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에 길을 잃어버리고 구렁에 빠지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수 많은 추천글이 올라왔고, 작가의 다른 책들의 매혹적인 제목을 보며,

온다 리쿠의 세계를 여행할 때 처음으로 접할 작품으로 많은 추천이 있었기에

[삼월~]을 선뜻 선택하여 읽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많은 기대를 가지고 보았던 것에 비해 기대한 것에는

미치지 못한 작품이었다.

4편의 단편과 그 속에 등장하는 동일한 제목의 미스테리한 책과 관련된

얘기들이 있었다.

첫번째 단편은 [삼월~]이란 미스테리한 책에 얽힌 대략적인 얘기와

[삼월~]의 내용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작가의 말처럼 [삼월~]이 아직 쓰여지기 전의

이야기이지만, 도입부 에피소드로 가볍게 읽어서 흥미를 돋우는 목적은 훌륭히

해냈다고 여겨진다.

두번째는 [삼월~]의 작가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이야기 이다. 여전히 [삼월~]은

미스테리한 책이지만, 결국 작가가 누구인지 알게된다.

세번째는 개인적으로 삼월의 4개 에피소드중 가장 맘에 드는 것인데, [삼월~]에 대해

아예 언급이 되지 않지만, 앞의 두 에피소드를 읽고 난 사람은 [삼월~] 이 쓰여질 거라는

강한 추측을 하게되는 에피소드이다.

네번째에 나오는 얘기는 별도의 작품으로 출판이 되었는 데, 작가가 [삼월~]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 내용과 삼월의 학원에 얽힌 얘기가 뒤섞여서 전개되어 이해하기가

상당히 곤란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안드는 단편이었다.

세번째 이야기 만이 본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나머지 세작품은 주변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코스요리를 먹는데 전채만 먹고, 메인요리가 없이 끝나버린 느낌이다.

가벼우나 가볍지 않은 Go

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이사카 고타로의 [중력 삐에로]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정말로 심각한 것은 밝게 전해야 하는 거야."

GO를 읽으면서 느낀 것이 바로 정말로 무겁고 진지한 소재를 가볍게 풀어내는
작가의 탁월한 능력이었습니다.
Go는 드라마, 영화, 소설 거의 모든 매체에서 무겁고, 금기와 같이 다루어 지던
재일의 문제, 정확히는 일본속에 살고 있는 조선인의 문제를 가볍고,
경쾌하게 다루면서 그들의 고민과 현실을 잘 잡아내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연애이야기라고 주장하며, 일정부분은 거기에 공감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작가 자신의 자서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의 다른 작품보다 오히려 더 인상 깊이 남는 느낌이 듭니다.

"가끔 내 피부가 녹색이나 뭐 그런 색이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다가올 놈은 다가오고 다가오지 않을 놈은 다가오지 않을 테니까 알기 쉽잖아요....."

달콤한 커피같은 커피프린스 1호점

커피프린스 1호점
이선미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6년 7월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는 커피프린스 1호점의 원작을 찾아서 읽게 되었습니다.
드라마는 너무 재미있었는데, 원작은 또 어떤 재미가 있을까 하고 기대를 하고
보게 되었습니다.
원작을 다 읽고 느낀 것은 원작보다는 드라마가 좀더 재미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내용은 드라마와 거의 비슷하고, 에피소드들도 많이 나옵니다.
그러나 몇몇 등장인물의  설정이 다르게 나오더군요. 선기의 경우도 일본인이
아니라 예전에 호스트바 같은데서 일하던 청년으로 나오고, 황민엽의 경우는
원작의 두 개의 캐릭터가 합해져서 황민엽이란 하나의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한성 같은 경우는 성격까지 완전히 다르게 나옵니다.

그밖에 원작과는 달리 드라마에선 한성과의 삼각관계를 만들어 갈등구조를 좀 더
복잡화하여 재미를 주려고 한것 같습니다.

어쨋든 원작도 나름의 재미를 갖고 있습니다.
원작을 읽어보면, 드라마에선 주인공의 사랑얘기에 묻혀버린 감이 있는 주변인물의
얘기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재벌가족간의 암투 같은 부분도 살짝 드러나 있습니다.

한시간 정도면 다 읽을 정도로 분량도 적어서 간단하게 읽기에 좋더군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계신분이라면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네요.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어린 왕자 ㅣ 비룡소 걸작선
생 텍쥐페리 지음, 박성창 옮김 / 비룡소 / 2000년 5월

어린왕자를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때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 넉넉하지 못한 집안형편으로 책을 사서 보기는 어려웠고,

친척집에서 세계동화전집 류를 자주 빌려서 읽었는데, 그중 하나가

어린왕자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어린왕자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단지 기억나는 것은 보아 뱀이 어쩌구 저쩌구 해서 무슨말인지 모르겠다는

정도였습니다.

어른이 되어 또 다시 어린왕자를 읽게 되었는데, 물론 어렸을 때의 선입관을

지닌 채였습니다. 그러나 순식간에 이 책에 매료되어 버렸습니다.

얼마전 다시 어린왕자를 읽게 되었는데, 읽으면서 김춘수 시인의 [꽃] 이 생각났습니다.

소혹성에서 자신의 장미에게 상처받고 별을 떠난 어린왕자가 여행중 여우를 만나고,

여우에게서 길들인다는 의미를 이해하여,

자신의 장미가 지구의 어떤 정원에 핀 수십송이의 장미와 다른 특별한 장미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부분은 여전히 감동적인 느낌을 줍니다.

"별들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한송이 꽃 때문에..."

냉정과 열정사이 - Blu

냉정과 열정사이 - Blu ㅣ 냉정과 열정 사이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냉정과 열정사이]는  일본의 3대 여류작가 중 하나인 <에쿠니 가오리>와  

에쿠다가와 상 수상 작가인 <츠지 히토나리>가 2년여의 기간 동안  

실제로 연애하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릴레이 러브스토리입니다. 

제가 처음 접한건 에쿠니가오리가 쓴 "Rosso" 였는데, 너무 지루해서 읽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얼마전 친인중 하나가 "Blu"를 읽고 있어서 빌려서 읽게 되었는데, 2~3일 만에 다 읽어 버렸습니다.

 감성적인 부분이 여류작가 보다는 남성작가의 것에 가까워서 그랬는지 지루했던 Rosso 와는

 다르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대략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피렌체에서 고미술품 복원사로 일하고 있는 쥰세이는 애인 "메미"가 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아오이"에 대한 생각만이 가득합니다. 헤어진 연인 아오이와는 10년 뒤,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그녀의 서른 번째 생일날 만날 것을 약속했지만, 그 약속 자체가 스쳐가듯 한 약속이었기에,

그녀를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하지만 쥰세이는 강박증에 걸린 것처럼 그 약속만을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원래 화가 지망이 었던 쥰세이는 잃어버린 시간을 돌이키는, 세계에서 유일한 직업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복원일을 하면서, 강박증에 걸린 것처럼 아오이와 두오모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만을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그 시간속에서 쥰세이는 함께 일하는 동료의 질시를 받기도 하고, 그가 복원하던 그림이 찢어지는 사건을 겪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오이와 자신이 헤어지는 계기가 된 사건에 대한 자신의 오해도 알게 됩니다.

이런 시간 속에서 아오이를 잊지 못하는 것으로 인해 메미와도 헤어지게 되고 결국은 피렌체의 두오모로 아오이를 만나러

가게 됩니다. 결국 아오이를 만나지만 아쉽게도 Blu 에서는 이 두사람의 이야기는 결말을 맺지 못하고,

쥰세이가 아오이를 뒤?아 가면서 끝이납니다.

그 이후는 어떻게 되는 걸까 궁금증을 안고, 다시 Rosso를 읽게 되었습니다. 결말이 너무 궁금해서 Rosso의

맨 뒷부분을 먼저 들추어 봤는데 ㅠㅠ; Rosso 에서도 "그리하여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와

같은 결말을 볼수는 없었습니다.

<Blu> 는 나름대로 재미있는 작품이고, 주인공인 쥰세이의 직업이 고미술 복원사 라는 점도 의미심장하지만,

마음속에 "아오이"를 품고 있으면서도 "메미"와의 관계를 지속하는 쥰세이의 모습이나, 강박증 처럼 두오모에서의

만남을 기다리는 쥰세이의 모습에서는 어쩐지 맞지 않는 옷을 입은것 같은 불편함을 느껴야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오이와의 미완결의 결말은 어떠한 해피엔딩적 요소를 품고 있음에도

약간의 아쉬움을 느껴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