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9월 1주

우리 아버지는 전형적인 경상도 스타일이라고 할까. 다소 무뚝뚝하고 말씀이 별로 없으시지만 표현이 그렇다할 뿐 인자한 마음과 심성은 고운 분이시다. 허나 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진정한 마음을 다 헤아려낼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아닐까. 부모님의 마음은 하늘, 바다 그 이상 아니던가. 결혼은 아직 하지 않은 나로서는 그런 부모님의 깊은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리는 없다. 그저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서, 아니면 영화와 같은 매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느낌을 알아가는 것일 뿐.

가족, 그 어감만으로도 따뜻한 단어이다. 그 가족 중에서도 아버지의 역할은 거대한 것 같다. 때로는 무섭기도 하지만 때로는 든든하기도 하다. 어머니의 역할이 부드러운 면이 많다면 아버지는 그와는 반대되는 느낌이 많은 편이다. 바로 이런 서로 다른 조화를 통해 이해, 화합을 갖게 되는 것이 가정의 행복을 이루는 균형일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각박해져만 가는 요즘 사회는 가정의 균형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 가족간의 패륜범죄가 심심찮게 뉴스에 등장하는 것이 이젠 너무나 자연스러워져 가는 것 같다. 사회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가족관계가 무너지면 과연 이 세상은 어떻게 지탱해나가야 하는 것일까.

가족들에 관한 세 편의 영화에 대해서 내 나름대로의 느낌을 정리해보았다. 가족 중에서 아들을 잃게 되고 그 이후 가족들이 겪는 일련의 과정들을 담고 있다. 특히 가족중에서도 우리가 잘 이해하지 못하고 놓치기 쉬운 아버지가 겪는 아픔 등을 담고 있다.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모성애 이외에 부성애 또한 진정 어떤 것인지를 강조하는 영화들이다. 
  

 

 

 

 

 

 



아들(2002) : 다르덴 형제 감독, 올리비에 구르메 주연

안경을 낀 중년의 남성이 힐끗 뒤쪽을 돌아보고 있다. 그의 뒤에 서 있는 소년의 모습은 희미하게 처리되어 제대로 알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포스터에 적힌 문구들.

- 흔들리는 시선이 멈추는 곳

- 5년전 아들을 죽인 그 아이를 만났다.

벌써 영화가 주는 느낌이 어떠할지 짐작이 갈 만하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목공 일을 가르치고 있는 올리비에, 어느날 자신의 아들을 죽이고, 평화로운 가정을 흔들어놓았던 그 아이가 자신이 일하는 곳으로 오게 되면서 그는 미묘한 시선으로 아이를 예의주시하게 된다. 무뚝뚝한 태도로 아이에게 일을 가르치던 올리비에는 어느날 자재를 구하기 위해 그 소년을 외진 곳까지 데리고 오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만이 있는 공간에서 밝힌 사실, '네가 죽인 아이가 내 아들이었다.' 소년은 도망치게 되고 올리비에는 그 소년과의 대화를 원하며 뒤쫓게 된다......

영화는 정적이고 고요하다. 감정이입에 방해를 주는 배경음악이 전혀 없다. 시작할때나 끝날때나. 그런 조용한 배경 속에 영화의 중심은 아이를 잃고 아내와도 이혼하면서 혼자 살아가는 어느 평범한 아버지와 그의 가정의 평화를 깨뜨린 장본인인 소년, 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 영화에서 아버지의 마음은 복잡하다. 자신의 아들을 죽인 소년을 가르쳐야하는 상황이라면 어느 누가 편한 마음으로 소년에게 정성을 기울일 수 있을까. 그는 예사롭지 않은 눈빛으로 계속해서 소년을 지켜보고 있다. 처음 그것은 마치 먹이를 노리고 기회를 엿보는 육식동물의 눈빛처럼 생각들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보다는 좀 더 다른 시선이 느껴졌다. 그 시선 너머에 담겨있는 아버지의 감정은 분노와 용서 사이에서 방황하는 듯 했다. 만약 소년이 일말의 반성도 없이 개념없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었다면 아버지의 결심은 바로 그 외진 산 속의 차가운 흙바닥에서 소년의 목을 더 강하게 누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년의 불행한 가정사를 알게 되고, 그가 지켜본 소년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우울하고 두려움 가득한 표정이 그의 감정을 결국 복잡하게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의 제목이 왜 단순히 '아들'이라고 했는지 영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알게 되었다. 아니, 알게 되는 것 같았다. 마지막에 한바탕 소란이 있었던 두 사람이 별다른 대화는 없지만 같이 조용히 자재를 포장해서 차에 싣는 장면은 그래서 더 의미있다. 새로운 아버지, 새로운 아들을 서로 만나게 된 듯한 따뜻한 분위기, 그런 것이었다. 아버지가 되어보진 못했지만 영화 속 아버지가 느끼는 그 복잡한 심정, 마치 종교인으로서 죄를 사하고 용서하고자 하는 거룩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들의 방(2001) : 난니 모레티 감독, 난니 모레티 주연

 [아들]과는 구도가 다른 포스터다. 전면에 등장하는 아들의 모습이 희미한 반면 아들의 어깨 너머로 얼굴만 비춰지는 아버지의 모습은 오히려 선명하다. 이 또한 영화가 보여줄 스토리가 어떤 것인지 짐작케한다.

- 사랑하는 아들아, 그 한통의 전화에 너를 잃게 될 줄이야...

로 시작되는 몇 줄의 절절한 문구들... 

소박하지만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조반니의 가족들, 그러나 어느날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하러 갔던 아들이 사고를 당해 숨지게 되면서 가족들의 행복은 일순간에 무너져간다. 사고 당일 갑작스런 환자의 요청으로 인해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아버지 조반니는 그로인한 죄책감으로 엄청난 괴로움과 고통 속에 하루하루 살아가게 되고, 그와 더불어 그의 아내와 딸마저도 혼란을 겪게 된다. 그런 어느날 아들의 옛 여자친구가 조반니의 집을 방문하게 되는데 그녀의 방문으로 비로소 조반니 가족들은 다시금 아픔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갖는다......  

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10년전 친했던 친구가 사고로 숨졌다. 장례식장에서 뵙게 된 친구 부모님의 모습은 날 더 가슴아프게 했었다. 항상 유쾌하고 밝은 모습을 보이시던 친구 어머니는 넋을 잃은채 걸음을 제대로 걷질 못하셨고, 강해보이셨던 아버지는 끝내 눈물을 훔치고 계셨다. 두 분을 위로해드리고자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멍하게 있던 내 모습도 기억이 난다. 가족으로서, 그리고 부모로서 자식을 먼저 보내야만 하는 그 마음은 고통 그 자체였으리라. 어찌 내가 두 분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영화는 아들의 죽음이 한 가정에 미친 영향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 아픔은 정말 절절하게 다가온다. 특히나 아들과의 약속을 못 지킨 것이 평생의 한으로 짊어지게 된 아버지의 모습은 안쓰럽다. 환자 상담을 할 때도, 머리를 식히기 위해 놀이기구를 탈때도, 평화로웠던 집에 왔을 때도 그의 눈은 충격에 빠져 멍하기만 하다. 마치 살아 움직이고 있어도 살아있는게 아닌 것 같은 모습, 그런 모습이다. 그가 흔들리면서 그의 가정도 더욱 흔들리게 된다.  

아버지의 아픔, 아들을 잃은데 대한 그 애끓는 고통과 한은 얼마나 크겠는가. 평생 가슴 속에 묻고 살게 되는 부모님의 그 심정은 먼나라 이탈리아 영화라 할지라도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만국 공통의 감정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슬픔만 간직하도록 용납하진 않는다. 남은 가족들이 다시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해준다. 아들의 옛 여자친구를 만나 아들과의 추억 등을 이야기나누면서 가족들이 점차 치유될 수 있는 계기를 보여준다. 그것이 우연이든 필연이든, 자의든 타의든 슬픔을 극복하고 치유하려는 과정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것 같다. 그것은 남은 사람들이라도 먼저 간 가족들의 몫을 더해 계속해서 삶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 아닐까. 마지막 그 여자친구가 떠나면서 버스에서 바라본 조반니 가족의 모습은 바로 그런 희망을 담고 있다. 처음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조금씩 다시 희망을 품고 삶을 살아가려는 모습 말이다.    

 

 

 

 

 

 

 



그 놈 목소리(2007) : 박진표 감독, 설경구, 김남주 주연

- 살 수도 죽을 수도 없습니다. 그 놈을 잡기 전에는...

유괴 살해된 아들을 향한 부모의 절규가 가득한 문구. 그리고 그 문구만큼이나 부모의 애타는 심정을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1991년 우리나라에서 실제 발생했던 사실이라는데 더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못한 미제사건이라면서 얼마전 모 TV 시사다큐 프로그램에서 소개해준 것을 보고 알게 되었다. 미리 이 사건을 알고 있었다면 절대 이 영화를 보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보는 동안 마음이 아프고 불편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자신의 사리사욕으로 죄없는 아이를 희생시키고 단란한 가정의 행복을 깨뜨린 그 놈 또는 그 놈들이 과연 자식을 낳고 키우는 아버지가 되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단죄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사실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이 영화를 통해 그리고 최근 본 TV시사 다큐를 통해서도 다시 이 사건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추적이 필요하다고 지지하고 싶다.  

영화가 아닌 사건에 대한 분노가 늘어나는 만큼 느끼게 된 것은 바로 유괴된 아이 부모의 심정이 어떠한지를 절절하게 표현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의 부모를 연기한 설경구, 김남주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답답한 상황을 보다 못해 분노를 폭발하게끔 이끌어내는 등 감정이입에 최선을 다해주었다고 본다. 연기자가 아닌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가진 부모로서 느끼는 그 마음 그대로를 보여준 것이라 생각되었다.  

특히 원래 마스크가 다소 차가워보이는 설경구는 무뚝뚝해 보이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이 자식에 대한 마음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표정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로 잘 말해주고 있다. 그는 진정 실제 아이 부모의 심정처럼 혼신을 다하는 모습이 보였다. 특히 유괴 사건 등의 경우 해결책 마련 등에 대한 자신의 책임감때문에 아버지가 느끼는 스트레스와 고통이 어머니보다 더 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연기에 임하는 것 같았다. 물론 김남주의 연기도 훌륭했다고 보지만 자칫 어머니에 비해 비중도가 약해질 수도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더 중점적으로 잘 부각시켜 준 것 같다. 아마 영화촬영 이후로도 연기에 대한 감정에서 벗어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았을까 싶다.  
 


가정의 가장이자 아이의 아버지로서 기둥이 되고 버팀목이 되는 우리의 아버지들, 그들이 가족들을 위해 애쓰는 모습들은 어머니보다는 약하게 보일지 몰라도 이런 영화들을 통해서 부성애는 과연 어떠한 것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8월 4주


어린 나이에 데뷔한 하이틴 스타들의 그늘은 다른 어떤 배우들보다 짙고 어둡다. 

아역시절의 명성이 청소년기, 청년기에 이르면서는 퇴색되기 마련. 

그 과정에서 방황과 고민을 거듭하다 더 깊은 수렁 속에 빠져버리게 된다.  

        

톰 크루즈나 나탈리 포트만처럼 꾸준히 성장하며 대스타가 된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맷 딜런이나 드류 베리모어 같이 한때의 전성기에 이어 그보다 더 깊은 침체기를 맞고 방황하다 다시 재기에 성공한 케이스가 있는가 하면  

         

아예 자신의 자리를 잡지 못한채 조용히 사라진 스타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 어느쪽이든 너무 일찍 부와 명예의 맛을 알게된 하이틴 스타들의 행보는 순탄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개는 술과 마약에 물들게 되면서 어긋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여기 아역스타로 데뷔, 한때 연기 잘한다는 칭찬과 함께 주연급을 도맡아 하던 3명의 젊은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서 추모하고 싶다.  


 

리버 피닉스(River Jude Phoenix : 1970~1993) 

 
 

브래드 렌프로(Bradley Barron Renfro : 1982~2008) 

 
 

코리 하임(Corey Ian Haim : 1971~2010)

  

 


 

 

리버 피닉스 하면 당장 떠오르는 영화는 바로 거스 반 산트 감독의 1991년작 <아이다호>이다.  

<허공에의 질주>라는 훌륭한 작품에서도 진가를 보여주었지만..  

역시 그의 대표작이자 가장 인상깊었던, 그리고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가 그의 인생과도 연결고리가 이어지는 듯해서 더 와닿았던 영화가 바로 <아이다호>였다.  

그것도 샤프하면서도 깔끔한 그의 외모와는 언뜻 맞지 않는 듯한 배역이다.  

그가 맡은 마이크는 기면발작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으며, 돈을 받고 몸을 파는 남창인데다 어머니가 그리워 그녀를 찾아 정처없이 방황하는 불우한 청년이다.  

특히 그는 어머니를 떠올리려고 할 때마다 기면발작이 발생하면서, 육체적인 고통을 느껴야만 곧 정신적인 편안함을 얻을 수 있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결국 어머니도 찾지 못한데다 든든한 동반자였던 스콧마저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버리면서 홀로 외로이 차가운 길 위에서 잠들게 되는 마이크.  

그 쓸쓸한 모습의 엔딩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게 된 것은  

바로 2년쯤 뒤에 리버 피닉스 자신의 삶조차 유명배우 조니 뎁이 운영하는 바 앞의 차가운 도로 위에서 영원히 잠들어버렸기 때문이다.  

마약 등의 약물과용이 원인.  한창 인기를 누리던 23살 청년의 삶은 그 인기에 비해 더욱 외롭고 힘들었던 것 같다.  

<아이다호>는 갈등과 방황 속에 접하게 된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해 낸, 그래서 더 슬프게 다가오는 작품이 되었다.  

한가지 더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된 희귀질환인 기면증은 <메멘토>에 등장하는 단기기억상실증만큼이나 흥미로운 소재.  

인터넷으로 통해 알아본 결과 실제 기면증 환자의 삶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길을 가다가, 대화를 하다가도 그냥 갑자기 온몸에 힘이 풀리고 제어할 수 없는 잠의 유혹으로 빠져들게 되는 실로 무서운 병인데 이 영화에서 마이크의 불우한 삶을 만드는 원인 중의 하나가 된다. 

 

<아이다호>는 로드무비다.  

마음의 안식처를 찾아, 어딘가 계실 어머니를 찾아 그들은 떠난다.  하지만 그들의 기나긴 여정은 허무하게 끝이 난다.  

그리고 마이크는 항상 그러했듯이 다시 혼자가 된다.  

그것은 어쩌면 운명인지도 모를 일.  

방황하는 젊음,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 등이 차가우면서도 냉정하게 그려지는 <아이다호>는 단연 리버 피닉스의 경력 중에서도 최고의 영화라 생각된다. 

 


 

브래드 렌프로는 1995년 <굿바이 마이 프렌드>로 일약 스타로 떠올랐었다.  

에이즈로 죽어가는 덱스터와 그의 곁을 지키는 에릭. 아름답고도 슬픈 두 소년의 따뜻한 교감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었다.  

영화 속에서 결국 덱스터는 죽고, 에릭은 슬픈 눈망울로  덱스터를 떠나보내게 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에서는 덱스터의 배우 조셉 마젤로가 계속 활동하는 반면 에릭 역의 브래드 렌프로는 헤로인 중독으로 인해 26살의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꾸준히 이어질 것만 같던 그의 연기활동도 결국 아역배우 징크스를 탈출하지 못하면서 꼬이고 말았다.  

12살 어린 나이에 1994년 <의뢰인>의 아역 배우로 데뷔해 다음해 이 작품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는 이렇다할 연기 활동을 하지 못했고, 이후 그는 가십거리의 기사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는 신세가 되었다.  

마약 소지, 절도, 미성년자 음주 위반, 급기야 헤로인 구입 혐의로 수감생활까지 하는 등 성인이 되어가면서 자신의 삶을 조절하지 못하고 방황을 거듭하던 끝에  

그도 결국 2008년 자택에서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그의 삶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역스타의 경우 어느 한 작품으로 인해 두드러지게 부각되면 그 이후 그와 비슷한 캐릭터에 갇히게 되어 쉽게 연기 변신을 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가 출연한 여러 영화들 중에서도 유독 우리가 브래드 렌프로의 대표작하면 항상 <굿바이 마이 프렌드>를 떠올린다는 것은 그만큼 그도 이 영화의 아우라에서 벗어나질 못해 평생 굴레에 갇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는 <슬리퍼스>,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판타스틱 소녀 백서> 등 괜찮은 영화들이 있음에도 이들 영화의 명성에 비하면 그의 출연 비중은 다소 무게감이 없어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관객들은 그를 처음 보았던 <굿바이 마이 프렌드>에서처럼 영원히 에릭과 같은 소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길 원하는 다소 무리한 요구를 바란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도 성장하게 되고, 그러한 요구를 들어주기는 불가능한 일.  

그런 현실의 고통을 잊고자 계속해서 헤로인 중독에 의존하게 만들었을 가능성도 크다.

 

불우했던 개인사가 있었다고 해도 <굿바이 마이 프렌드>는 역시 브래드 렌프로의 최고의 작품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두 소년이 보여주는 우정은 많은 이들이 오랫동안 잊고 지냈을 순수했던 시절의 맑은 영혼간의 교감이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지를 깨닫게 해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인 2010년 3월, 80년대 많은 인기를 모았던 또 한명의 아역스타 출신 배우가 사망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코리 하임. 1986년 <루카스>에 출연했을 당시 15살이었지만 그보다 더 앳되어 보이는 동안이 인상적이었던 그 소년.  

최근 모습을 보았을때 누군지 못알아볼 정도로 얼굴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 역시 약물 과용으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그는 <루카스>, <로스트보이> 등으로 주가를 올린 전형적인 80년대 하이틴 스타였다.  

일찍 술과 마약, 파티 등 호화로운 생활에 길들여진 이후 90년대 변화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잊혀져간 아까운 배우.  

특히나 1986년 찰리 쉰, 케리 그린, 위노나 라이더와 함께 나온 <루카스>는 시끄럽게 떠들기만하는 3류 코미디 하이틴물과는 차원이 다른 작품으로 아이들의 성장통 그리고 사랑과 우정, 질투에 대하여 진솔하게 다가가는 수준작이었다.  

우연히 테니스를 치는 전학생 메기에게 반한 루카스, 그러나 메기는 루카스와 친한 축구부 주장 캐피에게 더 관심을 갖고 있다.  

그녀의 환심을 사고자 무리를 해서라도 축구부에 참가하게 되는 루카스. 온갖 멸시와 조롱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려는 그의 모습에 많은 이들은 감동을 받게 된다.  

루카스가 경기 도중 정신을 잃고 병원에 입원하게 된 이후 여러 가지 사정을 알게 된 메기. 병실에서 나누는 루카스와 메기의 대화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메기 : 무슨 생각해? 
루카스 : 그 녀석들이 다시 돌아올때 우리는 어디쯤 있을까 궁금해졌어 
메기 : 누구? 
루카스 : 매미들 
메기 : 나도 잘 모르겠어 
루카스 : 넌 33살이 되겠고... 난 31살하고도 반이 될 거야... 
(매미가 17년을 주기로 태어난다는 의미가 담겨있음) 
메기 : 그래... 
루카스 : 그때까지 우리가 서로 알고 잘 지낼 수 있을까? 
메기 : 모르겠어.. 
루카스 : 난 그러길 원해.. 
메기 : 나두... 
  


어릴 적 친구들이 20대를 거쳐 30대가 되어서도 꾸준히 연락되고 만날 수 있는 사이가 되는 이들이 과연 몇 명이 될까?  

다행이랄까 나같은 경우는 10여년전부터 새롭게 어린 시절의 친구들과 연락되어 지금도 자주 만나게 된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정이란 것.  

그것은 사랑이든 우정이든 누구에게나 소중한 가치가 될 것이다. 

 
영화는 이러한 가치에 대해서 두 사람의 멋진 대사를 통해 의미깊은 장면을 만들어주었는데,  

실제로 코리 하임이 31살하고도 반이 되었을때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짐작컨대 10대후반부터 순탄치 않은 방황을 겪었던 그의 30대의 삶은 이런 대사를 했다는 기억조차 잊었을 만큼 무력해지진 않았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그는 31살보다는 더 살았지만 결국 앞서 소개했던 요절한 두 하이틴 스타와 같은 길을 떠나게 되었다. 

 

<루카스> 역시 앞서 소개한 <아이다호>, <굿바이 마이 프렌드>처럼 친구와의 우정, 인간과 인간과의 교감을 잘 표현해주는 영화이다.  

미국 고등학교 학생들의 생활과 삶, 그리고 그들 사이에 겪게 되는 갈등 등을 시끄럽지도, 산만하지도 않고 비교적 잔잔하게 그려낸 점이 더 괜찮은 영화이다.  

여기서도 아이러니한 것이 주연급으로 출연한 코리 하임과 케리 그린은 80년대 이후 크게 빛을 보지 못한 반면  

같이 출연한 신인배우 위노나 라이더와 찰리 신은 90년대에도 꾸준히 자신의 커리어를 높여갔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그들 또한 각종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지만. 



아역 시절 큰 인기를 누리다 어느날 갑자기 마약중독으로 젊은 나이에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난 이들의 삶을 본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지금까지 발생되고 있는 연예인 자살률이 부쩍 증가하는 것 그리고 인기 있는 스타들이 마약 스캔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것 역시 이해가 가능한 일이겠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 감춰진 허무함과 외로움, 그리고 인기라는 것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기에 느껴지는 두려움, 연예인의 인기는 마치 하루살이같은 삶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도 꾸준히 많은 어린 학생들이 연예인이 되기를 원한다.  

비록 허무함과 외로움이 자리잡더라도 겉으로 보여지는 그 화려함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되기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7월 4주



날씨가 더워지다보니 공포영화가 눈에 들어온다. 공포물이 더위를 식히는데 다소의 효과를 낸다고는 하지만 재미없는 영화들로 인해 오히려 더 열받는 경우도 많다. 오래전 재밌게 감상했던 검증된 고전 공포영화들에 대해 재조명해본다. 이들 영화가 안겨준 공포는 단순히 유혈이 낭자해서 느껴지는 놀라움이 아니다. 인간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원초적인 두려움을 심어주는 존재, 즉 악마의 존재가 보여주는 무서운 능력으로 인해서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이다.   


 

오멘(OMEN)은 사전적 의미로 징조, 조짐, 예언 등의 뜻이며 특히 좋지 않은 징조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오멘하면 역시나 연상되는 것은 바로 666이라는 숫자.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짐승의 숫자를 지칭하면서부터 이 수는 공포심을 자극하는 의미가 되었다. 7은 천사의 숫자이고 6은 7보다 하나 모자란 불안전한 숫자로서 이들 숫자가 세 개 모여 적그리스도가 된다는 설명이다. 개인적으로는 6이라는 수를 좋아했으나 이 영화를 본 이후로는 7로 바뀌게 되었다. 이 영화가 섬뜩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첫째 악마의 아이 데미안이다. 이 아이를 연기했던 배우 이름은 잘 모르지만 그 예사롭지 않은 눈빛 하나만큼은 확실한 캐스팅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성인도 아닌 아이가 바로 악마의 혈통이라는 사실도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했다. 두 번째로는 안전지대가 무너지면서 갖게 되는 공포심이다. 심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곳인 교회나 집에서조차 끔찍한 사고들이 발생되면서 어디로 도피해야할지 모를 공포심이 유발된다. 특히 구원, 방어를 상징하는 신부님이 교회에서 사고를 당하는 장면은 악마의 힘에 대한 공포감을 극대화시킨다. 세 번째로는 악마의 존재를 알거나 그에 반대하는 이들에게는 우연을 가장하여 끔찍한 사고들이 발생하는 그 장면들은 시대적으로 봤을 때 상당히 충격적이었던 것. 지금이야 슬래셔 무비 등에 익숙해졌지만 당시엔 이런 장면은 쇼킹 그 자체였다.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지금까지도 다시보기를 망설이고 있는 영화다.
 

 

엑소시스트는 특정 종교단체에서 강력하게 반발할 정도로 사회적 이슈를 가져왔던 대단한 영화였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서양세계에서 지극히 동양적이고 미신적인 내용을 다루었다는 점이 색다른 영화. 게다가 오멘처럼 아이에게 깃든 악령의 실체가 끔찍하게 표현되는 것이 충격적이다. 십자가를 이용한 퇴폐행위라든지 목이 돌아가 움직이는 등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들을 보여주고 있다. 오컬트 현상이라는 심령학적인 내용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아무래도 동양보다는 서양세계에서 더 충격이 컸으리라 짐작된다. 언론에서조차 대대적인 방송을 할 정도로 대단한 주목을 받았다는 것이 이채롭다. 헌데 이런 심령학적 영화를 촬영한 출연한 배우들의 신상에는 그다지 좋지 못한 징크스가 이어지는 것 같다. 엑소시스트로 깜짝스타가 된 린다 블레어는 이 영화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탓인지 폭넓은 연기의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 채 그저그런 배우가 되었고 엔젤하트의 미키 루크 역시 정상에서 바닥으로 추락하는 운명을 맞이했었다. 결정적으로 폴터가이스트라는 영화 시리즈에서는 주인공 소녀를 비롯한 다수의 출연배우들이 실제로 기이한 죽음을 당하며 저주를 받았다는 미신까지 있었다고 한다. 물론 결과를 놓고 평가하는 결과론적 해석이긴 하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악마의 힘은 신성한 두 신부님의 역량을 동원해도 감당하기 어려울만큼 강력함을 보여주면서 두려움의 근원을 제공한다.    


 

샤이닝은 유명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공포작품. 1980년 영화인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무려 20년이 지난 2000년대 들어서야 DVD 출시 등으로 정식으로 만나보게 되었다. 검열이라는 황당한 사회제도가 존재하던 시기에 만들어낸 어이없는 해프닝이었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슬래셔, 스플래터, 고어 등의 잔인하고 끔찍한 영화들이 그 시절 개봉했더라면 아마 무더기로 수입중지 또는 가위질로 훼손되었을 듯. 이 영화는 완벽주의자 큐브릭의 작품이라는 것 외에 개인적으로 꼽는 특징적인 것이 두 가지 있다. 그 한 가지는 배역에 걸맞는 캐스팅. 귀여운 외모이면서도 심령현상을 경험하며 두려움과 기이함을 잘 표현해내는 꼬마 아이 대니 로이드를 비롯해서 공포에 질린 눈이 정말 인상적이었던 셜리 듀발, 무엇보다 진짜 미치광이가 된 것만 같은 잭 니콜슨의 모습 등은 정말 ‘제 몸에 꼭맞는 옷’을 입힌 것 같아보였다. 특히 잭 니콜슨의 연기는 짜릿한 경험이다. 내용면으로 보면 고립된 환경과 호텔에 스며있는 악령들에 의해 서서히 미쳐가게 되는 것이지만 실제 촬영당시 큐브릭 감독이 수도 없이 재촬영을 요구하면서 니콜슨을 진짜 광기에 사로잡히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다른 한 가지는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스태디캠이라는 특수한 장치까지 고안해내는 혁신이었다. 요즘에서야 모큐멘터리 영화 등이 유행이 되면서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흔들리는 화면 그대로 촬영하기도 하지만 이때만해도 뛰어가는 장면을 흔들리지 않고 찍을 수 있는 방법을 새롭게 연구한 것이 큐브릭 감독다운 방식이라 느껴진다. 영화 후반부에 호텔 앞의 미로 정원을 뛰어가는 장면에서 이 장치가 보여주는 안정적인 화면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긴 러닝타임에 비해 영화 중후반부터 등장하는 주요배우들은 총 4~5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오히려 너무 많은 등장인물로 인해 전개가 산만하고 재미가 흐려지는 요즘의 호러무비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엔젤하트는 헐리우드 탄생 100주년 기념작으로 제작된 영화. 부두교의 의식과 주술, 영혼을 사는 악마 등 동양적이면서 오컬트적인 설정은 엑소시스트와 비슷한 느낌이다. '선과 악의 주연'이라고 해도 단지 이 영화에서 미키루크의 극중 인물 이름이 '엔젤'이라는 것일뿐 천사와 악마가 서로 맞대결하는 구도가 아니라는 점, 게다가 부두교같은 생소한 종교문화에 탐정물을 엮었다는 구성 등이 독특했던 영화로 결말에서 밝혀지는 진실은 요즘 흔히 접하는 반전영화보다도 강한 충격을 주었다. 시종일관 스산하면서도 음침한 기운의 배경과 영화 중간중간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검은 가운을 두른 정체불명의 인물과 환풍기, 엘리베이터, 빗방울, 핏물 장면 등은 어두운 결말을 암시하는 듯해서 더 섬뜩하다. 그리고 역시 이 영화하면 로버트 드 니로가 먼저 떠오른다. 너무나 유명한 연기파 배우이지만 이 영화에서 그가 보여주는 악마의 이미지는 정말 가까이 하기 두려운 존재라는 사실을 충분히 느낄 만큼 카리스마적이다. 인상적인 것은 식당에서 삶은 계란을 먹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넌지시 얘기하기도 한다. 어떤 종교에서는 알이 영혼의 상징이라고 여긴다고 하면서 그는 손에 쥐고 있던 삶은 계란을 차가운 눈빛을 띄며 먹기 시작하는데 이 장면은 정말 보면 볼수록 의미심장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6월 4주


mockumentary란  mock(가짜, 조롱의 뜻) + documentary(다큐멘터리) 의 신조어로 그 뜻은 다큐멘터리같은 구성을 띄지만 허구의 이야기를 다루는 가짜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의미이다. 이른바 ‘짝퉁 다큐’라는 뜻이다.  

이는 실제 벌어진 사건인 것처럼 꾸며져 관객들을 몰입시킬 수 있는 특징을 가졌다.
그리고 이런 기법이 가장 어울릴만한 장르는 바로 호러 스릴러 분야라는 사실을
10여년전 미리 예상했던 영화가 있었다. 
 

 

[블레어 윗치] 

카메라를 바라보는 저 공포에 질려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야말로 모큐멘터리란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하겠다.

지금도 그렇지만 보면 볼수록 모큐멘터리의 묘미를 가장 잘 살린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처음 관람했을 때는 카메라에 담긴 인물들이 실제로 실종된 사람들인 줄만 알았고 이 카메라에 담긴 영상은 끔찍한 실화로만 여겼다. 너무 순진했던건가?
아무튼 관객들을 이렇게 착각하게끔 만들 정도로 대단한 흥미와 몰입도를 보여준 것이 영화의 성공 요인이었다.  



공포에 질려 카메라를 들고 뛰어가면서 찍힌 영상들은 다큐멘터리에서 흔히 보는 사실감을 그대로 살려내고 있고, 출연자들끼리 길을 잃고 방황하면서 서로 갈등을 일으키며 결국 이성을 잃고 흥분하는 모습도 영화의 리얼함에 힘을 더해준다.

모큐멘터리 영화가 갖는 특징은 리얼함 이외에도 하나 더 있다. 바로 잘만 만든다면 저예산으로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블레어 윗치 이후로 모큐멘터리를 흉내낸 3류 영화들이 쏟아지면서 이 장르의 효과도 오래가진 못할 것이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스필버그 감독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묻혀버렸을 이 작품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모큐멘터리 장르는 새로운 정점을 찍은 것 같다.  

이번엔 모큐멘터리 기법을 CCTV처럼 활용했다. 자는 동안 침실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녹화해서 보여준다는 아이디어로 승부했다.  

진짜 CCTV가 플레이 되는 것처럼 화면 오른쪽 아래 카운터를 보여주는데 이는 밤 또는 새벽이라는 시간적 요소를 부각시켜 극적인 긴장감을 더 불러일으킨다. 

고정된 카메라 덕분에 화면은 정신없이 산만하지도 않고 오히려 기이한 심령학적 현상을 숨죽이면서 집중하게 되었다.
결론은 세 가지 버전이 있는데 아직 보지 않은 분이 있다면 모든 버전을 다 감상해보면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2탄은 아예 집 내부에 설치된 CCTV가 주요 장면을 보여주는데 아무래도 후속작답게 긴장감은 1탄보다 다소 미약했고 마지막 결말을 맺는데 너무 성급하게 마무리지은게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2탄 역시 다양한 버전의 결말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벌써 3편까지 제작되고 있다니 그 인기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

모큐멘터리 공포영화 중에서는 이 두 작품 이외에도 무수한 영화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만큼의 두각을 나타낸 영화들은 그리 많지 않다. 
 

  

[REC]
2000년대 호러장르의 주요 소재 중 하나인 좀비물에 원인 모를 급성 바이러스, 거기다 모큐멘터리 방식까지 도입했다.
나름 시도는 좋았다고 보이지만 갈수록 지지부진해진 느낌이다. 모큐멘터리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카메라를 촬영하는 것 자체가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인데 그런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갇힌 공간에서 감염된 좀비에게 쫓기면서 보여주는 영상은 비교적 스릴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클로버 필드]
솔직히 이건 시작부터 너무 황당무계한 내용 같다.
자유의 여신상을 부숴버릴 만큼 거대한 괴물의 습격이라니. 그리고 그런 괴물을 담기 위해 택한 모큐멘터리 기법도 다소 작위적인 것처럼 티가 나 유치해 보인다. 너무 큰 기대를 하고 봐서 그런지 썩 재미가 와 닿지는 않았다. 킬링타임용으로 즐기는 그저그런 오락영화 정도의 느낌. 
 

  
[폐가]
우리나라에서 모처럼 시도한 모큐멘터리 영화였지만..
어설프게 블레어 윗치같은 설정을 모방한 것에 불과할 뿐 엉성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출연진들도 자연스러운 연기가 아닌 TV드라마에서나 보여주던 형식의 연기를 답습해 모큐멘터리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5월 4주

프리퀄(prequel)이란 영화용어가 올해들어 강세다.  

사전적 의미로는 원래의 이야기보다 과거의 내용을 다룬 작품을 의미하고 있다.
올해 기존의 명작들에 대한 프리퀄 형식을 띈 작품들이 속속 개봉될 예정이다.  

요즘들어 리메이크가 아닌 프리퀄 영화가 자주 나오는 것을 보면 원작과의 비교에 따른 부담이 큰게 이유가 아닐까 싶다.

예를 들자면 2000년대 들어 흥행작들의 리메이크 작품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거의 없다.
흥행성적은 그렇다 치더라도 평론가들의 냉대와 네티즌들의 뭇매로 결정타를 맞았다.  

오로지 ‘리메이크’에만 몰두하다보니 전작과는 차별화된 혹은 전작보다 뛰어나거나 월등한 작품성을 내는데 한계를 드러낸 탓이 크다.
해서 괜히 전작의 명성을 빌려 비싼 돈 들여가며 제작했다가 욕만 듣기 일쑤인  리메이크보다 프리퀄을 택하는 것 같다.   

 그리고 전작의 과거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스토리이기에 전작과 비교될 위험도 적고, 자연스러운 연결만 이루어진다면 전작의 팬들로부터도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유리한 점도 많은 프리퀄이다.

일단 첫 스타트는 순조로울 것 같다.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

 

먼저 개봉예정인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가 사람들로부터 대체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  

이 작품은 당연히 지금까지 나온 흥행히트작 [엑스맨]시리즈에 대한 프리퀄이다.
내가 직접 시사회 등을 통해서 작품을 확인해본 결과 프리퀄로 나온 작품 가운데는 단연 돋보이는 구성을 갖추었다고 말하고 싶다.

시나리오는 물론이고 액션, 특수효과, 배우들의 연기, 캐릭터의 역할 등이 뚜렷하게 두드러진다.

프리퀄답게 그동안 팬들이 궁금히 여겨온 자비에르 교수가 불구가 되는 배경, 매그니토와의 갈등의 이유, 엑스맨과 브러더후드 탄생비화, 기존에 알고 있던 매그니토를 능가하는 다른 제3의 적의 출현 등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는 듯한 여러 가지 구성이 그 재미를 더해준다.  


 

 

또 프리퀄인 점을 감안하여 설정한 60년대 배경이라는 사실에 SF적 효과가 더해진다는 것이 다소 엉뚱하기도 하지만 어색하지 않고 무리없이 전개해 나가고 있었다.  

 특히 이 60년대 설정이라는 것은 당시 미국과 소련간의 냉전이 고조되는 분위기인 점을 감안한다면 캐릭터 간의 대립이 풍자적인 의미도 담고 있어서 더욱 흥미롭다.

물론 전작에서 보아오던 울버린 등과 같은 친근한 캐릭터들을 만나보지 못한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결코 전작들에 비해 뒤쳐지는 면이 없는 모범적인 프리퀄 작품으로 평가하고 싶다.

오히려 리메이크를 택하지 않은 것이, 그리고 미래가 아닌 과거시점을 다룬 관점이 시리즈 중에서도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를 최대로 끌어올린 성공요인이라 하겠다.  

 

그 다음으로 개봉이 예상되는 프리퀄 작품은 바로 [혹성탈출:반란의 시작].   
 

  

[혹성탈출 : 반란의 시작]

 

찰톤 헤스톤이 주연했던 1968년도 [혹성탈출]의 프리퀄이다. 

풍부한 상상력의 소유자 팀 버튼이 한번 리메이크로 도전했다가 명성에 오점만 남길 만큼원작에 대한 손질이 쉽지가 않은 작품이었다.
게다가 원작은 다윈의 진화설에 대하여 색다른 분석을 해냈다. 

즉, 인간이 다시 유인원으로도 진화된다는 역발상으로 진정한 반전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었었다. 

무너진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자신들이 도착한 곳이 바로 지구였다는 사실에 충격받은 것은 주인공 뿐만 아니라 나를 포함해서 영화를 지켜본 관객들 모두가 마찬가지일 정도로 놀라운 결말이었다.

그만큼 원작의 충격적인 결말이 호응도가 컸기에 리메이크로 원작 이상의 충격과 재미를 주기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이번 작품은 어떻게 해서 유인원 무리들이 지구를 정복하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과거로의 여행이 될 것 같다. 

동물실험을 당하는 유인원들이 지능을 갖게 되면서 인간에 대한 반기로 폭동을 일으키면서 지구를 정복하게 된다는 내용이 그려지는데..  

무분별한 개발이나 동물 실험 등 인간이 스스로 저지른 여러 악업에 대하여 인과응보를 받게 된다는 동양적인 사상이 담겨 있다.  

 

그리고 원작이 인간의 편에서 바라본 현실이라면 이번 프리퀄은 유인원의 입장을 보다 부각시켜 원작과는 또다른 시각으로 보여줄것으로 보인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약간의 촌스러운 원숭이 캐릭터 이미지가 당시에 더 강렬하게 다가왔던 추억의 영화였는데, 이제 아바타의 특수효과팀이 참가한 최첨단 그래픽으로 제작되었다고 하니 어떻게 표현을 할지 기대된다.   

 

세번째 작품은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영화 [괴물 : 더 오리지날]이다 
 

  

[괴물 : 더 오리지날]

 

원작은 1951년 작품이고 존 카펜터 감독이 1982년도에 리메이크하기도 했는데 이 작품이  지금까지도 호러 분야에서 상당한 인기와 호응을 얻고 있는 대표적인 리메이크 성공작이다.  

이 영화의 프리퀄이 제작된다는 소문이 몇년전부터 나오곤 했었는데 올해 후반기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된다. 

역시 프리퀄이기에 그동안 많은 팬들이 궁금해했던 노르웨이 기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주된 스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잘만 제작된다면 꽤나 흥미로운 내용이 될 것 같다.

전편을 통해서 노르웨이 기지 사람들이 처음 우주선과 냉동된 시체를 발견하고, 결국 우주선을 폭파시켜 얼음속에 수장시키고, 어떤 이유로 해서 기지가 아수라장이 되어 피범벅이 되어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이제 이 영화를 통해 그 궁금증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작은 복제되는 괴물로 인해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는 인간의 갈등을 정말 긴장감있게 잘 그렸기에 이번 작품도 노르웨이 기지에서 그런 내분을 보여줄것으로 본다. 
 

 

 

 존 카펜터의 괴물에서는 출연배우중 여자배우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요즘 이런 특징을 가진 영화가 개봉했다가는 제아무리 걸작이라도 흥행하긴 어려울 듯.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스틸컷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에일리언의 시고니 위버같은 기세의 당당한 여인이 등장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아마 그녀도 생존자 대열에는 합류하지 못할 듯. 이미 우리는 1982년도 영화의 도입부를 통해서 노르웨이 기지에서 누가 최후까지 살아남았는지 확인했기 때문이다.  

의외의 반전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2011년 버전의 엔딩에서는 시베리안 허스키와 이 개를 뒤쫓는 노르웨이 헬기의 필사적인 추격전으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가장 보고 싶은 프리퀄 가운데 하나로서 개봉일자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