낀대세이 - 7090 사이에 껴 버린 80세대 젊은 꼰대, 낀대를 위한 에세이
김정훈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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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생들은 모두 40줄을 훌쩍 넘어가 사회의 기성세대를 담당하고 있고, 90년대생들은 이제 막 세상에 들어서며 기존의 사회인들과 자신들이 어떤 부분에서 다른지 세상에 알리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이전과는 조금 달랐던 90년대 생들의 등장 이후 세상은 밀레니얼 세대니 MZ세대니 하며 분석하기에 바빴고, 자연스레 그들과 대비되는 윗세대는 꼰대로 분류되어 일종의 사회적 낙인이 찍혔습니다.

 

그런데 80년대생들은 어디에 속할까요? 70년대생 이상의 세대와 더 잘 어울릴까요? 아니면 9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들과 더 잘 어울릴까요? 으레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면 세대차이니 뭐니 하는 말들이 나왔었지만, 이전과는 조금 다른 충격적인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 이후 80년대생들은 어디에도 완전히 마음을 줄 수 없는 애매한 포지션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미생의 방송작가로 활동하셨던 84년생 김정훈 작가님께서 이번에 낀대세이라는 신간을 통해 꼰대와 신세대 그 어딘가에 끼어버린 80년대생들의 서글픈 민낯을 여과없이 그려냅니다.

 

책을 읽으며 이 이상 공감될 수 없을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며 페이지를 표시했습니다. 저도 군대에 있을 때 고참이 되면 후임들을 최대한 편하게 해주겠다고 온마음을 다해 결심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다짐대로 고참이 된 후 후임들에게 가해지던 악습들 예를들면 휴지 놓는 위치라던가 하는 자잘한 강요들을 모두 없애버렸습니다. 그런데 그런 규칙을 실제로 모두 없앴음에도 불구하고 제 마음 속에서도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나갈 때마다 '어? 휴지를 저기다 놨네?'하는 것들이 계속해서 눈에 거슬리곤 했습니다. 제가 막내 때 그런 것들로 한창 털려서 트라우마가 남은 것인지 이미 없어진 규정 임에도 제 눈에 계속해서 띄는 자잘한 악습 들까지 완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물론 대놓고 얘기하진 않았지만요.

 

80년대생들은 쿨하고 싶습니다. 꼰대가 되고 싶지 않고 누구보다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깊이 이해해주고 싶습니다. 그런데도 뭔가 내 안의 작은 꼰대가 툭하면 스믈스믈 기어나와 하나씩 책을 잡고 싶은 마음을 불어넣어줍니다. 물론 그렇다고 특별히 뭘 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지만요.

 

낀대세이는 꼰대가 되고 싶진 않지만 꼰대로 나아가는 세미 꼰대의 발악에 대한 얘기를 담고 있는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심리적 묘사보다는 그저 별생각없이 살아왔는데 어딘가에 끼어버린 80년대생들의 마음과 생각을 담담하고 조금은 웃프게 그려내고 있는 본격 애매에세이 입니다.

 

세진컴퓨터랜드, 원더키드2020 같은 추억의 단어들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UCC처럼 최신 용어 같은데도 무려 십수년이 지나버린 고전최신용어까지 듣다보면 세월의 무상함과 애매한 아련함이 코끝을 찡하고 스쳐지나갑니다.

 

세상이 격변하는 그 어딘가에 끼어있는 80년대생들, 여러분은 누구의 편입니까?

 

사실 우린 그 누구의 편도 아닙니다. 그냥 나일 뿐인데 정체성이 조금 흐릿할 뿐인 걸요. 무언가 벼락같은 깨달음을 주는 책도 아니고, 꼰대가 되지 않는 처세술을 알려주는 책도 아니지만 그냥 읽다보면 계속 읽게 되는 신비한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어쩌면 이 책은 80년대생들의 삶과도 같습니다. 우리도 그냥 살다보니 여기로 왔는데, 이 책도 그냥 읽다보니 끝까지 다 읽었네요.

 

위로와 웃픔, 공감과 자학, 80년대생들의 가장 생생한 이야기 낀대세이를 통해 흘려보냈던 시간과 지금 이 시간을 다시 되짚어보세요. 어쩌면 세상 가장 애매해보였던 우리의 포지션이 아주 살짝은 또렷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본 리뷰는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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