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 입원일기 - 꽃이 좋아서 나는 미친년일까
꿀비 지음 / 포춘쿠키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아마도 세상 가장 높은 문턱 중 하나가 정신병원의 문턱이 아닐까 싶은데요. 단순히 외래진료를 보는 것만도 두렵고 겁이 나는데,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왠만한 마음의 결심으로는 불가능해보일 정도로 피하고 싶은 일입니다.

 

그러나 몸의 병에도 입원하여 치료해야 하는 병이 있듯이 마음의 병에도 입원하여 치료해야 하는 병이 있는 법입니다. 내 스스로 견디면 그만이라 생각하고 정신병원을 외면해왔던 수많은 환자들은 지금 이순간에도 점점 더 힘겨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꿀비 작가님이 출간하신 정신병동 입원일기는 우리가 애써 외면해왔던 정신병동의 삶을 그림으로 표현해낸 신선한 작품입니다. 두려움 속에 회피하듯 입원한 작가님은 감옥인 줄 알았던 정신병동이 실제론 자신을 지켜주는 울타리였다고 고백합니다.

 

책을 읽으며 제가 은연중에 품고 있던 정신병동에 대한 편견이 부숴지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정신병동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어렴풋이 느끼기로는 스스로를 자해하지 못하도록 온몸을 압박하는 환자복을 입은 안소니 홉킨스 같은 인물들이 감금되어 있는 장소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묘사되는 정신병동은 때로는 학교 같고 때로는 기숙학원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날그날의 저녁메뉴에 일희일비하고, 아저씨 소리보다는 오빠 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청년도 있고, 요가도 하고 발레도 하며 취미생활도 즐기는 단란한 곳이었습니다.

 

경계해야만 하는 극한의 환자들만 모인 곳이 아니라, 서로 슬픈 일에 함께 슬퍼해주고, 취미생활도 공유하는 우정이 싹트는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책의 곳곳에 등장하는 보고싶은 누구누구, 보고싶은 누구오빠 등의 에피소드를 통해 정신병동도 결국 사람 사는 곳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상당히 유쾌한 말투로 지적합니다. "솔직히 당신은 용기 없어 오지 못하고 있잖아" 정말 그럴지도 모릅니다. 우리 모두 치료받아야 할 부분이 있고, 입원을 통해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는데 그 용기가 없어서 아쉬운 세월을 날려버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울과 불안, 낮아진 자존감과 자기비하, 사실 누구보다 병들어 있음에도 이것이 병인 줄 인식하지 못해서, 혹은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 그저 묻어두려고만 하고 있지 않으신가요? 입원치료 별거 아닙니다. 이 책을 보니 할만하겠다 싶어졌습니다. 책을 읽어나가며 다른 어떤 책에서도 받지 못했던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특별한 극복 노하우나 의학적 어드바이스가 있는 책은 아니지만, 그저 작가님의 마음 상태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공감을 통한 위로가 제 영혼을 훑고 지나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불안증세로 인해 텍스트를 집중해서 읽기 힘들 때가 많은데, 이 책은 그림으로 대부분의 이야기를 전해주기 때문에 너무 편안한 마음으로 페이지를 계속 넘길 수 있었습니다. 집중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상태로 집중하며 읽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그러고보면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작가님의 직업은 정말 축복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우울과 불안에 대한 감정과 상황을 묘사하는 데 이보다 더 완벽한 직업은 없어보입니다. 집중하기 힘든 불안장애 환자들에겐 때론 열마디 말보다 한컷의 그림이 더 많은 깨달음을 주는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제목에 이끌려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치열한 하얀거탑 이야기가 아닌, 사람 냄새나는 힐링스토리에 흠뻑 젖을 수 있었던 독서 시간을 가졌습니다.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정신병동의 생활이 궁금하신 분들, 우울과 불안과 자기학대를 반복하고 계신 모든 분들께 이책 정신병동 입원일기를 적극 추천드립니다. 힘들고 막막한 삶 속에서도 나아지길 기대하며 용기있는 한 걸음을 내디딘 꿀비 작가님의 그림을 보면서 지금까지 내지 못했던 그 용기를 내는 하루가 되시길 간절히 축복드립니다. 정신병동 입원일기를 통해 힐링받고 새 힘을 얻는 모두가 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본 리뷰는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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