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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쿠팡으로 출근하는 목사 - 목사 안 하렵니다!
송하용 지음 / 한사람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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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뿐 아니라 교회 내에서도 여전히 축복에 대한 오해가 가득합니다. 우리는 교회 안에서도 밖에서도 내가 잘 되는 것으로 하나님이 영광받으신다고 생각합니다. 교회에선 교회가 부흥해야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것이고, 세상에서도 내가 잘 되어야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게 될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8년간 목사로 사역하다가 목사를 그만 둔 송하용 선생님께서 이번에, 어쩌다 쿠팡으로 출근하는 목사라는 신간을 통해 자신이 겪은 한국교회와 교인들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풀어 전해주십니다.
송하용 선생님은 가장 입시가 치열했던 시절 장로회신학대학 신대원을 졸업하셨고, 부목사로 수년간 한국교회를 섬기셨습니다. 그런데 학교를 졸업하고 사역자로 들어선 교회의 내면은 이전에 자신이 생각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암 투병 중 죽을 날을 선고받자, 담임목사님의 권고로 기도제목을 빼버린 일, 정작 그 성도의 장례식장에선 교회가 합심하여 기도했다며 뻔뻔하게 유족들을 위로하던 교인들의 모습, 성도의 임종 순간에 담임목사가 되기 위한 세미나에 참석하느라 대리 설교를 부탁한 동료 사역자 등 저자는 한국 교회의 감춰진 뒷모습에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끼게 됩니다.
저자는 목사로 사는 순간 단 한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기쁨이 넘치는 척 했고, 은혜와 축복이 있는 척 했지만 사실 매순간이 그저 승진을 위해 몸을 던지는 직장인의 삶이었을 뿐입니다. 전도사 때는 전임이 되기 위해, 전임이 되면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 목사가 되면 교구 목사가 되기 위해, 또 좋은 교회 청빙과 담임 목사가 되기 위해 계속해서 처세를 발휘해야 하고, 남보다 앞서야 하는 세상 논리의 쳇바퀴를 돌 뿐이었습니다.
담임 목사를 찾아가 사표를 내고 교회를 그만 두었지만 처자식이 있는 상태에서 그저 시간만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세상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교회경력만 잔뜩 있는 백지 이력서를 들고 알바 자리를 구하며 매일 쓰린 밤을 보냈습니다.
철학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독일 유학을 준비하며 반 무신론자의 상태로 있던 저자는 예수전도단 DTS에 참석해 사명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쿠팡 알바를 위해 새벽 출근 버스를 기다리며 뼈를 파고드는 찬바람 속에서 누군가의 외침을 듣게 됩니다. "아이씨 교회 같은데는 커피라도 주던데"
지금 우리 교회는 어디를 향해 있나요? 박사 학위를 가진 사역자(a.k.a. 담임목사 지망생)들과 신도시 개척을 꿈꾸는 전도자들, 더 큰 교회, 더 잘난 사람들, 더 많은 돈을 꿈꾸며 그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포장하고 자신을 속이며 예배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예배당이 교회입니까? 사역자가 교회입니까? 여러분이 생각하는 교회는 무엇입니까? 말씀 앞에서 여러분은 무엇으로 정의되시나요? 무슨무슨 직분으로, 무슨무슨 사역경력으로 정의되십니까? 그것이 진짜 신앙인의 전부입니까?
교회가 싫어 목사 때려치고 막노동하는 전직 사역자의 한국교회 고발서적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지만 저자처럼 저도 신앙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진 가짜를 다 쳐내고 나면 하나님 앞에 과연 무엇이 남을까요?
여러분의 가는 길, 여러분의 사명, 여러분의 생각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참 고마운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어쩌다 쿠팡으로 출근하는 목사를 통해 내 안의 가짜를 들춰내는 기회를 가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알몸으로 택한 그 길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늘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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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