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심리 - 우울의 바다에 구명보트 띄우는 법

우울의 바다에 구명보트 띄우는 법 - 우울증을 겪고 있는 이와 그 가족들을 위한 실전 매뉴얼
오렌지나무 지음 / 혜다 / 2021년 5월

20년 동안 우울증을 앓고 7년간 은둔형 외톨이로 살았던 여성이 있습니다. 그녀는 마침내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단했고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내려갑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우울의 바다에 구명보트 띄우는 법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무기력과 괴로움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그것이 단순한 감정인지, 아니면 정말 병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저자는 우울증으로 인해 난청과 이명 등 육체적 질병까지 얻게 됩니다. 우울증에 20년을 시달리던 그녀가 회복의 걸음을 떼게 된 것은 바로 우울증을 기분이 아닌 병으로 인식하면서부터였습니다. 우울증은 단순히 느낌이나 기분 정도로 생각한다면 시간이 약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울증을 정말 병으로써 인정한다면 우리는 마냥 세월을 보내며 나아지기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병은 느낌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병에 걸렸기 때문에 이런 모습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암에 걸린 사람이 항암치료를 하며 머리가 빠지는 것은 그의 못생김 때문이 아니라 병 때문인 것입니다. 이런 감각은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우울증에도 적용해야 합니다. 우울증에 걸린 내가 이런 모습인 것은, 나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병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병을 치료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저자는 현실을 개조하고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만지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이미 엎질러진 세월을 돌이킬 수도 없고 내 망상으로 현실을 조작할 수도 없습니다. 인간에게 그런 일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내 스스로 고통의 반대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저자는 그 싸움을 싸우고 있고, 우리 역시 그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여러분은 스스로를 어떻게 대하고 계십니까? 어쩌면 우울증 환자들은 남을 대할 때보다 자신에게 더 혹독하고 가혹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지독한 상사이며, 악독한 부모이고, 날카로운 상처를 주는 심리상담가일 수 있습니다. 저자는 더 나아가 스스로에게 살인을 저지를 뻔한 살인미수범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이 책에서 제 마음을 가장 자극한 부분은, 우울증 환자들에겐 뻔뻔함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한마디가 제 속에 엉켜 있던 많은 고민들을 풀어주었습니다. 우울증 환자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에 휘둘리고, 자신의 실패와 실수를 자책하며, 언제나 주눅이 들어있고, 자존감이 낮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참 뻔뻔한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우울증 환자들이 조금만 더 뻔뻔해진다면 우울증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큰 동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내가 어떤 실수를 했든, 내 상황과 모습이 어떠하든, 나는 나일 뿐입니다. 우리 조금 더 뻔뻔해집시다.

우울증으로 잘난척하지 않는 책이 출간되어 참 고마운 마음입니다.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들지 않고, 자신의 영웅담을 자랑하지도 않고, 학술적인 근거를 줄줄 읊어대지도 않는 담백한 책입니다. 그저 자신의 걸음걸음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여, 뒤따라오는 우울증 환자들에게 갈 길을 보여주는 친절한 책입니다.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혹은 우울증 환자의 곁에서 그들을 이해하려 애쓰는 모든 분들께 이책, 우울의 바다에 구명보트 띄우는 법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이 거친 파도 속에서 침몰하지 않도록 도와주는지, 저자가 찾은 구명보트들을 살펴보세요. 잠시 잊고 있던 희망의 끈을 발견하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어가시게 될 것입니다.

(본 리뷰는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