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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노답 - 인생은 원래 답이 없다
구본경 지음 / 대경북스 / 2020년 2월
평점 :
너도 나도 힘든 시대, 대형 서점을 방문해보면 온갖 자기계발서적들이 넘쳐납니다. 10대엔 무엇을 해야 한다, 20대에 무엇을 안하면 인생 꼬인다, 30대에 무엇을 해야 노년이 편안하다, 40대에 내 자식에게 무엇을 해줘야 한다 등등 모든 책들이 성공의 길을 제시하며 이에서 어긋난 삶을 실패로 규정짓습니다. 위로를 받기 위해 책을 집어들었다가 질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도대체 제 인생은 어디부터 꼬인 걸까요? 10대에 꼭 해야한다고 그것을 안 하고 넘어왔기 때문인가요?
그런데 범람하는 자기계발서적들 사이로 조금 독특한 책 한 권이 보입니다. 인생노답 인생은 원래 답이 없다는 조금은 황당한 제목의 책입니다. 이 책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걸까요?
이 책은 으리으리한 커리어와 입이 떡벌어지는 학벌을 책 앞 날개에 싣고 자신이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알려주는 자기계발서적을 빙자한 자기자랑서적들과는 조금 궤적이 다릅니다. 책을 읽으며 초반부에는 이분이 책을 왜 쓰셨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뭘 어떻게 하라는 얘기도 없고, 그렇다고 자기가 뭘 어떻게 했다는 얘기도 없고 그저 에세이의 형식을 빌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뿐입니다. 글은 좀 잘 쓰시는 것 같은데, 정답을 찾는 데 익숙했던 저에게 이 책은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건가 하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오묘한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어나가며 놀랍도록 위로받고 있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어디가서 얘기하고 싶은데 내 얘기라고 하면 평가 받는 기분이 들어서 이거 내 친구 얘긴데 하면서 구구절절 이야기했던 경험 다들 있으시죠? 이 책이 저에게 딱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읽다보니 내 얘긴데, 남의 입과 남의 삶을 빌려 읽어나가보니 뭔가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그러다보니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또 내 얘기였을 땐 세상 심각했던 이야기가 남의 인생으로 보니 그래도 살만해 보이기도 하고 아무튼 이런 오묘한 느낌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자신의 성공을 가지고 남을 가르치려 들지만, 실제 그 방법이 내 삶에도 꼭 적용된다는 보장도 없고, 그 방법이 진짜 정답인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냥 인생은 원래 답이 없다고 인정해버리고, 노답인생에서 뭐라도 하나 해보자, 꿈틀이라도 해보자 하고 생각하니 조금은 의욕이 나는 것도 같았습니다.
노답인생을 인정하면 주변의 노답인생들이 보입니다. 정답을 찾으려하면 성공한, 혹은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만 보이죠. 그런데 원래 답이 없구나 생각하니 주변에 답 없는 인생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의사는 건강하고 똑똑한 사람이 하는 거지만 공감해주는 사람은 아프고 더 많이 다친 사람이 해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답이 없었던 만큼, 방황하고 헤맨만큼, 외롭고 쓸쓸했던 만큼 남의 노답에 더 깊이 공감해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성공했다면 아마 지금 이순간에도 남을 가르치려 들고 있었겠지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저는 분명히 그랬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훈계로 그 사람 인생이 뭐 달라질 수 있을까요?
훈계로는 안되지만 공감으로는 사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타인에게도 그러하고, 나 자신에게도 그러합니다.
답이 없는 인생에서 헤매고 질투하고 가끔씩 폭발하는 청춘들에게 이 책, 인생노답을 추천드립니다. 인생은 원래 답이 없답니다. 더이상 남의 인생을 기웃거리지 않고 이제 오늘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살아보아야겠습니다. 어쩌면 저도 십년 후 쯤엔 이런 책을 쓸 수도 있겠네요. 인생정말노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