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지어 주고 싶은 날들이 있다 - 나의 작은 날들에게
류예지 지음 / 꿈꾸는인생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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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삶을 에세이로 남긴다면 어떤 순간들을 기록하실 건가요? 대학 합격, 결혼, 출산, 승진 등 다른 사람들에게 축복받을 만한 반짝반짝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 그런 기억들을 텍스트로 남기고 싶으실 겁니다.

 

그런데 지금의 나를 만든 게 그런 반짝반짝한 순간들 뿐이냐, 내가 나인 이유가 오직 그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기 힘듭니다. 그런 순간들은 대부분 찰나에 불과하고 우리 삶의 대부분은 누구에게 말하기도 민망한 평범하고 작은 날들의 연속이니까요.

 

류예지 작가님이 집필하신 에세이, 이름 지어 주고 싶은 날들이 있다는 작가님의 작은 날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낸 것입니다.

 

여러분에게도 잊고 싶어도 쉬 잊혀지지 않는 작은 날들이 있으신가요? 아주아주 슬픈 사건이 발생한 날이라면 에세이에 남길만 하지만 그렇게 대단하지도 못한 채 그냥 내 자신만 쪼그라들었던 하찮은 날들이요.

 

책을 읽으며 별 것 아닌데 나를 움츠러 들게 했던 순간들, 여전히 기억에 남아 나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부끄러운 순간들이 오버랩되어 지나감을 느꼈습니다.

 

왼손잡이라는 이유로 밥상머리에서 핀잔을 들었던 기억, 패밀리 레스토랑에 처음 가서 능숙하게 주문하고 식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괜히 기죽어서 남들 하는 행동을 관찰하고 따라했던 기억들은 친구와의 대화에서 에피소드로 쓰기에도 부족한 별거 아닌 일들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면 관심도 없는 니 얘기를 뭐 그렇게 구구절절 늘어놓니, 너무 TMI 아니야? 하는 면박을 대놓고 하지는 않겠지만 모두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작가님은 이 작은 날들을 구태여 기록해놓습니다. 남들에겐 어쩌라고 싶은 이야기들이지만, 결국 이 작은 날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까요. 내가 나를 잘 이해하고 싶다면, 이 작은 날들을 잘 살펴 보아야 합니다.

 

힘겨운 하루를 마치고 퇴근하는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별 것도 아닌 말에 마음이 상한 날, 나중에 친구에게 그 때 이러이러했다고 이야기를 꺼내기도 민망하고, 주변에 이야기해도 니가 예민한 거라며 공감도 받을 수 없는 그저 내 감정이 변덕을 부린 순간, 그런데 그 하찮은 순간을 글로 기록하니 추억이 되고,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며, 내 감정을 좀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책을 읽어갈 수록 글의 힘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내버려 두면 공기처럼 흩어지고 사라져 버리는 나의 하루들이, 하얀 종이 위 검은 글씨로 새겨지면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오늘의 나를 영원히 살게 해주는 것은 아닐까.

 

중학생 때 쓴 글을 보면 분명 내가 쓴 글인데 남이 쓴 글 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대화한다면 우리는 서로를 잘 이해할까요? 그 아이도 나고, 나도 나니까 서로 오해없이 대화할 수 있을까요? 왠지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때의 나는 어디에 있을까요? 그때의 나는 지금은 완전히 없어져 버린 것일까요?

 

기억 저편에 쪼그리고 앉아 숨어있는 작은 아이를 불러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류예지 작가님의 이름 지어 주고 싶은 날들이 있다를 통해 별 의미없는 과거의 오늘을 만나보세요. 조선왕조실록처럼 장대한 서사는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나만의 역사를 만나보시게 될 것입니다.

 

모든 하루에는 나름의 가치와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도 그러하고 어제도 그러합니다. 매일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평범한 여러분들게 이 책, 이름 지어 주고 싶은 날들이 있다를 적극 추천드립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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