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원전 완역판 세트 - 전10권 코너스톤 착한 고전 시리즈 5
요시카와 에이지 엮음, 바른번역 옮김, 나관중 원작 / 코너스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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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책은 무엇일까요? 전세계로 범위를 확대한다면 단연 성경일테고, 유럽권으로 한정한다면 세익스피어의 희극과 비극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아시아에선 어떨까요? 여러 책들이 거론되겠지만 저는 압도적으로 이 책이 꼽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나관중의 삼국지입니다.

 

삼국지는 중국은 물론이거니와 한국, 일본, 베트남 등등 아시아 전역에 걸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사회 지도층 인사 중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고, 독서를 좋아하는 청소년들이라면 반드시 한번은 도전하게 되는 필독서입니다.

 

그런데 남들이 다 읽는 책이라기에 나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마음 먹고 서점에 가보면 조금 난감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워낙 유명한 고전 중의 고전이다보니 역본이 셀 수 없이 많은 것입니다. 기왕 읽는 거 좋은 책을 찾아 읽고 싶은데, 어떤 책을 읽어야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삼국지 중 가장 유명한 시리즈는 일본인 요시카와 에이지에 의해 편저된 버전의 삼국지입니다. 그런데 이 시리즈 역시 시중에 너무나도 많은 번역본이 출간되어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까요?

 

한국에 양질의 번역가 양성에 힘쓰고 있는 바른번역에서 이번에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를 번역하여 코너스톤 출판사를 통해 출간하였습니다. 바른번역의 이름에서 신뢰할 수 있듯이 단언컨대 현재 나와있는 모든 삼국지 중 가장 왜곡이 적고 수려한 문체로 번역되어 있는 책이라 확신합니다. 책을 읽어나가며 조금의 막힘도 없이 삼국지의 역사 속 장면들이 생생하게 머릿 속에 펼쳐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초라한 모습으로 관료에게 목덜미가 잡히며 유비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삼국지는 등장인물이 너무 많기 때문에 많은 책들이 일러스트를 삽입하여 독자의 혼란을 방지합니다. 그런데 우직하게 텍스트로만 승부하는 바른번역의 삼국지는 놀랍게도 그 어떤 역본보다도 선명한 이미지를 계속해서 그려냅니다.

 

-키가 7척이나 되는 덩치 큰 사내였다.

"뭐야, 졸병 장비 아니야?"

"맞네. 얼마 전에 새로 들어온 따까리 장비로구먼." (제1권 P.60)

 

이 책은 일부러 요즘 용어를 섞어가며 의역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의 말과 표현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때문에 역사소설을 읽는다는 느낌이 아닌, 대중을 대상으로 제작된 TV시리즈를 보고 있는 느낌으로 사건에 몰입하게 만들어줍니다.

 

요시카와 에이지 자체가 역사가나 문헌학자가 아닌 소설가이기에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 역시 원문을 그대로 직역하기 보단 인물의 서사와 사건의 흐름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갑니다. 일반적으로 삼국지하면 유비, 관우, 장비 세 의형제를 가장 먼저 떠올리시겠지만 요시카와 에이지가 가장 힘을 주고 있는 인물은 제갈공명입니다. 중간중간 제갈공명의 대단함을 묘사하는 표현들이 수시로 등장할뿐 아니라, 극의 상당부분이 제갈공명과 함께 진행되어져 나갑니다. 왕의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정사와 달리, 개인의 서사와 감정을 따라가는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는 원문이 담아내는 것보다 오히려 더 깊은 몰입과 감정의 동요를 가져다 줍니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에서 가장 압권인 장면은 유비가 죽음을 앞두고 제갈공명을 불러 후사를 부탁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성을 잃은 공명은 황제 용상에 매달려 얼굴을 대고 눈물을 철철 흘리며 말했다.

...

공명은 엎드려 엉엉 울면서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

공명은 용상 아래에 머리를 찧고 두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통곡했다. (제9권, p.250-251)

 

제갈공명이 이성을 잃고 황제 용상에 매달리는 모습과 눈물을 철철 흘린다던지, 엎드려 엉엉 울면서 몸 둘 바를 몰라 한다던지, 심지어 용상 아래에 머리를 찧고 두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통곡하는 장면등을 통해 제갈공명의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시킨 후 이어 황제의 유지를 받들어 남만정벌에 나서는 제갈공명의 모습은 다른 어떤 이야기에서도 느끼기 힘든 소설적 쾌감을 전해줍니다.

 

삼국지를 가장 완벽히 번역한 책이 무엇이냐 하면 답이 쉽게 나오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주장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국지를 가장 맛있게 풀어낸 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연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가 답이 될 것입니다.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 중에서도 바른번역에서 번역한 코너스톤의 삼국지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삼국지라고 감히 확신합니다.

 

삼국지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간의 우정, 경쟁, 정복, 회유 등 인간사의 다양한 감정과 사건들을 거대한 스케일로 풀어낸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를 통해 이제 깊은 인생의 맛을 경험해보세요. 수천의 캐릭터가 서로 뒤섞여 풀어내는 역사의 소용돌이에 함께 하다보면 어느새 이전엔 몰랐던 처세와 성장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닫고 앞으로 나아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코너스톤의 삼국지를 적극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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