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타 1~2 세트 - 전2권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때론 만화가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합니다. 웹툰을 통해 놀라운 반향을 불러왔던 d몬 작가님의 사람 3부작 중 두번째 이야기 에리타가 이번에 종이 책을 입고 우리를 다시 찾아왔습니다.

 

사람 3부작 이야기가 모두 그러하지만 에리타는 특히 생각할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작품입니다.

 

에리타 속 지구는 이미 멸망한 상태입니다. 이미 지구는 오염되었고, 인간은 사라졌으며, 돌연변이들이 지구를 정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도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그 미약한 불꽃을 지켜내고 있었습니다. 바로 에리타가 그것입니다.

 

에리타의 아버지는 과학자인데 포루딘 연구를 통해 오염물질로부터 일정부분 보호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가온이라는 로봇을 통해 에리타를 지키도록 세팅해놓았습니다.

 

마지막 인류인 에리타는 가온의 보호를 받아 한정적으로 자유를 누리며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배워갑니다. 아직 어린 아이인 에리카는 모르는 것도 많고 호기심도 많지만 여느 아이들이 그러하듯 시행착오를 겪으며 조금씩 성숙한 사고를 배워가게 됩니다.

 

가온은 에리타를 보호하며 주기적으로 외계에 수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현재 지구의 상태와 에리타가 처한 상황을 보고하며 응답없는 메시지를 매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이 흡사 신에게 기도하는 인간의 모습과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모든 상황을 보고 있으며 이를 해결해줄 능력이 있는 초월적 존재, 그에게 매일 우리의 필요를 강구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때에 우리가 바라는 응답이 오지 않아 우리는 존재론적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그 존재의 무응답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응답이 없을 때 우리는 어떤 존재로서 나 스스로를 정의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깊은 고민을 떠안게 됩니다.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분들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더 깊은 이야기를 전할 순 없지만 결국 에리타가 우리에게 던지는 궁극적 질문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근원적 퀘스천입니다.

 

여러분은 인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는 에리타처럼 굳이 미래의 절망적인 상황을 상상하지 않더라도 지금 이순간 우리 주변에 펼쳐지고 있는 일들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고민해볼 수 있는 주제입니다.

 

뇌사 상태에 빠져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존재는 인간인가요? 안락사는 어떤 기준으로 누가 결정해야 하나요? 어떤 사람의 육체가 산산조각이 났지만 뇌만은 잘 보존되었다면 그 사람은 인간으로서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까? 심지어 뇌조차도 없고 그저 기억만을 어딘가에 카피해두었다면 그 저장소는 인간으로 볼 수 있을까요? 그 기억을 통해 새롭게 학습하고 사고할 수 있는 로봇이 생긴다면 그 로봇은 인간입니까?

 

아니,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라고 정의한다고 해도 뭐가 달라지나요?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처럼 존중받아야 할 새로운 무언가가 생겨날 수 있을까요?

 

이 책은 끝없는 질문거리를 안겨다주는 책입니다. 답이 있을까요? 이 책에는 이 책의 엔딩이 있지만 그 엔딩을 답처럼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에리타를 읽어나가며 독자마다 가슴에 품게 되는 다양한 질문들이 있을 것이고, 수십만 독자들은 그 나름대로 자신만의 답을 내릴 것입니다.

 

이 책은 그것으로 그 가치를 충분히 입증해냅니다. 에리타를 읽으면 나 자신에게 묻게 됩니다. 무엇이 인간인가?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해 한번도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본 적이 없으신 분들이라면 이 책, 에리타를 통해 더 깊은 사유의 세계로 들어가보세요. 이 책 안에는 우리가 정의한 것보다 훨씬 더 큰 무언가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무엇이 나를 나로서 살게 합니까? 인간은 왜 가치있는 존재인가요?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들이 다 사라지고 난 후에도 우리는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있을까요?

 

웹툰보다 업그레이드된 종이책 에리타를 통해 한 컷 한 컷 놀라운 통찰들을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별 생각없이 술술 읽어나가다보면 내 안에 아주 묵직한 무언가가 꽃을 피우게 될 것입니다. 에리타를 적극 추천드립니다.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






본 리뷰는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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