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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히키코모리, 얼떨결에 10년 - 만렙 집돌이의 방구석 탈출기
김재주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9월
평점 :
집돌이, 집순이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해줄 신선한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제목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어쩌다 히키코모리, 얼떨결에 10년 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아무런 이력도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자신을 한 사람의 히키코모리로 소개합니다. 히키코모리는 은둔형 외톨이를 뜻하는 말로, 세상과 단절된 채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이야기합니다.
예전엔 히키코모리하면 일본의 지독한 오타쿠같은 부류를 떠올리곤 했지만, 이젠 우리나라에도 상당히 친숙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단지 인형이나 2D 캐릭터와 사랑에 빠진 부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든지 스스로 벽을 쌓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칭하는 표현이 되었고, 이런 부류는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꽤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2D캐릭터를 사랑하진 않는 다고 해명하고, 소개팅 자리에서 만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을 자신과 같은 히키코모리로 판단하는 부분 등 책의 여러부분에서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히키코모리가 얼마나 편협하고 좁은 수준의 판단이었는가를 깨닫게 해줍니다.
현대 한국에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집돌이 집순이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설령 나름의 사회생활을 하고, 어쩌다 친구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히키코모리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그어놓은 벽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나름의 자잘한 시도를 합니다. 이 과정은 히키코모리를 모르는 분들에겐 답답하게 보이고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자신을 가둔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아는 분들에겐 세상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었던 큰 공감과 위로로 다가올 것입니다.
나니아 연대기의 저자인 C.S 루이스는 그의 책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고양이에게 병적인 공포를 느끼는 신경증 환자가 어떤 좋은 이유 때문에 꾹 참고 고양이를 집어들 때, 하나님은 건강한 사람이 빅토리아 십자훈장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하는 것보다 더 용감한 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 성격이 비뚤어지는 바람에 잔인함이 몸에 밴 어떤 사람이 동료들의 조롱을 무릅쓰고 아주 작은 친절을 베풀거나 어떤 잔인한 행동을 하고 싶은 마음을 참을 때, 하나님은 여러분과 제가 친구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일보다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즉, 일반인의 시각에서 볼 땐 아무것도 아닌 당연한 행동이, 누군가에겐 큰 도전이며 넘기 힘든 벽이고, 그 행동을 하기 위해 벌이는 작은 싸움이 신의 눈에는 가장 위대한 행동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어쩌다 히키코모리가 되었고, 힘겹게 방문을 벗어난 저자의 이야기는 놀랍게도 같은 싸움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세상 그 어떤 책보다도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내가 벌이고 있는 이 싸움이 누군가의 눈에는 얼토당토않게 보이며 한심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 세상에는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이 있으며, 놀랍게도 하루하루 눈꼽만한 작은 진보를 이루어가는 인생의 선배가 있다는 사실이 세상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도 아름답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잘난 사람의 조언이나 많이 배운 사람의 가르침이 아닌, 나와 같은 아픔을 겪고 나와 같은 곤란한 처지에 처한 사람의 분투를 본다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강한 위로와 동기부여를 제공해줍니다.
히키코모리는 모르는 분들에게 이 책은 그들에 대한 이해를 더해줄 것이며, 그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방문 밖으로 걸어나와 어제와 다른 행동을 취하게 하는 용기의 첫걸음이 되어줄 것입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 책은 소소한 이야기와 별것 아닌 도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작은 이야기와 더 작은 도전들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한 사람의 인생을 새롭게 바꾸어 나가게 됩니다.
참 놀라운 책을 발견했습니다. 이 책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주변의 많은 분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셔서 세상 많은 사람들이 집돌이 집순이들의 곤란한 마음에 대해 깊이 이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밤도 이 책을 읽다 잠들 생각입니다. 별것 아닌 이 책이 저는 미칠듯이 사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