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F코드 이야기 - 우울에 불안, 약간의 강박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하늬 지음 / 심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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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에 걸리고 감기에 걸린 사실을 남이 알까 전전긍긍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피부병에 걸린 후 자신이 피부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병은 병이고, 누구라도 걸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쉽지 않은 병도 있습니다. 남들에게 쉽게 알리지 못하고 숨기게 되는 병도 있습니다. 병원에선 F코드로 분류되는 F41.2 F32 F42 F313 바로 우울증, 불안장애, 강박장애 등이 그것입니다.

 

기자로 일하고 있는 이하늬 님은 2016년 불면증, 식욕부진, 우울감 등을 겪으며 주변에서 우울증일지 모르니 정신과를 가보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에이 내가 무슨 우울증이야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이후 극심한 무기력증을 겪게 됩니다. 녹초가 되어 찾은 정신과, 그리고 기나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하늬 기자님은 그 이야기를 담아 나의 F코드 이야기라는 책을 써내셨습니다.

 

이 책의 놀라운 점은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표현과 상황설명으로 F코드 환자의 입장을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의학적으로 분석하여 해결책을 알려주는 정신건강서적도 아니고, 자기계발을 통해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겠다는 힐링서적도 아닙니다. 그저 시작부터 끝까지 F코드 환자의 모든 것을 상세하게 풀어 그림 그리듯 나열하여 설명해줍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읽어가며 놀랍도록 치유되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첫째로 나만 이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으로 큰 위안을 받게 되었고, 둘째로 내 모습을 다른 이의 삶을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하게 되는 지점에서 큰 진보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공감으로 때로는 답답함으로 책을 읽어나가며 나의 F코드에 대해 인정하게 되었고, 앞으로 걸어나가야 할 과정을 미리 살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F코드는 그런면에서 참 특별합니다. 암환자가 자신이 암에 걸렸다고 인정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F코드는 내가 스스로 F코드 환자임을 인정하는 순간 치료를 향한 가장 중요한 걸음을 떼게 되는 것입니다. 그 자체로 이미 큰 성장이며 승리입니다. 물론 그 후로 이어질 과정이 꽤나 막막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이 책에서 또 크게 도움을 받았던 것은 의사와 전문가에게 지나치게 휘둘리지 않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무조건적으로 저 사람은 전문가이니 저 사람이 옳다라고 확정짓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맞는 전문가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성향 역시 맞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좀더 능동적인 환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저에겐 상당히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주변에서 보기에 전혀 F코드 환자같지 않아 보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밖에선 최대한 괜찮은 척 하고 오히려 더 활발하게 행동하기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사람, 그런 이들이 F코드 환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F코드를 인정받기 위해 억지로 우울한 척이라도 해야할까요? 저자는 세상엔 다양한 F코드가 있으니 내 F코드는 이렇다라고 그냥 생각해버리라고 합니다. 이는 저에게 상당히 중요한 인사이트를 주었습니다. 내가 내 F코드를 다룰 때도 그래야 하지만, 동시에 다른 F코드 환자들을 대할 때도 동일하게 그래야 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엔 수많은 F코드 환자들이 있습니다.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르고, 각자가 풀어나가는 방식도 다를 것입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편하게 다가가고 또 반대로 편하게 대해주는 것, 이 책에 나와 있는 대로 전문가를 활용하고 나를 더 이해하는 것, 우리는 남들과 다른 속도로 조금씩 전진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삶을 통해 나를 들여다볼 뿐 아니라 세상을 좀더 다양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도와준 책입니다. 자신과 주변의 정신적 아픔을 경험한 분들이라면 꼭 이 책, 나의 F코드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우리가 궁금했던 그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의 인생은 새롭게 쓰여질 것입니다. 다가오는 겨울, 서로를 더 배려할 수 있도록 나의 F코드 이야기를 꼭 읽어보시길 적극 추천드립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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