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 질병과 아픔, 이해받지 못하는 불편함에 관하여 그래도봄 플라워 에디션 2
오희승 지음 / 그래도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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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고통을 겪고 있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고통의 정도는 다 다를 것입니다. 우린 너무 쉽게 다른 사람의 고통을 평가하고, 고통의 순위를 매기며, 고통의 비교우위를 논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희승 작가님이 출간하신 신간, 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아가는 중입니다는 작가님께서 샤르코-마리-투스라는 희귀병과 퇴행성 고관절염을 앓으며 써내려간 불편한 에세이입니다.

 

고통으로 인해 병원을 찾은 저자는 이정도로는 장애 등록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차가운 말을 듣기도 하고, 멀쩡한데 왜 신청했느냐는 담당 공무원의 의심어린 책망을 듣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며 수치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고독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존재인지, 우리 사회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숫자로 치환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그 안에서 개인이 감당해야 할 고통은 철저히 외면되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은 계속해서 고통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기껏 준비해간 질문에 풋하고 코웃음 치는 권위적인 의사의 모습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찾아다녀야 하는 환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육체의 고통은 육체의 고통만이 전부는 아님을 상기시켜 줍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의미심장했던 부분은 간병인과의 에피소드였습니다. 30대의 저자는 60대의 간병인을 고용했기에 최대한 예의바르게 행동하려 했고, 아무리 아파도 명령조로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혈액순환도 잘 되지 않고 거칠거칠해진 발을 의사 선생님이 자꾸 만져보는 것이 신경 쓰여 간병인에게 발에 로션을 발라달라고 했더니 간병인이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자는 간병인의 불편한 기색을 느꼈지만 자신이 그것을 살필 여력이 없는 상태였음을 고백합니다. 어쨌든 저자는 고통받는 환자니까요. 그런데 그날밤 가위에 눌려 끙끙 앓으며 잠들어 있는 간병인을 보며 저자는 각자의 위치에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몸의 고통에 대한 투병기로 생각하고 읽어내려갔던 책이 사실은 사람에 대한 이해를 이야기하는 책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몸의 고통은 고통으로 끝나지 않고 곧 마음의 문제로 이어지게 됩니다. 평소엔 생각지 못했던 가족에 대한 고마움 혹은 서운함, 공감해주지 못하는 죄책감과 위로받지 못하는 거리감까지 고통을 느끼기 전엔 몰랐던 수많은 감정들이 환자를 때리고 지나갑니다.

 

책을 읽으며 환자의 마음 상태에 대해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더 나아가 그동안 환자를 대했던 제 태도와 마음가짐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밖에 없지만, 어쩌면 이런 책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한뼘 정도는 더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몸의 재활만큼 마음의 재활이 중요함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받아들임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서도 조금씩 수용해나가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하나씩 의미있는 가치들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올해 무엇을 더 받아들이게 되셨나요? 여러분 자신을 대하는 태도는 어떻게 바뀌셨나요?  여기 고통을 통해 자신에게로 한걸음 더 다가선 사람이 있습니다. 이책, 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아가는 중입니다를 통해 고통의 이면에 숨겨진 새로운 삶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우리의 삶은 그대로 더 아름다워질 수 있습니다. 이 위로와 공감의 책을 통해 조금 더 성숙한 내가 되어지길 기대합니다.





본 리뷰는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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