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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넌 고마운 사람
배지영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12월
평점 :
근린생활자라는 소설집으로 작년 한해 잔잔한 바람을 불러일으키셨던 배지영 작가님께서 이번엔 이미 넌 고마운 사람이라는 에세이를 통해 독자들을 찾아오셨습니다.
이미 넌 고마운 사람은 제목에서부터 왠지 연애 에세이의 느낌을 물씬 풍기지만 책의 내용은 사랑에만 국한되어있지 않습니다. 때로는 조금 독특하고, 때로는 조금 외로운 우리시대 사람들을 향한 위로와 공감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페이지마다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펼쳐든 페이지에 등장한 사라진 양말 한짝의 이야기는 조금은 당황스럽고 이 책의 방향성에 대한 혼란과 오해를 가져왔지만 계속해서 읽어나가다보니 이어지는 그리움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 차분히 마음이 젖어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고마운 점은 우리가 놓치고 지나가는 일상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정리해준다는 데 있습니다. 동네 노인 부부의 이야기, 회사 직원의 결혼, 여름 휴가, 우리에게 일상처럼 지나가는 일들과 그 속에서 요동치고 움직이는 우리의 감정들은 대부분 정리되지 못하고 그대로 사라져 버립니다. 그런데 이 책에선 그 순간순간들을 텍스트로 멈추어 보여줍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어떤 부분에선 나의 모습이, 어떤 사람에게선 가족의 모습이 투영되며 맞다 내가 이런 감정이었지, 그 사람은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하고 지나간 시간을 곱씹어보도록 도와줍니다. 말과 글로 정리하지 못해 그냥 스쳐지나간 감정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배지영 작가님의 이미 넌 고마운 사람을 읽으며 사랑했던 그 사람과의 관계와 감정과 순간을 하나식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어나가며 지금 나에게 엄청나게 크게 느껴지는 일도 훌훌 털어버리면 별 거 아닌 게 되고, 내가 대단치 않게 생각했던 일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이 되는가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선 사랑의 감정 외에도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남들보다 조금은 더 긴 겨울을 지나며 앙상한 가지가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아도, 용기를 내어 다시 시작하면 언젠간 울창한 숲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것을 배워나가는 것이 청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 보고싶은 얼굴들, 친구의 위로, 막연한 미래,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호흡으로 이어지는 기승전결을 가진 책은 아니지만 각각의 이야기들이 이 땅을 살아가는 청춘들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만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오늘 하루 어떠셨나요? 조금은 고된 하루를 보내셨나요? 새롭게 시작하는 올 한해엔 어떤 일들을 기대하십니까? 오늘을, 새해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에겐 어떤 위로와 어떤 공감이 필요할까요? 배지영 작가님의 이미 넌 고마운 사람을 통해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고 다가올 시간에 대한 따뜻한 위로와 포근한 공감을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는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이기에 그 상처를 안아줄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의 상처도, 나의 상처도.
이미 넌 고마운 사람과 함께 따뜻하고 활기찬 새해 되시길 바랍니다. 오늘을 진짜 나로써 살아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