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동
김재천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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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곳에 갔을 때 문득 숨겨두었던 감정과 기억들이 떠오른 경험이 있으십니까? 장소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수많은 예술가들에겐 각자만의 장소가 있고, 그곳에선 다른 어떤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영감과 인사이트들을 전해받곤 합니다.

 

김재천 시인께서 출간하신 시집 공릉동은 책의 제목 그대로 공릉동에 대한 감성을 모아 출간하신 책입니다. 유명하지도 않고 전혀 특별할 것도 없는 공릉동에 대해서 어떤 시상들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일까요?

 

공릉동은 규모상 그렇게 큰 동네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대학들이 밀집해있는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어떤 동네보다도 활력이 넘치고 젊음의 생기가 가득합니다. 청춘이라는 감성을 표현해내기에 공릉동만한 동네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이 책에서 시인이 그려내는 공릉동의 모습은 젊은 기억 그러나 동시에 그립고 아련한 감성이 가득합니다. 여기서 이 책의 주제가 한가지 더 등장합니다. 바로 시인을 떠나간 시인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공릉동에서 가슴에 묻을 수 밖에 없었던 아내, 그 아내에 대한 시인의 마음들이 공릉동 어귀어귀마다 달라붙어 다른 시집에서는 경험하기 힘들었던 묘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동네에 대한 시들은 대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나 마음속 이상향 등을 그리고 있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공릉동이란 시집은 같은듯 다른 독특한 감성을 계속해서 전해줍니다.

 

때로는 여인처럼, 때로는 청춘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다가오는 공릉동의 모습은 우리 모두가 경험해본 아릿하면서도 쌉쌀한 느낌을 유려한 문체에 담아 표현됩니다. 공릉동 철길거리, 국수거리 등 머릿 속에 그려지는 공릉동의 모습과 함께 시인은 우리를 감정의 한복판으로 인도합니다.

 

책의 후반부로 갈 수록 아픈 아내와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조금씩 격해지며 폭풍처럼 몰아칩니다. 공릉동에 대해 진행되어지는 시들은 우리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면 후반부 아내에 대한 시들은 시인의 마음에 대한 이해를 더해줍니다. 아직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본 경험이 없어서인지 어렴풋하게나마 닿는 그 감정이 언젠간 저에게도 깊은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로 다가올 날이 있겠지요.

 

그래서 이 책은 두고두고 곁에 두고 읽고 싶은 책입니다. 지금의 내가 읽을 때와 더 나이를 먹고 더 많은 경험을 한 후에 읽을 때 각각의 단어와 표현들이 어떻게 다르게 와닿을지 궁금합니다. 조금은 무섭기도 하구요.

 

여러분은 공릉동에 가보셨습니까? 한적하면서 활기있고, 우울하면서도 밝은 동네 공릉동. 대학가의 젊은 청춘들과 배드타운의 노인들이 공존하는 공릉동에 서린 시인의 감정을 따라가며 그리움과 아픔, 후회와 쓸쓸함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시길 추천드립니다.

 

소나기가 이따금씩 내리는 오락가락한 요즘, 이 책 공릉동을 들고 공릉동에 방문해볼 생각입니다. 공릉동 철길거리를 걸으며 그 묘한 감정을 오롯이 내것으로 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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