계 이민자 가정의 아이로 엄격한 무슬림 율법 속에서 자라났습니다. 하지만 답답한 성장 배경과 별개로 카말라의 마음 속에는 어벤져스에 대한 동경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있었습니다.

어벤져스 팬픽도 쓰고 부모님 몰래 파티에 놀러다니던 카말라는 어느 날 도시에 뿌려진 미스트에 노출되어 초능력을 갖게 됩니다. 이 부분은 디즈니플러스에 공개된 미즈 마블의 탄생 스토리와 약간 다르게 진행되는데요. 두 작품의 차이점을 비교하며 읽어가시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이제는 히어로물이 너무 많아져서 피로감이 느껴진다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미즈 마블은 여타 히어로물과는 그 궤적이 다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히어로들은 대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울퉁불퉁한 근육을 가진 쎈 캐릭터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카말라의 상황을 보십시오. 카말라는 미성년자이며 여성이고 유색인종이며 이민자 2세입니다. 카말라가 가진 조건 중 그 어느 하나도 기득권에 속해있는 것이 없습니다. 미국 사회에서 가장 약한 조건들만 모아놓은 것이 바로 카말라의 정체성입니다.

이렇게 가장 연약한 조건에서 가장 강력한 히어로가 탄생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다른 히어로물과 확연히 구별되는 미즈 마블만의 매력입니다.

카말라는 캡틴 마블을 동경했습니다. 그 또래 여자아이들이 그러하듯 누군가를 추앙하고 그녀와 같은 모습으로 자신이 바뀌길 바랐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흔한 망상인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꿈꿔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카말라는 그런 능력을 얻었습니다. 카말라는 자기 마음대로 몸을 키웠다 줄였다 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아예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바꿀 수도 있었습니다. 카말라는 자신이 동경했던 캡틴 마블의 모습으로 변해서 악당들과 싸워나갑니다.

여기서 이야기가 종결됐다면 대단히 혁명적이었던 캐릭터 도입부와 달리 시시하게 전개되어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카말라의 삶은 누군가를 카피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카말라의 아버지는 카말라의 이름이 아랍어로 완벽함을 뜻하는 카말에서 따온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카말라는 어려서부터 예쁜 이름을 원했지만 카말라의 아버지는 작고 까무잡잡한 아기 카말라를 보며 그 자체로 완벽하다고 느꼈습니다.

카말라는 더이상 캡틴 마블을 카피할 필요가 없습니다. 카말라는 백인일 필요도 없고 예쁠 이유도 없고 억지로 어른이 되지 않아도 됩니다. 카말라는 있는 모습 그대로 히어로가 됩니다. 바로 우리가 환호하는 새로운 유형의 히어로, 미즈 마블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흔한 히어로물 중 하나가 아닙니다. 발매 당시 휴고어워드에서 Best Graphic Story or Comic 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작품성을 담아내고 있는 수작입니다.

미성년자이면서 여성이고 유색인종이면서 이민자 2세인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소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며 세상에서 가장 독창적인 히어로로 거듭나는 한 편의 성장드라마입니다.

남을 모방하며 자신의 삶을 사랑하지 못하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이책, 미즈 마블 Vol.1 비정상을 추천드립니다. 우리는 우리 그 자체로 소중합니다. 자신을 받아들이며 자신만의 강함을 믿는다면 우리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가장 나다운 영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즈 마블 Vol.1 비정상을 통해 여러분 안의 히어로를 발견해보세요. 우리는 모두가 각자의 히어로입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