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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이 무섭다고 퇴사할 순 없잖아 - 불안과 스트레스에 흔들리는 마음을 단단히 지켜내는 법
김세경 지음 / 가나출판사 / 202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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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인이 어느날 공황장애에 걸립니다.
불과 몇년 전이었다면 위 문장이 낯설고 황당하게 느껴지실 분들이 많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이는 꽤나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몇몇 연예인의 공황장애 고백 후 많은 분들이 자신이 앓고 있는 것이 병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더라도 그 다음 어떤 선택을 해나가야 되는지는 막막하기만 합니다.
우리와 같은 평범한 직장인 김세경 작가님이 출간하신 신간 지하철이 무섭다고 퇴사할 순 없잖아 는 불안과 공황 앞에 난감해진 직장인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신선한 책입니다. 이 책은 공황장애 환자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며, 어떻게 자신을 치유해나가는지를 가감없이 보여줍니다. 정신과를 방문하는 일, 집에서 웅크리고 있는 일, 공황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들이 모두 표현되어집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그림과 함께 책이 진행되어지기 때문에 좀더 편안하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제 경우 불안이 심해지면 텍스트를 집중해서 읽는 것이 힘들어지곤 했는데, 이 책은 저자의 생각을 한 컷 한 컷 그림으로 표현해주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정신과의 문턱은 높기만 합니다.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고, 발가락을 찧어도 병원에 가지만, 왜인지 마음이 아프다고 병원을 찾는 일은 참 쉽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정신과에 방문해 의사 선생님과 상담하고 이를 삶에 적용해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어 정신과를 가보지 않은 독자들도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부수고 좀 더 친근하게 정신과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책을 읽으며 아 정신과도 대단한 건 아니네 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회피의 악순환이 공황에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회피의 악순환은 불안과 공황으로부터 우리 옭아매는 무시무시한 덫입니다. 여기서 더이상의 회피를 하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노출훈련이라는 것이 등장하는데, 두려운 상황에 나를 조금씩 노출시켜 이에 몸을 적응시켜 가는 것이었습니다. 저자가 시도하는 노출훈련을 제 삶에도 적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작 저자는 이것이 어느 순간 강압적으로 느껴져 의사 선생님과 상담 후 패스해버리는 모습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보통 이런 류의 책에선 어떤 인사이트를 얻으면 이를 밀고나가 어떤 성취를 이루게 마련인데 이 책은 저자의 시행착오를 정말 있는 그대로 다 보여줍니다. 이토록 솔직한 책이기에 불안과 공황장애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다른 책에선 얻기 힘들었던 진짜 위로를 얻게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책은 의료진이 쓴 책이 아닙니다. 저자 역시 우리와 똑같은 일반인이며, 자신의 상태로 인해 혼란스워하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나갑니다. 그러나 이 평범한 직장인의 책을 읽으며 독자들은 자신의 삶이 엄청나게 특별한 것이 아니며, 이 싸움을 싸우고 있는 누군가가 나말고도 지하철 칸에 또 있고, 극복의 과정이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공황장애로 고통받고 있는 분들께 작은 등불을 제공해주는 고마운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우리도 이 극복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조금 더 건강한 모습으로 지하철에서 만납시다. 더이상 미루지 말고 지하철이 무섭다고 퇴사할 순 없잖아 를 당장 오늘 읽어보세요. 내가 놓치고 있던 공황의 많은 부분을 한눈에 들여다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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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