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시민들
백민석 지음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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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러시아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십니까? 톨스토이, 푸시킨 같은 대문호를 떠올리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고르바초프나 푸틴같은 정치인들부터 떠올리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러시아의 이미지는 상당히 편향적이고 경직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정보도 많지 않을 뿐더러 결국 그 나라를 접하는 통로는 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우거나, TV에서 뉴스로 보는 길 밖에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소설가 백민석 선생님께서 상당히 흥미로운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러시아의 시민들이라는 책입니다. 러시아의 정치, 러시아의 문학이라는 책은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지 대충 알겠는데, 러시아의 시민들은 도대체 책에 무엇을 담겠다는 것일까요?

 

러시아의 시민들은 여행자의 시선에서 가장 날것의 생생한 러시아의 모습을 담아낸 놀라운 책입니다. 기자의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본 러시아의 시국도 아니고, 비평가의 통찰력있는 시선으로 풀어낸 러시아 해부학책도 아닙니다. 이 책은 그저 걸음걸음마다 마주친 러시아 사람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유명인도 없고, 엄청난 사건도 없는 이 책이 놀랍게도 그 어떤 책보다도 러시아의 모습을 가장 생생하게 느끼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이전까지 러시아를 다룬 책들이 조선왕조실록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 책 러시아의 시민들은 신윤복이나 김홍도의 풍속화를 보는 느낌을 줍니다. 가판대에서 과일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 예배당에서 기도하고 있는 러시아 할머니의 모습을 이 책이 아니었다면 제가 어디서 볼 수 있었을까요?

 

러시아 여행가이드북을 읽어보면, 러시아에선 어떤 명소를 꼭 가야하며, 거기를 가려면 어떤 교통편을 이용해야 하고, 요금은 얼마인지 등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이 책 러시아의 시민들은 그 장소를 묘사합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 그곳의 분위기, 그곳의 느낌을 주관적으로 바라보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게 참 묘한 느낌을 줍니다. 텍스트에서 풍겨나는 사람 사는 냄새, 이 냄새가 너무도 낯설면서도 친근합니다. 다른 매체를 통해 재해석된 러시아의 모습만 보다가, 우리처럼 그냥 땅을 딛고 살아가는 평범한 러시아 사람들의 일상을 읽어나가다보니 뭔가 설명하기 힘든 오묘한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러시아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도 너무 궁금해졌습니다. 주변에 알고 지내는 러시아 사람이 없으니 책을 선물해줄 수도 없고, 러시아 사람의 리뷰를 본다면 참 흥미로울텐데요.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러시아를 바라본 러시아 사람의 느낌이요. 이 책처럼 여행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한국은 어떤 모습일지도 너무 궁금해졌습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니 평범하던 제 일상도 조금은 특별해졌습니다. 어제와 같은 똑같은 하루일 뿐인데, 여행자의 시선으로 우리나라 가게의 간판과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니 뭔가 다른 나라가 펼쳐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특별한 인물과 사건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인지 모르게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광장을 거닐고 시장을 오가는 러시아의 모습을 보며 이전까지 제 머릿 속에 품고 있던 러시아에 대한 고정관념들이 녹아내렸습니다. 그리고 점점 더 러시아가 궁금해졌고, 점점 더 러시아가 친근해졌습니다.

 

중간중간 러시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설명도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흥미롭게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다양한 분야에 대한 풍성한 정보도 함께 얻어가실 수 있을 겁니다. 이래저래 참 유익한 책입니다.

 

가장 가까운 유럽, 러시아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분들께 이책 러시아의 시민들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여행자의 눈으로 본 러시아의 민낯을 통해 가장 낯설고 친근한 타국을 경험해보세요.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눈과 손을 떼기가 힘드실 겁니다. 올겨울이 가기 전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본 리뷰는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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