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무것도 아닐까 봐 - 도시 생활자의 마음 공황
박상아 지음 / 파우제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신은 왜 꽃을 나무처럼 단단하게 만들지 않은 걸까? 어째서 시간은 그 육신을 다 소모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 걸까?" -p.17

 

TV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공황장애 고백이 계속 되며 이제 공황장애는 대중들에게 꽤나 친숙한 병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황장애라는 병명에만 익숙할 뿐, 정작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 상태가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그저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입니다.

 

이번에 출간된 박상아 선생님의 내가 아무것도 아닐까 봐 는 공황장애를 겪은 저자의 진솔한 마음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진 에세이입니다. 이 책은 그 어떤 의학서적이나 심리학 서적에서도 제공하지 못했던 공황장애의 민낯을 가장 조심스럽게, 그리고 또렷하게 드러내보여줍니다.

 

공황장애에 대해 백과사전이나 전문서적을 찾아보면 황당할 정도로 딱딱하고 정제된 표현만이 가득합니다. 대충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것만으론 실제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를 가늠하기 힘듭니다. 그런데 이 책, 내가 아무것도 아닐까 봐를 읽다보면 마치 내가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 감정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공황장애를 모르는 분들에게는 공황장애에 대한 가장 완벽한 소개를,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분들에게는 다른 어떤 책에서도 얻을 수 없는 위로의 손길로 그 역할을 다합니다.

 

사람의 생각과 감정은 언어를 벗어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도 그것이 무엇이라고 딱 말로 정의되기 전까지는 우리는 그것을 명확히 인지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더 강력하게 다가옵니다.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한번씩 느끼게 되는 그 감정들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히 글로 보여주기에 책을 읽으며 그동안 추상적으로 표류하던 내 안의 감정들이 일렬로 정렬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독자가 얻게되는 가장 큰 수확은 공감입니다. 어둠 속을 헤매고 있는 사람이 나뿐이 아니라는 것, 이 땅을 살고 있는 많은 이들이 칠흙같은 구덩이 속에서 치열하게 한걸음씩 내딛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독자는 큰 위안을 얻게 됩니다.

 

기승전결이 있는 책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서평이나 리뷰로 이 책을 요약한다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그러니 공황장애를 앓고 있거나, 어둠 속을 헤매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반드시 이 책을 구입해서 읽어보세요. 그리고 문장마다 어려있는 저자의 치열한 투쟁을 살펴보시고, 이를 통해 한걸음을 내딛을 용기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저자가 디자인 전공자여서 그런지 책의 곳곳에는 풍성한 그림들로 가득합니다. 어떤 상황과 감정은 글보다도 그림 한장으로 더 자세히 설명이 되어지기도 합니다. 단지 텍스트만 나열된 책보다 훨씬 입체적으로 저자의 감정을 전달받는 느낌이었습니다.

 

공황장애로 고통받는 세상 모든 분들, 그리고 그 가족과 주변인들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고, 주변에 잔뜩 선물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어지러운 감정을 글과 그림으로 정리해준 이 책을 통해 공황장애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얻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내가 아무것도 아닐까 봐를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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