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는 세계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 - 물류를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
다마키 도시아키 지음, 노경아 옮김 / 시그마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세계사를 읽는 데는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읽어나갈 수도 있고, 전쟁사를 통해 읽어나갈 수도 있습니다. 국가의 이합집산을 통해 읽어나가는 방법도 있구요.

 

그런데 이번에 출간된 신간, 물류는 세계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는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잡아나갑니다. 바로 물류를 통해 세계사가 어떻게 변화하고 흘러갔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현재의 세계는 그야말로 물류 아래 대통합된 글로벌 촌이기에 이런 분석은 응당 당연해보입니다.

 

이 책은 페니키아인의 지중해 무역으로 그 포문을 엽니다. 저자는 페니키아인이 무역을 위해 활자를 발전시켰을 것이라 전제할 정도로 페니키아인은 전 지중해는 물론이고 서아프리카, 홍해를 거쳐 인도양에 이르기까지 어마어마한 물류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이렇게 세계를 연결한 지중해 무역으로 페니키아인들은 자신들의 세상을 발전시켜 나갔고, 이는 후에 로마제국의 단단한 토대가 되기도 합니다. 즉, 로마제국이 페니키아인들의 물류 시스템과 경로를 그대로 계승했기에 세계를 지배하는 대국이 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유럽의 이야기가 이러하다면 아시아 역시 물류를 중심으로 아시아사의 확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무제는 지배영역을 서쪽으로 확장해가면서 중요한 소금과 철을 국가가 전매하는 등 선진화된 물류 시스템을 만들어 갑니다. 이슬람 역시 인도양 교역의 핵심인 이슬람 상인들을 통해 홍해와 아프리카, 인도양까지 세계를 종횡무진합니다.

 

전 세계가 약속이라도 한 듯 물류를 통해 연결되어지고 성장해나가고 국가를 확장해나갔습니다. 물류는 종교나 사상 만큼이나 국가 운영과 외교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고, 세계를 물류 앞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그 전까지 먼저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아시아는 대항해시대를 지나 물류와 돈의 흐름 앞에 서양에 추월당하게 됩니다. 이 과정 역시 물류의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희망봉의 발견, 향신료의 이동 등 물류의 흐름을 보면 어느 국가가 어떻게 세상을 지배해가는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책, 물류는 세계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는 이 과정을 텍스트로 자세히 설명해줄 뿐 아니라, 지도를 통해 물류의 흐름을 보여주기 때문에 활자에 약한 분들도 책의 진도를 잘 따라가기만 하면 세계사가 어떻게 움직여가는지를 쉽고 상세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계를 지배한 대영제국, 팍스 브리태니카 역시 물류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결국 서구열강의 이런 식민지화는 모두 물류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혁명으로 세계의 공장이 되었던 영국은 식민지화를 통해 세계의 물류창고, 운반자가 되며 어마어마하게 세계 질서를 잠식해나갑니다. 물류의 힘이 무엇인지를 온세상에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돈이 어디에서 어디로 움직이는지, 국가가 특산품과 귀중품을 어느 나라에서 어느 나라로 옮기는지를 보면 세계의 패권국과 약소국을 알 수 있습니다. 물류는 또다른 이름의 전쟁이며, 그 자체로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하는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근래 읽었던 세계사 책 중 이토록 흥미진진한 책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물류는 세계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는 마치 대항해시대의 한복판에서 세계의 힘의 균형이 지각변동하는 것을 함께 느끼고 경험하는 듯한 생동감과 디테일한 분석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사람의 욕구를 가장 세밀하게 들여다보려면 그 사람이 어디에 돈을 쓰는지를 보면 됩니다. 전세계의 돈이 흘러가는 것을 살펴보시면서 세계사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되짚어보세요.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진짜 세계사의 민낯을 보시게 될 것입니다. 모든 역사 덕후 및 리테일인들에게 이 책, 물류는 세계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를 적극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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