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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세이(平成)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요시미 슌야 지음, 서의동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7월
평점 :
얼마 전 모 걸그룹의 일본인 멤버가 헤이세이 시대가 저무는 데 대한 아쉬움을 포스팅했다가 일부 안티들에게 뭇매를 맞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일본은 현재 헤이세이 시대를 끝내고 레이와 시대를 열었습니다. 지난 30여년 간의 헤이세이 시대는 일본인들에게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가져갔을까요?
요시미 순야 도쿄대 교수는 이번에 헤이세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이라는 책을 통해 일본의 지난 30년을 정리하는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이 책의 놀라운 점은 일본의 실패를 전면적으로 조명한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일본인들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으려 합니다. 진실과 정의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아느냐에 초점을 맞춥니다. 때문에 일본의 잘못과 실패는 철저하게 은폐되어지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요시미 순야 교수는 일본이 왜 실패했으며 어떻게 실패해왔는지를 상세하고 날카롭게 지적해나갑니다. 헤이세이를 지나며 일본은 수축했고 퇴보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들이 전진할 때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대기업의 몰락과 첨단 산업에서의 약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자연재해까지 겹치며 일본의 국제적 경쟁력은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습니다.
사실상의 일당체제로 돌아가는 일본은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민주당으로 정권이 넘어가게 되었지만,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라는 대혼란을 겪고 이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책임으로 다시 자민당 체제로 돌아서게 되었습니다. 아베 총리는 일본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아베노믹스를 밀고 나갔고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2020 도쿄 올림픽을 강행하려합니다. 그러나 코로나 19 사태가 터지며 아베 정권의 회심의 카드였던 올림픽마저 수포로 돌아갈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렇게 계속된 악재와 실패가 가득한 나라가 또 있을까요? 과거 GDP가 세계 2위를 차지하던 시절, 전세계에 심어놓은 해외자산과 기축통화국의 위치로 현재 일본을 유지해나가고 있지만, 일본이 과거에 모아놓은 해외자산과 기축통화국이 아니었다면 어디까지 추락했을지 전문가들조차 예상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야마이치 증권의 패망, 소니의 후퇴, 도시바의 몰락까지 정말 되는 일이라곤 없는 일본의 상황은 앞으로의 30년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저자는 오타쿠 문화와 비디오 게임의 가상세계에 빠진 일본 청년들을 보며 현실을 외면하는 현재의 일본을 바라봅니다. 과거의 찬란한 영광을 뒤로한 채 이제는 비참한 현실을 바라볼 자신이 없어 가짜 세계에 들어가 앉아 있는 무기력한 모습 말입니다. 이는 어떤 경우엔 히키코모리라는 은폐된 문화로, 어떤 경우엔 옴진리교같은 극단적인 사회적 테러의 형태로 드러납니다.
헤이세이 30년 일본은 추락했습니다. 그런데 그 추락은 헤이세이 시대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전부터 계속 되어 왔으나 타국의 전쟁 특수로 인한 수익, 몇몇 기업의 획기적인 발명과 마케팅 등으로 아닌 척 감춰두고 있을 뿐입니다. 돈이 있을 땐 드러나지 않던 문제들이, 이제는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거대함으로 코앞에 닥쳐온 것입니다.
일본이라는 강대국의 계속된 실패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어쩌면 우리보다 먼저 쇠퇴의 길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일본이라는 교보재를 통해 우리는 같은 실패를 하지 않도록 스스로 준비해가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곪았던 치부들이 드러나 터지기 전에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나가 모두가 멈춰설 때도 앞으로 전진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일본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읽기 원하는 모든 분들께 이 책 헤이세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적극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