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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전쟁이 아니다 - 우리는 왜 젠더 전쟁에서 자유로워져야 하는가?
조안나 윌리엄스 지음, 유나영 옮김 / 별글 / 2019년 10월
평점 :
요즘 인터넷은 그야말로 분열과 혐오로 가득합니다. 과거 지역갈등이 그러했고, 한때 세대갈등이 그러했다면 요즘 핫한 이슈는 젠더갈등입니다. 한쪽의 성을 무기로 다른 한쪽을 공격하고 혐오하는 것은 이제 어느 커뮤니티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되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어느 쪽이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요?
이미 출판계에는 페미니즘 바람이 한껏 불어왔고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해외에서 그 내용을 인정받지 못한 어설픈 책들도 페미니즘이라는 간판만 붙이고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런 와중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책도 출간되었습니다. 조안나 윌리엄스가 집필한 페미니즘은 전쟁이 아니다 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자유를 억압하는 것들로부터의 해방을 이야기하는 페미니즘이 이제는 도리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모순을 통렬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스스로 권력이 되어버린 페미니즘이 가고 있는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날카롭고 우아하게 정리해나갑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오늘날 페미니즘이 남성을 악마로 만들고 여성으로 하여금 잘못된 피해의식을 심어주어 도리어 여성을 비하시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 지적이 현재 페미니즘의 모순을 가장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는 문장입니다. 저런 논리가 유지되려면 한쪽은 일방적인 악으로 세팅되어야 하고, 다른 한쪽은 일방적인 피해자로서만 존재해야 합니다. 여성을 위한 페미니즘이 도리어 여성을 더 작은 존재로 격하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여성은 모든 면에서 피해를 입은 자로서 기능해야 논리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여성으로서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글을 쓰는 것이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솔직하고 정직하게 현 상황을 분석해나갑니다. 자신이 여성으로서 경험했던 일에 대해서도 어느 쪽 논리에도 치우치지 않고 냉정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성별이 소득을 결정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단순히 남자가 얼마를 벌며 여자가 얼마를 번다는 단순 엑셀 정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회사 안에서 어떤 일을 하며 총 근로시간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등 다양한 변수들 제시하며 이를 쪼개어 분석해나갑니다. 저자는 여성을 고위직에 강제로 할당하는데만 혈안이 되어 정작 하위직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소외시키고 있는 모순도 지적합니다. 그런식으로 억지로 줄인 소득차이가 과연 여성들을 위한 것인지도 되묻습니다.
부모로서의 역할, 성관계에서의 젠더의 차이 등 다른 젠더 관련 서적에선 편향되게 기술했던 수많은 논점들에 대해 이 책은 상당히 객관적인 시각으로 다루어 나갑니다. 어떤 이념에 심취하지 않은 냉정한 분석만이 진짜 문제를 해결해나갈 유일한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페미니스트로 교육을 받아오고 페미니즘이 진리라고 믿어왔던 저자가 밝히는 진짜 젠더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고 충격적이었습니다. 자유를 이야기하며 오히려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일부 부류에 대해 던지는 조안나 윌리엄스의 질문과 지적은 날카롭고 예리합니다.
페미니즘은 전쟁이 아니다는 진짜 자유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자유를 표방하며 자유를 빼앗는 것이 아닌, 정말 내가 원하는 삶과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혐오과 폭력과 억압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페미니즘은 전쟁이 아니다를 추천드립니다. 어쩌면 이 책 한 권이 세상을 보는 우리의 시각을 균형있게 교정해줄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꼭 읽어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